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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Dec 21. 2022

과하천(過夏川)

그린 듯이 아름다운 삶을 보는 김천시립미술관 

경상북도의 김천(金泉)이라는 도시와 경상남도의 김해(金海)라는 도시에는 묘하게 공통점이 있다. 앞에 쇠금을 사용하고 있고 모두 물을 기반으로 자리한 도시라는 공통점이 있다. 김해시는 김해김 씨의 본관이기도 하다. 두 도시 수천 년간 영원한 가치를 증명해왔던 금을 기반으로 사용하는 도시명을 사용하고 있다. 김천은 왜 쇠금을 앞에 사용하여 도시 이름을 가지게 되었을까. 옛날에 김천은 금천이라고도 불렀다고 한다. 

그린 듯이 아름다운 숲을 따라 올라가는 길목에는 김천시립미술관과 남산공원이 자리하고 있다. 물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기도 하지만 물은 우리의 기억과 생명의 원천이기도 하다. 그 이야기를 이곳 김천에서 풀어보고자 한다.  

그렇게 될 경우는 없지만 금은 없어도 살 수 있지만 물은 없으면 살 수가 없다. 지금도 남아 있는 김천에는 과하천(過夏川)이 있다. 이곳 주변에서 금이 많이 생산되었는데 금을 캐다가 물이 나왔는데 그 샘의 물로 술을 받으면 맛이 향기로웠다고 한다. 물맛이 금의 가치를 넘어선 셈인가. 

그 물로 빚어진 과하주(過夏酒)는 여산 호산춘, 한산 소곡주, 홍천 백주와 함께 조선 4대 명주(名酒)로 꼽힌다. 밝고 투명한 황갈색에다 곡주 특유의 향기와 감미(甘味)·산미(酸味)가 있는 과하주는 고려 전기에 역참제도를 정비하면서 역명(驛名)이 샘의 이름과 같은 김천역(金泉驛)으로 설치됐다는 기록과도 연결성이 있다. 

김천시를 내려다보는 위치에는 김천시립미술관이 자리하고 있다. 큰 미술관은 아니지만 김천을 대표하는 미술작가들의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명맥이 끊겼던 김천과하주는 숱한 시행착오 끝에 1986년 드디어 완벽히 복원하기에 이르렀으며 1987년 경북도 무형문화재 제11호로 지정되었다. 이제 술이야기는 그만하고 김천시립미술관으로 들어가 본다.  

김천시립미술관은 원래 시립도서관으로 사용이 되었던 곳이다. 옛 건물을 개조해서 2021년에 개관하였는데 김천시립미술관은 몇몇 작가로부터 기증받은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현재 미술관 내부 2층 전시실에는 고 화백의 작품이, 3층 전시실은 조각가의 작품이, 4층 세미나실에는 사진작가의 작품등이 자리하고 있다. 

김천시립미술관의 한 전시공간에는 김천 성의여자 고등학교 학생들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었다. 시립미술관은 지역 미술문화를 대표하는 상설전주제를 가진 기획전외지 작가들의 특별전 등을 통해 문화적 자산을 발굴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김천 시립미술관에서 주가 되는 전시 작품들은 조각작품들이다. 이곳에 있는 조각작품들은 주로 여성과 아이 혹은 가족을 주제로 조각되었다. 생명을 잉태하는 여성의 모습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태아가 자라나는 공간의 양수는 온도는 체온과 거의 비슷하며  생리식염수와 비슷하다. 김천이라는 지명에서 비롯되는 생명의 물이기도 하다.  


예술의 역할은 예술가의 내면을 비롯행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한다. 온전한 사랑의 모습으로 누군가를 품어주는 것은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할 때야 가능하다고 한다.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그것이 넘쳐 온화하게 되는 것이다.  

김천시립미술관이 자리하고 있는 남산공원에는 한옥으로 지어진 남산정 건물이 있고 소나무, 벚나무들이 주변에 자리하고 있다. 눈이 내릴 때면 정감 있는 눈과 함께 도시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물맛이 좋아서 그 의미를 그대로 지닌 지명의 김천시의 시립미술관을 돌아보고 다시 김천시를 내려다보았다. 이곳에는 학사대(學士臺)도 있는데 고운 최치원선생이 이곳에 와서 인근 선비들과 교우 강학하던 곳으로 황금동 윗마을 산 위의 넓은 곳을 학사대라 부르고 있다고 한다. 역시 최치원 선생은 좋은 곳은 모두 다 찾아다녔다. 정말 바쁘게 살았던 사람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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