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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ug 20. 2024

소나무속의 일출

울진 사적지 관동팔경의 월송종의 여름은 아름답고 고요하다. 

폭염으로 뜨거운 한낮은 여전하다. 힘든 여름을 견디고 있는 사람들 역시 여름의 매력을 찾아다니는 여행도 마다하지 않는다. 더운 여름을 슬기롭게 보낼 수 있는 곳이 어디가 있을까. 경북 울진이라면 어떨까. 시원한 바닷바람이 불어오고 사시사철 시원한 송림 속에 맑고 깨끗한 공기와 함께 조금만 나아가도 청정한 바다가 보이는 곳이 울진이라는 지역이다. 

물론 울진의 해수욕장이나 바다를 빼고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울진이라는 지역은 그것뿐만이 아니다. 곳곳에 볼만한 풍광과 머무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여행지를 곳곳에 숨겨둔 곳이다. 

월송정이라는 곳은 고려시대에 창건되었는데 관동팔경의 하나로 알려져 있으며 망양정과 함께 동해안에서 일출 명소로 너무 잘 알려진 곳이다. 푸른 동해 바다를 보다가 이곳을 만나면 조용하면서 사색이 가능한 분위기에 자신도 모르게 푹 빠져들게 된다.  

월송정은 신라의 영랑, 술랑, 남속, 안양이라는 네 화랑이 울창한 소나무 숲에서 달을 즐겼다 해서 월송정이라고도 하고, 월국에서 송묘를 가져다 심었다 하여 월송이라고 부르고 있다고 한다. 

지금 세워진 월송정은 1980년에 고려시대의 양식을 본떠서 다시 지은 것이라고 한다. 소나무숲길에 자리한 정자 하나가 어떤 매력을 가졌길래 관동팔경이라고 불리게 되었을까. 옛 선조들의 풍류를 느낄 수 있는 관동팔경 중 북한에 자리한 제1경 촉석정만을 제외하고 강원도와 경상북도에 남아 있다. 

울진 월송정을 방문했다면 황톳길이 아니더라도 맨발로 걸어볼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운치 잇게 자란 소나무들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으며 솔잎과 모래가 부드럽게 발을 얼러만 져 주는 것을 느끼게 된다.  

조선시대 왕 중에 그려진 그림만을 가지고 좋아했던 임금 중에 성종, 숙종, 정조가 있다. 세 왕 모두 왕권을 강화시키고 백성들의 삶을 살폈던 사람이며 사랑꾼이었던 숙종이나 현자라고 불렸던 성종, 가장 공부를 많이 했기로 알려진 정조다.  

이곳에 들어오면 여름의 더위를 살짝 잊어볼 수가 있다. 울창한 해송숲 사이로 편하게 놓인 데크길을 끝까지 걸으면 남대천 하구가 푸른 바다와 만나는 곳에 이르게 된다.  

서해에 자리한 해풍을 막기 위한 방풍림과 동해의 방풍림의 느낌은 좀 다르게 다가온다.  경상북도 울진군 평해읍 월송정 주변은 기우자의 길로도 알려져 있다. 고려 말에 대체학으로 끝까지 충절을 지켰던 기우자 이행 선생이 소를 타고 거닐면서 나라를 걱정하면서 걷던 길이라고 한다. 

기우자 이행은 고려가 국운을 다하고 이 씨의 신왕조가 들어섰을 때 역성혁명을 거부한 죄목으로 이곳에서 귀양살이를 했다고 한다. 그리고 죽음을 맞이했는데 사후에 세종이 그 생애를 기려 문절의 시호와 여산부원군으로 봉하여 추모하였다고 한다.  

누군가는 자신의 이득을 위해 움직였을 뿐인데 백성을 위한 것이라고 궤변을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가치관을 지키며 살아가기도 했다. 달빛과 어울리는 솔숲이라는 의미에 걸맞은 발걸음을 했던 사람들의 삶이 마치 맑은 달빛이 소나무 그늘에 비치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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