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른 바다 아래 펼쳐지는 영덕의 해맞이공원
같은 공간에 있어도 보는 것이 다르고 느끼는 것이 달라진다. 사회적 가치를 얻으려는 사람들은 많지만 그보다 작지만 더 큰 가치를 찾으려는 사람들은 드물다. 점점 뜨거워지고 있는 것만 같은 지구별을 여행하면서 이번에는 경북의 영덕이라는 곳을 찾았다. 영덕군의 군기나 심벌이나 마스코트는 모두 대게를 형상화시켰다. 사람들이 보는 예술은 감정을 표현하는 일로 전두엽과 변연계가 조화롭게 활성화되게 된다.
사람들은 보통 움직이는 것에 반응을 한다. 반갑게 마주나와서 곁에 오는 강아지나 하늘 높게 떠 있다가 새우깡 하나에 다가오는 갈매기가 반응을 이끌어내지만 그냥 가만히 보아도 좋은 것들은 세상이 많다.
대게의 다리가 저렇게 크다면 아마도 영화의 주인공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이곳은 영덕의 해맞이공원이라는 곳이다. 등대를 감싸고 올라간 대게의 다리가 눈에 뜨인다.
바다에 반짝이는 윤슬이 남다른 날이다. 바다의 파도에 묻혀서 빛나는 윤슬이 마치 보석처럼 보이기도 한다. 지금의 영덕군은 영해군과 합쳐져서 만들어진 행정구역이다. 고구려의 영토였다가 통일신라에는 야성군으로 불렸던 곳이기도 하다. 강구항을 시작으로 해안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면 보이는 작은 포구에도 대게집이 종종 있는 편이고, 북쪽의 축산항도 작지만 유명한 편이다.
영덕에는 장사라는 곳이 있다. 장사상륙작전인 인천상륙작전처럼 잘 알려진 작전은 아니었다. '작전명령 174호'라고 불리는 작전은 대규모 상륙 작전의 성공이 절실했던 한국군의 지휘부는 학도병들이 돌아오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작전을 강행한 것이기도 했다.
어떤 상황에서 보느냐에 따라 지역에 대한 느낌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아름다운 바다를 끼고 있는 이곳 영덕에서는 그날의 광경이 좀처럼 상상되지는 않는다.
영덕의 곳곳에 보면 참호처럼 보이는 구조물들이 보인다. 의미 없이 놓여 있는 것 같지만 해안을 방어하기 위한 기지로 사용되었던 것들이 지금도 남아 있다.
서울을 기준으로 본다면 강릉이 정동이지만 세종이나 대전을 기준으로 본다면 영덕이 정동이다. 북위 36도 30분에 위치한 세종시에서 동쪽으로 일직선을 그으면 경북 영덕군이 나온다.
무더위가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야외로 여행하기에는 좋은 때다. 주저앉았을 때 자신을 일으키는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 탑건에서 들었던 감미롭지만 마음에 위안을 주는 Hold my hand 같은 노래가 되어줄 수도 있다.
바다의 풍경도 꽃이 피고 지는 것을 잊고 사는 사람들이라도 조금만 바깥으로 나온다면 다른 메시지를 접할 수가 있다. 누가 아름답다고 말하지도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이 바위와 바다가 있는 것만으로 아름답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가 있다.
이곳을 자세히 살펴보니 다이빙해서 들어갈만한 포인트도 몇 곳이 보인다. 바닷속으로 들어가 봐야 그 아래가 어떤지 알 수 있지만 물빛을 보니 수심 5미터는 족히 되어 보였다.
가장 아름다운 곳은 자신이 볼 수 있을 때 그리고 마음의 크기와 맞는 곳이기도 하다. 여행에도 미학이 있다. 그것이 길고 짧음으로 평가되지도 않으며 자신이 바라볼 수 있는 관점에 따라 크고 작음이 결정되기도 한다.
날마다 사는 연습을 하는 것이 사람이다. 어떤 날은 연습이 조금 부족해서 만족하지 못할 수도 있고 어떤 날은 생각했던 대로 연습이 잘되어서 만족감을 느낄 수가 있다. 항상 영덕에 머무는 것은 아니지만 잠시 여행자처럼 영덕에서 머물면서 가난한 마음이 되지 않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