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코믹스러운 감동이 있다니...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캐릭터들은 모두 크고 작은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들이다. 그런데 묘하게 캐릭터들이 사랑스러우면서 재미있다. 전작에서 서로를 못 잡아먹을 것처럼 다투던 이들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라는 팀으로 제대로 뭉친 것이 이번 작품이다. 전작에서는 그냥 범죄자가 자신의 범죄 경력을 지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정의의 편에 섰다면 이제는 본격적으로 우주를 보호하고 생명을 구하기 위한 팀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가오갤 팀의 표면적인 리더는 스타로드이지만 나머지 팀원들은 굳이 리더가 시키는 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강인한 종족으로 태어난 강인한 전사 가모라, 무식한 힘을 가졌지만 유머 코드 빵빵 터지는 드랙스, 모든 이들의 미움을 사기 위해 태어난 너구리(여우, 판다, 개로 불려지기도 한다) 로켓, 귀엽고 엉뚱하면서 분노조절장애 증상도 살짝 보이는 베이비 그루트, 나중에 합류한 상대방의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맨티스, 비열해 보이지만 마음만은 따뜻한 욘두까지 한 명씩 보면 문제가 많지만 합쳐놓으면 그럭저럭 괜찮은 패밀리다.
멋지고 잘생기고 능력도 많은 히어로들이 뭉쳐 있는 어벤저스팀과 달리 이들은 무언가 부족하고 안타깝고 때론 모자라 보인다. 진지할 때 진지하지 않고 진심을 다해야 할 때 헛소리만 내뱉는다. 그런데 이들은 재미있다. 모자란 부분이 있어서 더 정감이 간다. 신에 가까운 능력을 가진 에고를 상대할 때도 이들은 각개전투를 고수한다. 개개인의 능력을 합쳐봤자 별 거 없어 보이지만 이들은 가슴의 밑바닥에는 서로를 신뢰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개그코드가 있어서 죽음이나 위험에 그렇게 진지 하지 않고 겁내지도 않는다.
가오 겔 2는 교훈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우선 어릴 때 아버지를 한 번도 못 보고 자신을 잡아먹는다는 협박을 일삼는 욘두의 손에 자라난 스타로드부터 우주의 절대적 타노스의 손에 자라난 서로 원수가 된 자매 가모라와 네뷸라, 태생적으로 사랑을 못 받은 로켓과 욘두까지 이들은 모두 결함이 있고 극복하기 힘든 정신적인 상처를 가지고 있다. 가오 겔 2의 악으로 등장하는 에고 역시 혼자서 모든 것을 익히고 만들어야 하는 운명을 가지고 태어난 생명체 혹은 지식 그 자체이다. 그는 사랑이나 친구, 가족 같은 개념이 없다. 가장 이성적이기에 가장 위험한 괴물로 자라난다.
소버린 행성의 의뢰를 받고 상당히 가치 있는 배터리를 보호하는 용역을 맡았으나 오히려 로켓은 그 배터리의 일부를 훔치면서 소버린 군대에게 추격을 당하게 된다. 그런 그들을 에고가 구하면서 이들의 난관은 시작이 된다. 에고의 행성을 방문한 피터 일행과 욘두의 라바자르 무리와 얽히게 된 로켓 일행은 각자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영화의 중심을 잡고 가는 것은 바로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이다. 완벽한 이성체 에고는 아틀라스 증후군을 키워준 욘두는 피터에게 오디이푸스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아버지와 아들은 가까운 사이면서 때론 경쟁하는 관계이기도 하다. 중세의 이탈리아의 귀족 가문이었던 폴렌타가의 집안에서 아들이 아버지를 죽이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전작에서 가모라의 이복동생이며 피도 눈물도 없을 것 같은 기계인간 네뷸라의 인간적인 면모나 그녀가 왜 그렇게 변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 배경이 드러난다. 마음 속으러 조종하는 욘두의 화살은 엄청난 힘을 발휘하면서 가오겔을 위험에서 빼내기도 한다. 진짜 아버지인 에고로 인해 우주가 위험에 빠지지만 이들의 무한 긍정 마인드는 그걸 극복 가능하게 만든다.
타노스가 계속 언급되는 것으로 보아 어벤져스3 인피니티 워에서 가오겔팀이 합류할 확률이 99.999% 정도 되는 듯 하다.
아버지는 완벽할 필요도 그렇게 잘할 필요도 없다. 그냥 그 자체로도 의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