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이 참여해서 만드는 미디어 아트전 청주시립미술관의 '청주에 뜬 달'
사사(私私) 로움이 없이 세상을 바라보면 그 지역을 아우르는 역사(史)에 대해 알 수가 있다. 사는 곳도 모두 다르고 생각하는 것도 모두 다를진대 이루고 싶은 것에 대한 목표가 어떻게 같을 수 있겠는가. 도덕경에서는 무사성사(無私成私)라는 표현이 있다. 즉 나를 버리면 결국 나를 얻는다는 의미다. 사리사욕 (私利私慾)과는 전혀 다른 결의 표현이기도 하다. 가까이에 있는 도시 청주가 통합이 된 지 벌써 10년이 지나가고 있다.
청주에 대표적인 미술을 전시하는 곳으로 국립청주미술관과 청주시립미술관이 있다. 지원하는 예산이 달라서 국립이 더 큰 전시를 하고 있지만 청주만의 색깔을 느끼고 싶다면 청주 시립미술관을 방문하는 것을 권해본다.
실험적이며 선도적인 창작활동을 펼친 작가들을 조명하고 동아시아 중심 청주를 목표로 운영하는 청주 시립미술관에서는 청주의 통합 10주년을 기념해서 전시전이 열리고 있었다. 작가들의 작품이라기보다는 청주시민들의 이야기가 담긴 작품전이라고 할까.
이곳에서 8월에 전시하고 있는 작품은 사사롭지만 역사를 말하고 있어서 사사롭지 않다고 볼 수도 있다. ‘청주에 뜬 달’은 온라인으로 시민들이 보낸 메시지를 전시장 미디어 월에서 실시간 미디어아트로 구현하는 시민 참여 전시다.
청주의 뜬 달이라는 시민참여 실감 미디어 아트전은 지난 7월 4일부터 시작해 9월 29일까지 청주시립미술관 1층 실감영상체험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시민 참여로 전송된 메시지는 전시 기간 축적돼 거대한 희망의 물결을 만들어 내고 있는데 이번 전시에서 ‘달’은 과거~현재~미래를 연결하는 매개체다. 메시지를 전송하면 실감 영상 체험관에서 실시간으로 메시지를 불러올 수 있다.
과거의 청주 시민이 했던 메시지와 현재의 시민이 말하는 메시지 그리고 다가올 미래에 전달되는 메시지를 시민 참여로 생성된 수많은 메시지는 전시장 미디어 월에서 달과 함께 떠오르게 된다.
수많은 메시지를 주고받은 현대사회에서 하루에도 수십 차 레 혹은 수백 차례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어떤 메시지는 흘러가고 어떤 메시지는 머물게 된다. 우리는 어떤 메시지를 담고 살아가게 될까.
올해 청주시의 행사들은 청주 10주년과 맞닿아 있다. 시공간을 초월해 서로를 응원하는 메시지를 공유하는 경험은 한글로 만들어져서 공간을 채우게 된다.
청주 가는 길의 강익중 작가는 1984년 홍익대 서양화과를 졸업한 뒤 미국의 유명 미술학교인 프랫 인스티튜트로 유학을 떠나며 본격적인 작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전 방송국 공개홀로 쓰였던 10m 높이 대형 전시장은 전시장 4면과 바닥까지 모두 작가가 일상에서 얻은 삶의 지혜를 짧은 문장으로 적은 '내가 아는 것' 시리즈로 꾸며두었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다 보면 그림이 글이 될 때가 있고 글이 그림이 될 때가 있다. 모두가 한글을 배웠지만 똑같이 이해하지 않으면 받아들이는 것도 모두 다르다.
수많은 한글들 속에 순간순산 간 떠오르는 장면과 생각들이 빠르게 스쳐 지나가고 있다.
강 작가는 이 전시에서 네 개의 대형 직육면체에 한글과 상형문자, 아랍어, 영어로 아리랑의 가사를 적고 세계인들이 각자의 꿈을 그린 5천여 점의 드로잉으로 내부를 구성하는 '네 개의 신전'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한다.
필자 역시 공간을 꽉 채우는 것을 좋아했었다. 원래 도면이라는 것이 빈 공간을 남겨두는 것이 아니라 차곡차곡 채워서 짜임세 있게 공간을 설계하는 것이 좋은 점수를 받기 때문에 그런 스타일이 버릇이 되었다.
달에다가 소원을 빌기도 해보고 다른 사람들이 보낸 메시지를 보면서 공감을 해보는 것도 좋다. 어차피 사적인 마음이지만 그것이 때론 역사가 되니 말이다.
작가가 그렸던 드로잉들을 보고 있으니 대학 다닐 때 했었던 수많은 드로잉을 잘 보관했을 것 하는 아쉬움이 든다. 1학년때부터 4학년때까지 다양하고 실험적인 도시계획과 콘셉트 디자인, 건축설계, 토목설계등의 디자인을 했었는데 그 모든 것이 대부분 사라졌다. 아쉽지만 어떻게 하겠는가. 지금 필자가 하는 일이 어떤 의미에서 보면 디자인과 관련된 분야일 줄 몰랐으니 말이다.
청주시립미술관
충북 청주시 서원구 충렬로 18번길 50
043-201-26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