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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Oct 25. 2021

예산사과

가을 햇살 듬뿍 담은 달달한 맛

올해로 2021년이니 예산사과는 2년만 지나면 만으로 100년이 된다. 현재 소비하는 대부분의 사과는 개량이 되고 사람의 입맛에 맞춘 것인데 예산지역에 처음 사과나무를 재배하기 시작한 것은 1923년이라고 한다. 지역마다 대표하는 과일이 있는데 충남에서는 예산이 사과로 유명하다. 가을 햇빛이 좋은 곳에 황토가 있고 아침과 낮으로 일교차가 큰 곳이기에 사과맛이 좋기로 잘 알려져 있다. 

예산에도 감홍이 생산되는 것을 알기에 예산으로 향했다. 잠시 예산휴게소에 머물러서 쉼을 청해 본다. 예산은  윤봉길로 잘 알려진 고장이기에 충절의 고장이라고 불리고 있다. 충절이라고 하면 곧은 것을 생각하지만 강물은 맑고 달빛은 밝아 그림자가 강물에 비치면 고요하기가 옥을 담근 듯한 것이 충절의 숨은 고고함이다. 

예산휴게소에서는 주말마다 농산물 직거래장터가 운영되고 있기는 하지만 예산을 대표하는 사과를 판매하고 있지는 않다. 아쉽기는 않지만 예산의 수덕사 IC 쪽으로  빠져나와서 예산읍 쪽으로 가다 보면 농장들이 있는데 그곳마다 판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감홍은 보통 10월의 과일이라고 불린다. 10월이 지나면 거의 대부분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10월이 지나면 부사가 나온다고 생각하면 된다. 부사도 조금씩 다른데 10월에 나오는 부사와 10월 이후에 나온 부사와 종류가 약간 다르다. 역시 감홍은 먹음직스럽다. 감홍을 한 번 먹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감홍이 생각난다. 한 번 맛보면 감홍이 왜 맛있는지 알 수 있다. 

옆에는 부사도 있지만 이날은 감홍을 보러 왔기에 감홍을 본다. 전체적으로 밝은 담홍록색을 띄고 녹색 기운이 사라진 사과를 고르는 것이 좋다. 물론 아래에 은박지를 두고 전체적으로 빨간색을 띠게 한다. 

이곳의 감홍은 일부러 봉지를 씌우지 않고 키웠다고 한다. 봉지를 두 번 씌워야 하는데 덕분에 겉이 조금 거칠기는 하지만 맛은 더 달다고 한다. "하루 사과 한 알이면 의사가 필요 없다(An APPLE a Day Keeps the Doctor Away)”고 하는데 아직은 잘 모르겠고 맛은 좋다. 

옆에 있는 사과들도 맛이 좋아 보인다. 모양이 조금은 독특해 보이지만 역시 과일은 씹는 맛이 더 좋다. 풍부한 비타민C와 유기산은 피로와 스트레스로 지친 현대인에게 활력을 주는 것은 물론 펙틴과 칼륨 등이 함유돼 고혈압, 심장병과 같은 혈관질환을 예방한다는 좋은 효과가 있더라도 맛이 있어야 한다. 

감홍에 비해서는 조금 작은 크기다. 그래도 작지는 않은 크기다. 

문경의 감홍은 여러 번 먹어보았는데 예산의 감홍은 이번이 처음 먹어본다. 감홍이라는 사과가 약간 가격대가 있지만 워낙 맛있는 품종이라 차이는 없어 보인다. 개인적으로 가을 과일 중에 사과를 선호하는 편이다. 사과가 최근에 다른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은데 사과는 어디까지나 맛있고 건강에 좋은 과일이다. 신들의 잔치에 초대받지 못한 불화의 여신 에리스가 ‘가장 아름다운 이에게’라고 쓰인 사과를 연회장에 던졌는데 이 때문에 전쟁이 일어난다. 헤라는 권력을, 아테나는 지혜를, 아프로디테는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주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여기서 파리스는 아프로디케를 선택한다. 만악 필자라면 사과를 선택했을 것이다. 얼마나 좋은 사과면 세 여신이 눈에 불을 키고 싸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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