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시 폐철도부지 탄소저감 생태숲
보령을 그토록 많이 오고 갔건만 아직도 못 가본 곳이 있었다. 철도가 다니던 부지에 만들어진 탄소저감 생태숲이 바로 그곳이었다. 내가 아직 걸어볼 수 있다면, 나는 그 길을 걸어야 하고, 내가 아직 할 수 있는 것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시도해봐야 한다.
사람은 원래 쉴 때 더 멀리 갈 수 있다고 한다. 무게가 느껴지지 않는 깃털처럼 말이다. 마치 움직이지 않는 것 같지만 사실 가장 멀리 갈 수 있는 방법이다. 그걸 모르고 쉬지 않고 열심히 갔으니 결국 제자리를 맴돈 셈이다. 거제와 같은 거리가 먼 곳도 가면서 잠시 터치만 하고 왔다.
그래도 멀지 않은 곳에 이런 공간도 있었다. 이 구간은 마을 사이의 나대지로 방치됨에 따라 그동안 건설 폐자재 적재와 불법 쓰레기 투기 등으로 몸살을 앓아 왔던 곳이었다.
양옆으로 자리한 오래된 주택들은 노후화되었지만 주택가를 가로지르는 부지의 특성상 경관과 탄소저감 및 기후 개선 등을 고려하여 벚나무와 엄나무 등 다양한 수목을 심고 벤치와 생태체험시설 등을 조성해두어 새로운 공간으로 탄생했다.
얼마 전에 사촌 여동생 결혼식 때문에 파주를 갔다 온 적이 있다. 여자 측 하객 25명 안에 들어가는 행운(?)으로 인해 그 먼 거리를 이동했다. 가는 길에 보는 그 많은 아파트 숲은 개인적으로는 정말 너무 갑갑하게만 느껴졌다. 매트릭스 세상 속에 부속품 같다고 할까.
도시림과 인근 야산의 생태계를 연결하는 green way의 기능도 갖게 된 이곳으로 인해 대천 1 지구 우수저류 시설사업 상부에 조성되는 공원과 연결돼 대천천 폐철교까지 이어지는 녹지축이 만들어졌다. 장항선 폐철도는 1929년 12월 광천에서 남포 구간이 개통되면서 이용돼 오다가 지난 2007년 장항선 개량사업으로 대천역이 궁촌동으로 이전하면서 80년 만에 그 역할을 다하였다.
시야가 탁 트인 곳을 걷는 것은 마음에 여유를 준다. 올해부터는 시간을 가지고 생각을 하려고 하니 마음에도 여유가 생긴다. 충남 도내 장항선 폐철도 부지는 106.1㎞에 달하는데 옛 공간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다. 관점의 변화는 공간뿐이 아니라 사람에게도 해당이 된다. 앞만 보고 달리다 보면 주변에 무엇이 있는지조차 모르고 뛰어간다. 분명히 뭐가 있긴 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