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는 누군가 Aug 21. 2021

눈으로 보는 것

지평선 생태공원의 무궁화와 능소화

우리가 대부분 보는 것들은 태양과 지구의 합작품이다. 태양은 광자라고 불리는 작은 에너지 덩어리들을 방출하는데 각각의 광자는 매우 특정한 양의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나이가 들면 노안이 찾아와서 기능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우리의 눈은 아주 민감한 광자 검출기로 태양으로부터 날아온 광자들이 사물에 부딪치고 나서 다시 망막에 있는 광자 검출 단백질과 충돌하면서 사물을 인식하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똑같은 정보가 갔다고 하더라도 눈으로 보는 것과 받아들이는 정도와 생각하는 폭 그리고 그것을 표현하는 것은 정말로 엄청난 차이가 난다. 이 차이는 생각의 온도라고 생각된다. 사람의 뇌는 매우 효율적인 것 같으면서도 놀라운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온도를 높여야 동작하는 부위들이 많은데 온도는 그냥 높아지지는 않는다. 

지평선 생태공원은 일부 시설의 재단장이 필요하지만 수원 저수지를 중심으로 지평선 무궁화동산과 지평선 생태수목공원, 문화체육공원이 어우러져 있으며 지금은 운영하지 못하고 있는 도심형 물놀이터가 자리하고 있다. 지역마다 무궁화가 피는 시기가 다른데 지평선 생태공원은 지금이 절정기다. 

어떻게 보면 소소한 것들이 만약 화학적인 방법으로 해석해본다면 생각보다 복잡한 조화가 지극히 세밀하고 지극히 미미하지만 변화하는 만물의 원리가 담겨 있다. 관할하고 있으면 기이하지 않은 것이 하나도 없다. 

무궁화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어떤 꽃이 더 높은 곳에 피는가를 경쟁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자연 만물의 습성과 생태를 잘 관찰하고 탐구해서 작품으로 남겼던 대표적인 인문주의자로 르네상스의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있다. 

무궁화동산은 4,000평방미터에 조성되어 있는데 체육공원 내에 5,720본이 식재되어 있다. 무궁화는 날마다 새로 피며 100여 일 동안 꾸준히 핀다. 100여 일을 생각하니 배롱나무와 비슷한 시기만큼 피어 있다. 무궁화는 다섯 장의 꽃잎을 지닌 통꽃으로 통꽃으로 보면 동백과 같다. 

무궁화에서 단심계와 아사달계는 씨앗을 맺지 않지만 배달계는 씨앗을 5개 만든다. 세상에 많은 것을 두루 알면서도 글을 쓰지 못하는 것은 스스로 깨달아 터득한 것이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연은 이치에 따라 변화하지만 인간만이 가능성이 극과 극으로 갈리는 셈이다. 

생태공원을 돌아다니면서 시도 한 번 읽어보고 어머니에 대한 시였는데 어머니는 눈물로 진주를 만드신다로 시작한다. 꼭 모든 어머니가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신라시대에 이미 '무궁화의 나라'라고 불렀다는 사실은 신라 효공왕이 문장가 최치원에게 시켜서 당나라에 보낸 국서(國書) 가운데 "근화향(槿花鄕)은 겸양하고 자중하지만……"고 한 것이 있다. 역시 최치원은 명문장가 이기도 하다. 

능소화는 아름다운 꽃이며 이야기를 품고 있지만 꽃가루에 독성이 있어 눈에 들어가면 아주 좋지 않아서 함부로 꽃을 만지지 않는 말도 있지만 꽃가루가 아니라 안에 갈고리 같아서 눈에 들어가면 망막에 들어가면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 달린 열매들은 만지지 않는 것이 좋다. 약을 뿌려놓았다는 경고 문구들이 있다. 하늘을 섬기는 꽃이라는 이름처럼 하늘을 향해 덩굴을 올리면서 여름 내 길게 피는 능소화를 볼 수 있다는 것은 아직도  여름이 안 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제 서늘한 바람이 스치면 꽃을 모두 떨어트린다. 눈으로 보는 것은 똑같을 진데 생각하는 것도 다르고 느끼는 바도 다르다. 이제 곧 9월이 오면 탄소중립 기후변화 협약 COP28에 대한 글을 남해의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쓸 예정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대로의 길목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