순창 거북장수마을의 물맛
사람이 마시는 모든 물은 근본적으로 생명을 좌우한다. 단순한 물을 뛰어넘어 성장과 번영을 이끄는 에너지이자 동력원이기도 하다. 물 맛이 좋기로 유명한 곳에는 여러 번 가본 적이 있지만 고추장의 고장이라는 순창군은 처음 방문해보았다. 우리나라 양 씨는 버드나무 양(楊) 자 쓰는 양 씨와 들보 양(梁) 자 쓰는 양 씨로 크게 나누는데 양 씨(梁氏)의 시조는 탐라 개국 설화에 등장하는데 순창에 바로 그 남원 양 씨 종가가 자리하고 있다.
2년 전에 왔을 때 우연하게 지나는 길에 사람들이 줄 서서 물을 받아가는 것을 보면서 관심을 가졌다. 이번에는 코로나 19에 거리두기를 하면서 물을 떠보기로 한다. 어떤 물맛인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무언가 더 생명수에 가까운 느낌이 들기 때문이었다.
어쩌다 보니 이 시간에 이 마을까지 왔다. 전라북도 순창군 동계면 구미리 무량산(586.4m) 아래에는 고려 때부터 터를 잡고 살아온 남원양씨(南原楊氏) 종가가 자리한 곳이다. 마을입구에서부터 그 포스가 남다른 약수가 흘러내려오고 있다. 이 물 때문에 이곳에 자리 잡고 산 것이 아닐까. 사람이 없는 이곳을 둘러보니 각종 비와 유래비와 정자 등이 세워져 있었다.
낮에 오면 다른 분위기일까. 우선은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느낌의 터처럼 보였다. 장수 영취산에서 서쪽으로 분맥한 산맥이 금남호남정맥의 무량선은 구미리의 주산으로 이 마을에는 거북과 관련된 금구예미형(金龜曳尾形) 즉 영험스러운 거북이가 진흙으로 꼬리를 끌면서 들어가는 형국인 명당이 있다고 전해져 마을 이름도 구미리(龜尾里)라 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마을 입구에서 보면 모든 것이 거북과 연관되어 있다. 거북마을이라는 표시 속에 물이 끊임없이 흘러내리고 있다. 이제 순천 남원양씨 종가를 찾아서 위로 걸어서 올라가 본다. 초행길이라서 어디가 어딘지는 알 수가 없지만 스마트폰에서 알려주는 대로 가본다.
이 곳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적성강의 일부로 구암정 아래 깊은 물과 수려한 경치가 있다는 만수탄 유원지는 낮에 가봐야겠다. 마을의 길들이 구불구불 이어져 있는데 찾다가 보니 드디어 종가를 찾을 수 있었다. 종가는 지형의 경사도와 앞과 뒤의 높이를 고려하여 살펴보면 내 청룡이 종가 앞을 완전히 감싼 곳에 자리하였다고 한다.
양쪽에 논밭과 사람들이 살고 있지 않은 오래된 집들의 끝에 종가가 보인다. 종가 뒤 대나무 숲에는 목마른 사슴을 뜻하는 녹갈암(鹿渴岩) 바위가 있고 지금은 수도로 바꾸었지만 종가 왼쪽에 대모정(大母井)이라는 우물이 있다고 하는데 시간이 늦어서 가보지는 못하고 이곳은 물이 좋은 곳이라고 확신을 하고 내려간다.
아까 보았던 물을 뜨는 곳에서 떠온 순창물이다. 종택의 현무봉이 거북이 모양인데 머리를 북쪽으로 두었으니, 마을이 꼬리에 해당한다. 그래서 마을 이름이 구미(龜尾)라는 곳에 자리한 남원양씨 종가였지만 그냥 뭐 평범한 느낌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