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소설쓰기

The 다이브

자매

형제나 자매가 같은 길을 걷는다는 것은 충돌의 연속이기도 하지만 조화만 잘 된다면 서로에게 큰 버팀목이 되어주기도 한다. 지희는 언니인 서희와 같이 체조를 시작을 했다. 부모가 선수로 활동했던 유전자를 받았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자매는 어릴 때부터 신체의 균형감각뿐만이 아니라 운동과 관련해서는 타고난 재능을 보였다. 그렇지만 언니의 균형감각이나 재능은 지희가 따라갈 수 없는 벽이 있었다. 이날도 실내훈련장에서 자매는 운동을 하고 있었다.


"언니를 보면 정말 부러워."

"뭐가?"

"회전이나 착지에서 흐트러짐이 없잖아."

"내가 보기에 나는 너의 역동성이 부러워."

"아니야. 뭔가 불안전하잖아."

"그건 조금씩 잡아가면 돼."

"그래서 말인데 언니, 나 다이빙을 할까 생각해."

"다이빙? 갑자기?"

"나는 착지보다 물로 들어가는 입수가 조금은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

"다이빙도 괜찮기는 하지. 마루운동이 수평으로 흘러가는 것이라면 다이빙은 수직으로 흘러가는 것이니까. 그럼 리듬체조는 어때?"

"아니야. 언니야 체조에서 종합경기를 해도 될 만큼 재능이 있지만 나는 언니 하는 거 보고 시작한 거잖아."

"너도 기본이 잡혀 있어서 다이빙을 해도 잘할 거야."

"그거 알아 언니? 엄마가 어릴 때 체조가 모든 스포츠의 어머니라고 했던 거 말이야."

"맞아 어릴 때 우리 다치지 말라고 체조를 시켰잖아. 사실 체조는 근육 움직임의 패턴을 생성하게 해서 다른 스포츠를 배우는 데에도 도움이 많이 되지."

"우리 어릴 때 시작 안 했으면 이렇게까지 못했을 거야."

"늦으면 늦을수록 배우기가 어려운 것이 바로 체조인 거 같아."


언니가 더 재능도 있었지만 한 번 심하게 다치면서 지희는 자신이 원하는 동작을 소화하는 것이 힘들어졌던 것도 사실이었다. 이후로 언니는 세계선수권대회에도 출전할만한 역량을 갖추고 기대주가 되었다. 올림픽 국가대표 준비를 하던 언니를 보기 위해 진천 올림픽 선수촌을 자주 찾아가기도 했었다. 시간이 될 때 언니와 진천 농다리를 자주 건너가면서 계절의 변화나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지켜보기도 했었다.


"지희야 다이빙은 익숙해지고 있어?"

"응 조금 다르기는 한데 요즘에는 수영트레이닝을 하고 있어."

"다이빙도 아름다운 운동이기는 하지."

"생각보다 재미가 있어. 아무래도 나는 물과 잘 맞는 것 같아. 체조는 마지막에 착지가 중요하잖아. 그런데 다이빙은 마지막 입수가 중요한데 물에 잘 들어가면 물방울 하나하나가 몸을 감싸는 느낌이 색달라."

"아 그런 게 있어?"

"응 물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는 느낌이야."

"그래? 난 수영은 거의 안 해봐서 잘 모르겠는데 너랑 잘 맞는다니 괜찮네."


농다리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에 앉아서 자매는 아래로 흘러가는 물을 바라보고 있었다. 비가 내린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지 물은 맑았다. 농다리의 큰 돌의 아래를 흐르는 물은 찰랑찰랑 거리며 돌다리를 넘어갈 것처럼 스치며 흘러가고 있었다.


"언니 저 다리가 놓은 지 1,000년이 넘은 다리래."

"그런데 지금까지 저렇게 유지가 되고 있는 거야?"

"응 신기하지 석회 같은 것도 바르지 않았는데 물의 흐름을 고려해서 축조했다고 하더라고."

"그래 흘러가는 물은 그냥 흘러가게 둬야 해. 어차피 그게 자연스러워. 지희가 다이빙을 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야."

