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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Feb 09. 2017

공주에 피어난 밥꽃

공주 신원사와 밥꽃이 있는 공간

공주는 공산성과 송산리 고분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선정된 이후로 해외 관광객이 많이 늘었다고 한다. 관광이라는 것이 하나의 색깔로 굳혀지면 좋은 점도 있지만 이미지가 하나로 고정되어 다양화를 꾀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지방을 여행할때 다양한 면을 보고 글을 쓰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매년 정초가 되면 계룡산의 사찰중 하나인 신원사로 소원을 빌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조선시대에 왕실 제사를 지내던 중악단이 있는 계룡산 신원사에는 그 기운을 받기 위해 오는 정치인, 기업가, 입시를 앞둔 자식을 둔 부모까지 꼭 이루고 싶은 소망을 담아 정성을 다해 기도를 한다. 설날이 지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신원사로 발길을 해보았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듯이 신원사를 가기전에 공주 맛집이면서 충청남도가 미더유 맛집으로 인증했다는 한 식당을 찾았다.  

신원사를 둘러보기 전에 충청남도에서 지역을 살리고 건강도 챙긴다는 의미의 충청남도 미더유식당으로 지정된 '밥꽃하나피었네'라는 음식점으로 발길을 해보았다. 신원사에서 불과 수백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이 식당은 음식은 약이라는 신념으로 손님에게 건강밥상을 내놓고 있다고 한다. 밥이 꽃이라고 불릴만큼 아름다웠던가? 


우리는 밥에서 힘을 얻는다는 의미의 밥심이라는 단어는 많이 사용해도 밥꽃이라는 단어는 별로 사용한 적이 없다. 잘 생각해보니 공기에 담긴 밥이 꽃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것도 몸에 좋은 다양한 잡곡을 넣은 밥은 세상의 그 어떤 꽃보다 소박하지만 아름답다. 


오래도록 공주 농촌에서 다양한 길을 모색했다는 농장장 배익찬 씨는 필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은지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들에서 핀 꽃으로 만든 차를 내주기도 하는데 향이 꽤 좋다. 마치 공주의 대표시인 나태주 시인의 대표 시인 풀꽃이 연상이 된다. 


공주에서 제대로된 한정식집을 오래간만에 만난것 같아서 반갑다. 천년초를 넣어만들었다는 떡갈비를 비롯하여 천년초 샐러드, 서리태감차, 밤초무침, 참나물 양파전, 밥꽃강된장등이 정갈하게 나와서 맛있다. 공주의 맛을 제대로 품은 밥상이 몸에 좋은 것으로만 만든다는 주인장의 정성이 오롯하게 배어 있는 음식들이다. 

Q : 어떻게 하다가 공주에서 음식점을 하게 되셨어요?

A : 그냥 공주가 좋더라구요. 그리고 현대인들이 질병이 많잖아요. 그것이 모두 잘 못 먹어서 그런거에요. 먹을 것은 많은데 몸에 안좋은 것을 먹으니 몸에 무리가 생기고 질병이 생기는 거죠. 노년층이 늘어난다고 하는데 이렇게 하다가는 한국사회에서 의료비 문제가 크게 부각될 겁니다. 

주문과 동시에 밥을 한다는 이 식당의 밥은 정갈하면서 깔끔한 느낌이 드는 찔레꽃 같다. 살면서 밥은 셀수 없이 많이 먹었지만 제대로 본 기억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내가 한 밥보다 누군가가 해준 밥을 훨씬 많이 먹었는데 그 정성이 담긴 밥꽃을 한번도 유심히 쳐다본 기억이 없다. 

건강한 음식이라는 것은 어떤 음식일까? 한국의 식단이 서구식으로 바뀐지 오래되면서 성인병인 당뇨나 부종이 늘어나고 있고 각종 피부질환을 앓고 있는 아이들도 많아지고 있다. 만병을 치료할 수 있는 시작은 음식에서 찾아야 한다. 밥과 음식을 잘 먹는 것만으로 질병의 대부분을 예방할 수 있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우리땅에서 나는 그런 건강한 식재료로 만들어 먹는 것 자체만으로 약이 되는 셈이다. 그래서 로컬푸드라는 말이 참 의미가 좋다. 

Q : 외진 곳에 있어서 사람 구하기 힘드시죠?

