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4대 명당이라는 곳에 머물렀던 전응방의 야옹정
요즘 많이 더워졌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떤 것들은 흥하기도 하고 쇠하기도 했다. 옛 노루재의 길을 지나가다 보면 봉화에서 안동으로 가는 길목의 길고 지루한 예고개가 자리하고 있다. 예고개에서는 경북 영주, 경북 안동, 경북 안동으로 갈라지게 된다. 이곳에서 아래로 내려가기만 하면 봉화군이 나오는데 예고개는 닭밝막창과 칡냉면이 유명해서 가던 사람들도 머무는 곳이기도 하다.
생각보다 한국은 많은 길이 있고 먹을 것들도 많으며 물길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곳에서의 냉면은 7,000원에 먹어볼 수가 있었다. 요즘처럼 10,000이 가뿐하게 느껴지는 요즘 무척이나 가볍게 느껴지는 식사가격이었다. 예고개에서 넘어가서 옛사람으로 벼슬길에 나가지 않고 머물렀던 야옹정으로 가본다.
야옹정은 경북 예천군과 경북 봉화군 두 곳에 있다. 봉화군에 자리한 야옹정은 야옹 전응방(1491~1554) 선생이 건립한 정자로 자신의 할아버지인 전희철이 단종 때 세조의 왕위찬탈을 보고 권력이라는 것에 대한 무상함을 손자에게 유언으로 말해주었다고 한다.
공기 좋고 물 좋은 이곳에 관직에 뜻을 버리고 머물면서 야옹정을 세워서 도덕과 학문을 수련하였다고 한다. 당시에 퇴계 이황과 자주 교류하였다고 하는데 퇴계 이황은 안동과 봉화를 끊임없이 오갔던 사람이기도 하다.
태백산 자락 아래 낙동강이 흐르는 곳, 산빛이 곱고 강물이 맑다는 뜻의 ‘산자수명(山紫水明)’ 명당에 의도하지 않게 더 많은 시간을 머물게 되었다. 노력을 해서 성공을 거둔 뒤에 안빈낙도할 때 얻는 심신의 여유로움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야옹정은 이 고택의 안쪽에 자리하고 있다. 야옹정은 앞면 3칸, 엽면 2칸 규모로 만들어져 있다. 자연과 마주하며 머물고 누군가는 찾아가는 기쁨을 누리고 맞이하는 즐거움이 있다. 그렇기에 좋은 곳에 머물기에 좋은 공간을 만들어놓은 것이다
찾아오는 지인과 더불어 세상의 변화를 논할 수 있을 때 즐거움이 드러나기도 한다. 이곳에 가보면 알겠지만 산은 높지 않게 빙 둘러져 있고 조금만 걸어 나가면 있는 시냇물은 깊지는 않지만 수량은 적지가 않았다.
스스로 밭을 일구어 먹을 것을 만들어서 거친 음식으로 몸을 부지하면서 살았으며 찾아오는 퇴계 이황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무욕의 즐거움을 구했다고 한다.
할아버지인 휴게는 단종 유배 시 호종관으로 수행한 뒤 고향 충북 옥천으로 귀향했다고 한다. 그 후 세조의 거듭된 부름에 칭병하며 출사 하지 않다가 경북의 깊은 곳으로 숨어들어 살았다고 한다.
이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영월이 있다. 영월에는 단종이 잠들어 있는 작은 왕릉이기도 한 장릉이 자리하고 있다. 할아버지는 손자에게 장릉에 참배하고 벼슬에 나서지 말라고 권하였다.
여름꽃이 피어나고 있을 때 봉화의 깊은 곳에 자리한 야옹정을 방문해 보고 누군가의 유지에 대해 생각해 본다. 할아버지에서 아버지로 그리고 아들에게로 혹은 딸에게로 이어지는 사려 깊은 배려와 유산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