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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밭을 갈듯이...

시대의 문학과 음식을 찾아보는 당진 상록수 필경사

일반적인 교육과정을 모두 거쳤을 텐데 우리는 왜 소통이 원활하지 않을까. 국어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고 대화라는 것이 무엇인지도 알 것이다. 그렇지만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다. 대화를 주제로 하는 수많은 책들은 지금도 나오고 있고 앞으로도 나올 것이다. 문자가 생겨나고 생겨난 직업 중에 필경사라는 것이 있다. 문자를 아무나 사용할 수 없었던 시대에 정보를 전달하고 기록하는 데 있어서 손으로 글을 쓸 수 있는 사람들의 역할은 중요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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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들은 생업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만의 밭을 갈면서 살아간다. 농부가 농사를 지어서 돈을 번다면 필경사는 붓으로 밭을 갈아서 돈을 벌면서 살아간다. 동양도 서양도 인쇄술이 발전하기 전에는 필경사가 손으로 글을 베껴 서서 필사본을 제작했었다. 지금까지 알려진 명필들도 공문서를 작성하는 사자관이라는 벼슬이 있는데 한석봉도 그 관직부터 시작하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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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에 자리한 상록수의 저자 심훈 선생의 고택의 이름은 붓으로 밭을 간다는 이름의 필경사와 같다. 올해 당시 시대상과 선생의 삶을 들여다보는 역사문화 체험 프로그램 새로운 계몽의 시대, 필경사의 운영을 시작하였다. 일제강점기 농촌지역에서 활발하게 펼쳐졌던 브나로드 운동을 모티브로 21세기형 새로운 계몽운동을 표방하는 '상록수 계몽 클래스'는 오는 11일 시작해 총 6회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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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는 직업은 글로 밭을 갈아서 좋은 글을 골라내고 발에 걸릴 돌을 빼내는 일이다. 끊임없이 밭을 갈지 않는다면 어떤 것도 발굴할 수가 없다. 정부에서도 인사혁신처 소속에 필경사라는 직업이 있었다. 1962년에 필경사 보직이 생기고, 1대 필경사가 1995년까지, 2대 필경사가 2008년까지 근무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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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훈 선생은 계몽을 통해 세상을 바꾸려고 했었다. 그가 원했던 계몽은 지식이 인간의 번영을 증진할 수 있다는 믿음이 그 원천이기도 하다. 세상은 모든 사람이 원하는 완벽한 세상은 만들 수는 없다. 이성의 힘과 이성이 존재한다고 주장하고자 하는 지각력이 있는 모든 존재가 계몽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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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록수가 쓰였던 시기에도 삶이 있었다. 소설 상록수를 바탕으로 당시의 문화과 음식 등을 시대와 역사, 입체적으로 다양하게 경험해 보는 복합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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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다닐 때만 하더라도 타자는 괜찮은 직업을 갖기 위한 조건이기도 했었다. 워드 프로세서가 하나의 자격증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불편한 타자기를 치는 것도 직업 중에 하나였다. 지금 필경사라는 직업은 서예나 캘리그래피와 같이 예술 혹은 작품활동과 연관되는 것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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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은 계속 변화하고 시대가 요구하는 직업은 계속 바뀌어간다. AI가 대세가 되어갈 미래에는 어떤 직업군이 등장하게 될까. 심훈이 꿈꾸었던 계몽의 세상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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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을 계몽하기 위해 노력했던 심재영과 최용신은 각자의 방법으로 밭을 갈았다. 누구보다 쉽게 글을 접하고 책을 읽을 수 있는 세상에서 우리는 역설적으로 소통이 안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막힌 것을 버린다는 소(疏)와 연결을 뜻하는 통(通)이란 개념의 합성어로 서로 막힌 것을 뚫어가는 과정이 소통의 본질이다. 계몽은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을 많이 만들어내는 것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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