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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예산 공포의 쫄깃함

예산이 많이 투자되지 않고 영화를 완성도 있게 만들기 위해서는 제한된 공간에서 연출하고 특정 인물을 중심으로 촬영하면 가능하다. 할리우드에서 공포영화를 통해 남자 배우가 뜨는 경우는 극히 드물지만 여자 배우가 공포영화를 통해 뜬 사례는 적지 않았다. 여자가 가진 연약함과 공포가 만나면서 그걸 극복하기를 바라는 묘한 기대감이 여배우에 대한 호감으로 자리잡기 때문일까? 클로이 모레츠, 제니퍼 러브휴잇, 크리스틴 스튜어트, 베라 파미가 등이 공포영화를 통해 주목을 받았고 배우로서 안착을 했다.


인디펜던스 데이에서도 출연한 마이카 먼로는 팔로우로 데뷔해 여러 영화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리고 있다. It Follows에서 알 수 없는 존재에게 쫓기며 삶을 위협당하는 소녀로 분했다. 감독은 어린 시절 누군가에게 쫓기는 꿈을 꿈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각본을 쓰고 작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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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살이 된 그녀는 남자 친구 휴와의 데이트에서 잠자리를 가진 후 이상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휴는 그녀와의 관계를 통해 자신을 쫓아오던 미지의 존재를 그녀에게 넘겼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그리고 그것을 누군가에게 넘기지 않으면 제이 역시 죽는다는 저주와 함께 말이다. 관계를 터부시 하는 그런 것일까. 관계를 통해 저주를 누군가에게 넘긴다는 설정은 그런 생각을 하게끔 만든다. 관계를 한 후 그녀는 휴의 예언처럼 사신 같은 존재들이 쫓아오는 것을 체험하게 된다. 서서히 공포감이 그녀를 패닉 상태로 몰아넣을 때 그녀는 그 존재를 친구인 그렉에게 관계를 통해 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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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은 보지 못하지만 자신만 볼 수 있는 그런 존재가 있다면 어떨까. 게다가 그 존재는 관계를 통해서 전이된다. 정확하게 말하면 전이되는 것이 아니라 떠넘기기다. 만약 당신에게 기이한 저주가 걸렸고 관계를 통해서 전달할 수 있다면 관계는 사랑이라던가 애틋함 같은 것의 결과물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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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동생은 그녀를 구해주기 위해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지만 그녀만이 그것을 해결할 수 있다. 아무도 보지 못하는 그런 존재가 어디에서 왔고 왜 왔는지 알지 못한다. 분명한 한 가지는 남녀 간의 관계를 통해서만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해보니 그럼 동성 간의 관계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일까. 그 존재에 대한 설정을 청소년에서 성인으로 탈바꿈하는 심리학적인 시선으로 봐야 하는 건지 모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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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로우는 조금 갑갑한 느낌이 드는 공포영화다. 영화의 끝부분에서 그녀는 그녀를 좋아하는 남자와 손을 잡고 가는 장면으로 끝을 맺는데 그 느낌이 묘하다. 여성이 가진 감수성의 복잡함이 영화를 통해 드러나는 것 같기도 하고 여자가 관계를 가짐으로써 어떤 변화를 가지게 되는지를 그리는 것 같은 묘한 복선들이 숨겨져 있다. 공포영화를 표방했지만 여성의 정체성 혹은 관계가 가지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그 속에 몰려 숨겨놓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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