A : 맞아요. 사실이에요. 사람구하기가 너무 힘든 것 같아요. 이 주변에 사람들을 많이 아는데요. 젊은 사람들이 없어요. 60은 청년이라니까요. 70이 넘어야 이제 노인소리를 조금 들을 수 있는 나이가 되는 겁니다. 젊은 사람들이 농촌에 정착할 수 있는 그런 획기적인 정책이 필요합니다. 돈을 빌려주는 것만으로는 농촌을 활성화하는 것이 쉽지 않아요. 


어떻게 알고 이곳을 찾아왔는지 몰라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일요일 늦은 시간에 식당안을 채우고 있었다. 공주 농가 맛집의 대표인 배성민 대표는 지난해 남산 '한국의 맛'축제에 참여하여 농장에서 직접 재배하여 만든 음식을 선보인바 있다. 

Q : 조금은 다른 질문인데요. 농촌에 사시는 노인분들에게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A : 저는 정부가 노인과 청년의 일자리 나누기 같은 정책 같은 것보다는 나이 드신 분들에게는 지혜가 있잖아요. 농촌이 없으면 미래가 없는 겁니다. 농촌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그런 리더로 노인들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6차산업은 어려운게 아니에요. 도시의 청년들과 농촌의 노인들과의 협업이 잘 이루어질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미래를 바라볼 수 있는 정책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주린배도 채웠으니 식당에서 나와 신원사로 발길을 돌렸다. 

한국의 불교는 한반도에 오래도록 내려오던 산악신앙이 스며들어 균형을 이루었다. 지금은 산악신앙만 따로 남아 있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든데 중악단은 우리 나라 산악신앙의 제단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신원사의 부속 암자인  고왕암(古王庵)은 660년(의자왕 21)에 창건하였는데 나당연합군이 백제를 침공하여 백제가 패망의 기운이 돌 때 백제의 왕자 융(隆)이 피난했다가 이곳에서 신라군에게 항복함으로써 옛왕이라는 이름의 '고왕암'이라고 붙였다는 설화가 내려온다. 

규모가 크지도 작지도 않은 아늑한 사찰이지만 신원사는 무척 편한 사찰이다. 저녁 늦은 시간임데도 불구하고 따뜻하게 필자를 감싸준다. 벚꽃이 피는 봄에 찾아도 좋은 곳이지만 한겨울의 밤에 찾아와도 따뜻하게 맞아주는 그런 사찰이 신원사이다. 그래서 신원사를 한 번도 안 찾아온 사람은 있어서 한 번만 찾은 사람이 없다는 말이 있는 그런 느낌의 사찰이다. 2017년은 정국도 불안하고 예측하지 못할 사건들이 앞에 도사리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신원사를 찾아온 이날 하루만큼은 매우 평온했던 것 같다.  

대선이나 총선, 지방선거가 있는 해에는 이곳이 더욱더 붐빈다고 한다. 정치시계를 가늠하기 힘들정도로 복잡한 계산이 있는 2017년은 이곳이 명당처럼 생각하고 찾아오는 사람들도 많을 듯 하다. 특히 매달 초 새벽에 정기적으로 찾아오는 정치인이 있을 만큼 기도의 효험이 있는 공간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계룡산에서 가장 유명한 사찰은 동학사와 갑사지만 내실이 알찬 곳은 신원사다. 651년(의자왕 11)에 창건한 신원사는 동서남북 4대 사찰중 남사에 속하는 곳으로 마곡사의 말사이다. 신원사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건물은 대웅전이 아닌 중악단이다. 본래는 계룡산의 산신제단(山神祭壇)이었는데 계룡단이었던 것이 조선 말 고종 때 묘향산에 상악단(上嶽壇), 지리산에 하악단(下嶽壇)이 있으니 중악단으로 고쳐 부르게 되었다.

건강하게 먹는 한 끼의 식사는 그 어떤 보약보다 몸에 좋다는 생각을 항상 하면서 살아간다. 사람은 정신과 육체가 있다. 정신적으로 힘들때는 신원사같은 사찰에서 조용하게 힐링하며 치료할 수 있고 육체적으로 힘들때는 건강에 좋은 음식으로 조금씩 치료할 수 있다. 그 어느 하나 소흘히 할 수 없으며 균형을 맞춰야 하는 것이 삶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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