"그런가? 그래서 내가 체조를 그만두고 다이빙을 하게 된 건지도 몰라. 내가 찾아봤는데 농다리를 계단식으로 쌓은 것이 저항을 완충하려고 한 거래, 저 아래에 어살 모양의 턱 구조물이 유속을 둔화시킨다고 하더라고."

"그래? 몰랐네. 그러니 1,000년을 넘게 저곳에서 있을 수 있겠지."


위에서 내려다본 농다리는 전체 구조를 완만한 S라인으로 놓여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장마 때면 물을 거스르지 않고 다리 위로 넘쳐흐르게 만든 수월교(水越橋)로 잘 짜인 궤짝을 뜻하는 농(籠) 자를 쓴다고 한다. 고질적인 질병을 낫게 하기 위해 청주의 초정약수를 찾아가기 위해 세종대왕도 여러 번 건너갔던 다리라고 한다.


체조를 한 덕분인지 지희는 다이빙에 빠르게 적응해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서희는 지희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몰래 지희가 운동하고 있는 다이빙장을 찾아갔다. 마침 훈련을 하던 선수들이 대부분 집에 가고 지희는 씻기 위해 샤워실에 들어가 있었다. 서희는 준비한 생일선물을 밖에 놓아두고 안으로 들어가서 다이빙대를 올려다보았다. 그런 그녀를 누군가가 뒤에서 갑자기 껴앉았다. 깜짝 놀란 그녀는 뒤를 돌아보았는데 처음 보는 남자였다. 그녀는 소리를 질렀지만 그 소리를 들어줄 사람은 가까이에 없었다. 그녀를 잡아서 넘어트린 남자는 그녀의 목을 두 손으로 조이기 시작했다. 동시에 그녀의 배에 자신이 가지고 온 칼을 꽂았다. 몸이 조이면서 뇌로 가는 산소가 줄어들기 시작하자 의식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남자의 두 손을 잡았던 그녀의 손은 힘이 풀려 뒤로 툭하고 떨어졌다. 그러고 나서도 남자는 서희가 호흡을 전혀 하지 않을 때까지 목을 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마침내 몸이 완전히 늘어지자 남자는 서희를 물에 밀어 넣었다. 서희 몸에서 나온 피는 마치 파동을 그리듯이 물속으로 실타래처럼 풀려가기 시작했다. 이때 그녀의 옆으로 물속에서 갑자기 다른 남자가 물 위로 솟아올랐다.


샤워를 다 끝내고 옷을 입고 나온 지희는 황급히 수영장을 빠져나가는 남자를 보았다. 거리가 조금 있기는 했지만 그 얼굴과 분위기에서 이상함을 느꼈다. 그런데 갑자기 기분이 묘했다. 가슴이 답답하고 아려오는 느낌이었다. 그녀는 고개를 숙여 아래를 보니 쇼핑백 같은 것이 있었고 그위에는 메시지 카드가 놓여 있었다. 메시지 카드를 들은 그녀는 그것이 언니가 준비한 선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직감한 지희는 다이빙장으로 다시 들어갔다. 수영장의 물 위에는 여자가 떠 있었다.


지희는 경찰서에서 그 남자의 모습을 말해주었으나 언니를 살해한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 그녀에게 언니라는 존재는 너무나 컸었다. 그녀는 그 이후로 자신이 운동하고 있는 그 공간이 싫어졌다. 그리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방황을 시작했다. 물이 없는 산으로 돌아다니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산에서 그날 보았던 남자와 비슷한 얼굴의 남자를 본 것이었다. 지희는 그 남자가 분명하다고 생각하고 거리를 두고 따라가기 시작했다. 운동을 꽤나 했는지 남자의 발은 상당히 민첩한 편이었다. 주변의 풍광이 수려한 곳이었지만 지희에게는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언니가 그렇게 세상을 떠난 이후로 그녀는 격투기와 같은 운동을 배우며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그 남자를 따라가던 중에 문득 절벽의 아래를 바라보게 되었다. 물속에서 희미하게 아이처럼 보이는 사람이 빠져서 가라앉는 것이 보였다. 주변에는 그 아이가 물에 빠져서 죽어가고 있는 것을 눈치챈 사람은 없어 보였다. 지희는 등에 맨 가방을 내려놓고 절벽에서 물을 향해 몸을 날듯이 던졌다.


The 다이브 1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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