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점이 세밀하게 찍혀 있는 서산의 갯벌
자연의 가장 큰 특징은 희소성이다. 누군가가 만들어가는 자연의 결과물은 똑같은 것이 하나도 없다. 유전자의 밑그림이 같더라도 결과물에는 차이가 난다. 어떤 다이얼에 그림을 그려 넣어서 만드는지는 모르겠지만 갯벌에서 어떤 생명체들은 돋보기로 봐야 할 정도로 정교하고 섬세하다. 물이 빠진 서산의 갯벌을 거닐어 본다. 어릴 때는 인디아나 존스처럼 정글이나 새로운 곳을 탐험하는 꿈을 꾸기도 했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새로운 것을 볼 수 있는 상황이 되어서 좋다.
때론 다이얼을 돌리듯이 앞과 뒤를 오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모든 것이 제한적이기에 더 아름다운 것이 인생이 아닌가란 생각을 한다. 이렇게 넓은 땅에 바닷물이 빠지고 나면 오갈 데 없는 배들이 서산의 앞바다에 정박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최선을 다해 걸어도 물이 들어오는 시간에 빠져나올 수 있을지 모를 길이 열려 있다. 동해바다는 깊어서 좋지만 서해는 걸어 들어갈 수 있어서 좋다. 서산은 자연생태를 복원하는 방향으로 바다복원을 활성화하고 있다.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웅도의 대산읍 대로리와 웅도리를 연결하는 연륙 도로의 원활한 해수 유송과 수산생물의 서식지를 복원하고 있는데 2025년까지 총연장 300미터의 해수 소통형 다리를 놓는다고 한다.
자연이 아름답고 가치가 있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인간의 관점이다. 예를 들어 보령의 갯벌에 있는 진흙을 얼굴에 바를 것이라고 수십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육지인 듯 바다인 듯 펼쳐지는 갯벌에는 회색이지만 가장 많은 생명체가 존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걷다가 잠시 멈추어 서서 보면 바닷물이 있는 곳에서는 윤슬이 반짝이기도 한다. 고요하고 평화롭고 아무 일이 일어날 것 같지 않은 곳이다.
사람의 얼굴에서 머드는 어떤 작용을 할까. 어촌체험휴양마을은 전국 각지에 분포해 바닷가에서 해수욕을 즐기는 것은 물론 바다 체험을 통해 각종 해산물을 직접 수확하는 즐거움이 있다.
구멍이 송송 나있는 곳을 바라보고 있으면 작은 게 들이 오가면서 바삐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다. 세계 5대 청정 갯벌로 손꼽히는 가로림만에는 바지락 캐기와 감태 뜨기 체험도 할 수 있으며 바지락을 활용한 다양한 먹거리가 여행객 발길을 끌기도 한다.
지붕 없는 자연의 미술관과 같은 곳에는 사람이 한 명 보이지 않아서 조용하기만 하다.
서산 가로림만과 태안 근소만 해역이 '갯벌 식생 복원사업' 대상지로 선정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갯벌매립으로 만들어진 지역을 다시 갯벌로 되돌리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갯벌 서식지를 보전하고 생태계를 회복하는 데에 큰 성과를 거두고도 있다고 한다.
조금은 흐린 날씨였지만 이곳을 거닐며 돌아다니기에는 무리가 없는 날이다. 5월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모두가 바쁘게 살고 있는 지금이다.
서해와 동중국해에 서식하며 펄과 모래가 섞인 깊은 바다의 바닥에서 생활하는 치어의 맛이 좋은 5월이다. 우리나라 당진, 서산, 태안, 보령, 서천 등에서는 낭장망 그물을 사용하여 바다의 해산물을 잡는다고 한다. 바다와 갯벌의 매력이 스며들어 있는 서산의 갯벌탐방은 이쯤에서 끝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