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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pr 28. 2017

차덕후, 처음 집을 짓다.

사는 꿈, 사는 공간, Dream House 

필자가 살고 싶은 집, 꿈꾸는 집은 남들이 볼 때 좋은 상권과 대형 평수의 아파트가 아니다. 집에 들어가는 순간 행복함이 밀려들고 그 안에만 있어도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공간이다. 경제적인 이유로 인해 부풀려진 집값으로 대다수의 국민의 머릿속의 한편에는 사는 집이 아니라 힘든 집이라는 기억이 새겨져 있다. 청년층의 최고 고민은 주거이고 노년층의 최고 고민 역시 사는 집에 대한 문제다. 왜 집이 가장 큰 문제로 부각되었을까. 왜 집을 보면 행복함이 아니라 한숨이 나오는 것일까. 감당하기 힘든 전세로 인해 외곽으로 밀려나는 현실에서 대안은 없는 것일까. 


지금 살고 있는 곳이 계속 살집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필자가 머물고 싶고 행복해지고 싶은 집을 짓고 싶다는 생각에 주거 해부 도감부터 일본의 땅콩집, 전원주택 짓기 등의 책을 적지 않게 읽어 봤다. 그러던 중 접하게 된 한 권의 책은 자동차 덕후 '거실에 주차 하'는 집짓기 프로젝트였다. 


일본의 경우 크기가 작은 주택이라고 해도 차고가 딸린 주택을 흔하게 볼 수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 차고가 딸린 주택을 만나기 위해서는 목 좋은 곳에 평수도 상당한 단독주택일 경우나 가능하지 그 외에는 많지 않다. 차고 같아 보이지 않은 개러지가 달린 주택은 우선 제외해 본다. 이 책의 저자 역시 13평 아파트 세입자에서 부모와 힘을 합쳐 살고 싶은 주택 만들기 프로젝트를 추진한 사례였다. 


전셋값 폭등, 전세난민의 삶, 불편한 삶, 월세, 직장에서 멀어지는 불편함... 이것이 한국에 사는 국민들의 자화상이다. 먹고살기 위해 돈을 벌어야겠고 돈을 벌기 위해서는 대도시로 가야 하는데 경제는 끊임없이 성장해야 한다는 논리에 의해 주거비용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부풀려졌다. 삶의 질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오로지 집을 사기 위한 삶으로 전락해버렸다. 

'이 돈으로 구할 수 있는 게 고작 이런 집이라니...." 


'이 돈'은 정상적인 환경에서 생각보다 모으기가 훨씬 힘들다. 그런데 바깥에 나가보면 그 돈이 별 것이 아닌 것을 알게 된다. 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없는 형편에 저자는 부모님과 함께 짓는 듀플렉스 주택을 선택하게 된다. 

집을 짓기 위해서는 땅이 필요하다. 집을 지을 수 있는 땅은 여러 가지 고려사항이 필요하다. 지적도와 임야도를 살펴야 하고 기반시설이 되어 있나 경사도, 허가, 금전관계 등을 검토해야 한다. 그리고도 가장 중요한 가지고 있는 예산에 걸맞아야 한다. 그 모든 것이 준비되면 가장 중요한 건축을 해줄 좋은 사람을 만나야 한다. 여기서 좋은 사람이란 적합한 비용에 건축을 해줄 사람이다. 욕심에 눈이 멀어 대강 건축할 사람이 아니다. 

필자가 생각하는 집과 저자가 생각하는 집의 형태는 상당히 다르다. 우선 저자는 차가 함께하는 집을 상상하고 있고 나의 경우는 빛과 물, 책이 함께하는 구조를 생각한다. 사람마다 원하는 집의 형태는 다르고 일반적인 동선이나 사람들이 원하는 공통사항만 어느 정도 중첩될 뿐이다. 집을 짓는 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 건축가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것보다 최소 6개월 이상을 고민하고 초안이 만들어진 상태에서 건축가와 상의하길 권한다. 그렇게 하고서도 1년 가까이 시간이 소요되어야 원하는 집이 만들어질 수 있다. 

"자기 차를 너무나도 좋아하고, 그 차가 구형이 된다 해도 사랑이 식지 않을 정도로 좋아하기 때문에 차로 구축한 나만의 세계가 화곡 하고, 그 세계가 엄청 깊고, 또 그런 깊은 세계를 가진 이들이 심심찮게 보이는 우리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내면은 지식만으로 채워지지 않는다. 오래도록 사랑해야 한다." 

기초작업과 외장 작업에 이어 가장 중요한 내장 작업은 배선과 수도, 온돌 등 기초설비 설치 과정을 거쳐 바닥 콘크리트 작업, 내부 단열재 시공, 내벽 시공, 도배와 도색하기 과정을 거치면 집의 형태를 띠게 된다. 지금부터 중요한 것은 디테일이다. 인테리어를 새로 하고 살아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큰 것에서 거슬리지 않는다. 작은 디테일이 계속 신경 쓰인다. 

마침내 꿈처럼 생각했던 집이 마무리가 되었다면 마지막 관문인 준공검사가 남아 있다. 준공검사를 하면서 내야 하는 비용들도 생긴다. 예를 들면 취득세 같은 것 말이다. 


목조주택 시공 스케줄에서 고려해야 될 내용 : 골조공사 (공통 가설공사, 규준틀, 터파기공사, 기초 거푸집 설치, 철근배근, 콘크리트 타설, 목재 골조, 합판 취부), 외부공사 (비계 설치공사, 비계 해체공사, 창호공사, 외벽마감공사, 지붕, 홈톰공사, 두배 시설공사), 내부공사 (방수공사, 바닥 몰탈 타설, 내장목공사, 금속공사, 타일공사, 도장공사, 주방가구공사, 설비공사, 전기공사), 기타 (준공청소, 마무리 공사, 시 오수관 연결, 상수도 인입, 도시가스인입, 사용승인) 

비로소 모든 것이 마무리가 되고 살기 위한 집으로 마무리하는 과정들이 후반부에 기술되어 있다. 필자가 보아도 집은 깔끔하고 편리하면서 저자의 생각이 반영되어 있어 보였다. 


작업실 : 남자의 동굴, 나만의 요새

"우리 집에서 나만 사용하는 남자의 동굴이자 핵심 공간이다. 차고를 통해서만 들어갈 수 있어 외부와 완벽하게 분리된다. 숨겨진 작업실인 셈, 회사 일을 보고나, 원고를 쓰거나 그도 아니면 그냥 멀 때리고 있기에 이만한 공간이 없다. 그렇다. 우리 남자들에게는 이런 공간이 필요했던 거다." 

가장 궁금해하는 저자의 주택 비용은 아래와 같다. 

대지면적 66평에 건축면적 26평, 연면적은 64평이다. 


토지 구매 : 2억 7천500만 원

디자인&설계비 : 2천만 원

시공비 : 2억 9천만 원

감리비 : 300만 원

기타 각종 세금과 잡비 : 5,000만 원

집이란 적당하게 살다가 돈을 남기고 팔기 위한 대상이 아니다. 그렇게 해서 돈을 조금 벌더라도 멀지 않은 시기에 말도 안 되는 일로 돈이 새어 나간다. 사회는 조용하지만 살벌한 전쟁터이다. 엄청난 경쟁과 투쟁 속에 나를 지탱하다가 집에 돌아오면 여전히 스트레스받는다면 그 삶이 행복할까. 때론 같이 있고 싶을 때가 있고 때론 온전히 혼자서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집을 짓는다는 것은 나를 완성해주기 위한 첫걸음을 시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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