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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즌

선과 악이 필요 없는 세상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감옥에 가는 사람들을 특별한(?) 부류라고 생각한다. 교도소는 교화를 시키고 갱생하는 곳이지만 그런 긍정적인 효과보다 범죄자 네트워크를 공고히 하고 범죄수법을 배워서 나오는 부정적인 효과만 더 큰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회가 범죄라고 규정한 행동을 했고 그 행동에 대한 책임으로 형을 살게 된다. 그리고 그 형의 집행이 끝나는 순간 그 사람은 자유로워질 수 있는 것일까. 낙인효과를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한 번 편하게 살 수 있는 길을 모색하기 시작한 사람들이나 다른 사람들의 고통에 무관심한 사람들은 반복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순환고리에 빠지게 된다.


교도소에 한 번 들어갔던 사람이 다시는 들어가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곳이 자신의 세상처럼 느껴지는 사람도 있다. 그곳에서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으며 오히려 사회에서 있는 것보다 더 인정받는 그런 공간이라면 아마 그 안에서 평생을 살고 싶은 누군가가 있을지 모른다. 프리즌의 교도소 대통령 익호는 바로 그런 사람이다. 영화가 낚시하듯이 사람을 낚은 것처럼 안에서 세상을 조종하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것은 하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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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설정에서부터 한계가 있었다. 다른 세상과 격리된 곳에 수감된 재소자끼리 그리 크지 않은 사회에서 악행을 저지르고 온갖 이권을 가진다면 납득이 갈 수도 있지만 이들은 꼭 그런 것 같지도 않다. 익호는 자신이 거주하는 교도소의 교도소장과 전 교도관까지 손에 넣은 것은 분명해 보이나. 전체 교도소를 장악한 것도 아닐뿐더러 수사기관에는 생각만큼 영향력이 크지도 않다. 그를 도와주는 것은 교도관과 돈에 눈이 멀은 간 큰 교도소장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관계에 끈이 살짝 있어 보이긴 하나 그냥 줄 거 주고받을 거 받는 얕은 관계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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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호의 눈의 가시는 기소권을 가진 검사나 경찰 고위간부가 아닌 교도 국장인 배 국장 정도이다. 교도소에 대한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그는 익호가 어떤 사람인지 익히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 사람 됨됨이를 아는 것에 비해 대응은 너무나 어설펐다. 감옥 밖으로 아무렇지 않게 드나들 수 있는 익호 친위세력의 파워를 간과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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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래원은 영화에서 자신의 형의 죽음에 얽힌 사건을 밝혀내려는 경찰로 등장한다. 한국영화 중 범죄조직에 섞여 들어가 그 정보를 캐낸다는 설정의 영화가 여러 번 등장한 것은 사실이지만 교도소 안으로 들어가 그들과 함께 어울린다는 설정의 영화는 많지 않았다. 우선 폐쇄된 환경에서 안위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곳으로 잠복근무할 열혈 경찰은 거의 아니 한 명도 없을 테니 말이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는 유건이라는 사이코 경찰 캐릭터를 만들어 안으로 집어넣었다. 익숙한 프로세스에 의해 두목의 오른팔이 된다. 기존의 오른팔이었던 사람은 위기의식을 느끼고 외부세력과 손을 잡는다는 설정이 깔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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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셉트가 폐쇄된 공간 안에서 세상을 조종한다는 것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교도소는 마치 기숙사 같은 느낌이다. 교도소장은 그냥 일반 기숙사감 같고 교도관은 규율 부원들 같이 군다. 그리고 그 속에서 주먹짱 익호는 자신의 세상인양 이곳저곳을 들쑤시기도 하고 모든 것에 대한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그 속에서는 경찰이며 검찰이고 판사로서 집행자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


설정이 좀 억지스럽지만 연기 베테랑들이 출연한 덕분에 영화는 그냥 그럭저럭 흘러간다. 그리고 그 속에서 한석규의 악역 카리스마를 통해 그들 세계의 냉혹한 현실과 약육강식의 세계를 보여주려고 한다.


복종하면 살 것이요. 배신하면 그 길의 끝은 죽음일지니 나의 세계에 안착할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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