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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이 살랑

지금, 칠곡보 생태공원의 일상

분홍과 핑크는 같은 색을 말하는 것 같지만 한글과 영어라서 그런지 아니면 언어의 질감의 차이가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색이 약간 다른 것처럼 느껴진다. 분홍은 진한 색에서 연한 색까지 그러데이션 되어서 보이는 색처럼 보이고 핑크는 그 자체가 핫한 느낌의 색처럼 다가온다. 가을에는 분홍이 살랑이는 것이 더 걸맞은 표현처럼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가을에 연분홍빛으로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것은 핑크뮬리만한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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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곡군을 지나가는 길에서 생태공원에 피어 있는 핑크뮬리를 보았는데 그냥 환한 연분홍이 멀리서도 눈에 뜨일 만큼 환하게 보였다. 처음 핑크뮬리를 만난 경주에서보다 더 곱디고운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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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공원이 자리한 곳에 핑크뮬리가 보인다. 지난해 핑크뮬리는 ‘생태계 위해성 식물’ 2급으로 지정됐는데, 이는 현재 생태계에 위협을 주진 않지만 향후 생태계를 교란할 가능성이 있어 관찰이 필요한 식물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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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곡군 생태공원에는 2021 제18회 구상 문학제 찾아가는 시화전이 열리고 있었다. 칠곡군이 주최하고 한국문인협회 칠곡지부가 주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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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래종인 핑크 뮬리가 이렇게 확산되어 가는 것이 마냥 긍정적이지만은 않을 수도 있는데 헤어리온 뮬리(Hairawn muhly), 걸프 뮬리(Gulf muhly)라고도 불리는 핑크 뮬리의 학명은 ‘Muhlenbergia Capillaris’다. 전국은 말 그대로 핑크 열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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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분들이 좋아한다는 핑크뮬리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이다. 가을이 되면 억새풀이 장관인 곳은 쉽게 볼 수 있지만 분홍억새라고도 불리며 벼과 쥐꼬리새속의 여러해살이풀인 핑크 뮬리는 최근 6~7년 사이에 지속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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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뮬리는 갈대나 억새보다 더 살랑살랑 거린다. 마치 분홍 솜을 이곳에 흩뿌려 놓은 것 같은 느낌마저 받게 한다. 여성분이 분홍의 마음을 가지고 얼굴에 분홍색의 볼터치를 하고 이 속에 숨어서 사진을 찍는다면 구분이 안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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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성장하는 것은 변덕스러움으로 나아감이다. 두 발자국 앞으로 나갔다가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는 것이다. 우리는 자신의 진실을 만날 때야 말로 자기표현을 만날 수 있다. 핑크뮬리는 잠시라도 부드러움으로 감싸 안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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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이 살랑거리듯이 가을에 흔들리고 가을에 흔들리듯이 마음의 변덕스러움이 있는 계절 속에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분홍이 살랑거릴 때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것은 참으로 의미 있는 일이다. 다른 사람의 관점으로 볼 때 가치가 없을지라도 자신의 마음에 연분홍을 담을 수 있는 것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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