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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an 19. 2023

노을 속으로

생명의 먼지가 피어나는 것 같은 익산 나바위성당

어쩌면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유와 목표는 영감을 주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더 많은 사람들이 지극히 작은 것에서도 아름다움을 깨닫기를 바랄 때가 있다. 운동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호흡을 잘하는 것이다. 호흡은 생명의 상징이다. 지금도 숨을 쉬고 있는 당신이 지난 24시간 동안 3만 회 이상 해왔다. 지금도 여전히 아무 생각 없이 숨을 쉰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숨을 쉬듯이 걷다가 이곳 익산의 나바위성당에 이르렀다. 

이 땅에 자리한 어떤 성지나 성당도 사람들의 숨이 머물렀던 곳이었다. 사람이 횡격막을 팽팽하게 조였다가 흉강의 벽을 이루고 있는 근육을 이완하는지 생각하면 이 정도만 하더라도 몸의 대사에너지가 3퍼센트가 소비된다. 

익산 나바위 성당에 이르러서 저너머로 넘어가는 태양을 바라보았다. 노을이 지면서 넘어가는 태양은 가장 강렬한 에너지이기도 하다. 나바위 성당은 국가지정문화재(사적 318호)로 지정되어 있는데 역사성 및 건축양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본당은 1916~1917년까지 흙벽을 벽돌조로 바꾸고 고딕식 벽돌조 종각을 증축하였으며 나바위 성당은 조선 현종 11년(1845년) 김대건 신부가 중국에서 사제서품을 받고 페레올 주교 다불뤼 신부와 함께 황산 나루터에 상륙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건립하였다고 한다. 

지금은 모두 떨어져서 부석거리는 나뭇잎, 건물의 위에 달린 첨탑의 쇠, 본당 안에서 타오르고 있을 촛불등에서도 그 존재를 알 수 있는 생명의 근원이 되는 산소는 모두 우리가 존재하게 해 준다. 약간의 호흡을 가다듬어가면서 계단을 올라가 본다. 

화산 천주교회 혹은 나바위성당으로 불리는 이곳은 전라북도 익산시 망성면 나바위 1길 146에 자리하고 있다. 저 본당뒤로 올라가면 주변의 경관과 어우러진 저 건물은 망금정이란 '아름다움을 바란다 ‘라는 뜻의 정자가 자리하고 있다. 

아름다움을 바라는 것은 모든 사람의 마음이다. 강경과 맞닿아 있는 이곳은 황산포 나루터였다. 나루터까지 배가 들어왔다는 의미이니 이곳을 오갔던 사람이 적지가 않았다. 그중에 한 명이 김대건 신부다. 한국에서 최초의 신부가 되기 위해 마카오를 유학을 하고 만주 육상과 서해 횡단등을 하면서 우여곡절 끝에 이곳에 다다르게 된다.  

뒤쪽으로 올라가는 계단옆에는 김대건 신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김대건 신부가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고 36년 뒤인 1882년 나바위에 공소가 설립되었으며 1907년에는 나바위 성당이 세워지게 된다. 최초로 세워졌다는 김대건 순교비가 이곳에 있다. 김대건 신부 순교비는 김대건 신부 순교 100주년에 세워졌다고 한다. 성당 뒤편의 화산으로 걸어서 올라가 본다.  

화강함 축대 위에 설치된 순교 기념비는 총높이가 4.5m다.  예전에는 망금정 아래까지 금강 강물이 넘실거렸으나 1925년 일본인들이 이 일대를 간척하면서 금강 줄기가 바뀌어 지금은 평야로 변해서 예전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망금정이 있는 너럭바위 아래 바위 벽면에는 마애삼존불을 만나볼 수 있다. 종교는 삶의 철학이기에 천주교와 불교가 한 곳에 있는 것이 별로 이상할 것이 없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생명의 먼지는 모두 산소를 머금고 남긴 것이기 때문이다.  

바위 위에 올라서서 아래를 바라본다. 이곳까지 물이 들어왔을 때는 논산의 강경과 이곳은 다른 모습이었을 것이다. 사람의 생 역시 태어나고 성장하다가 사그라든다. 도시 역시 그렇게 비슷하게 바뀌어간다. 노을이 지는 시간에 찾아온 이곳은 조용했지만 시간이 멈춘 듯한 옛 성당과 고즈넉하면서도 아름다운 화산을 천천히 산책하면서 넘어가는 하루를 마무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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