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12 탑건-매버릭

순수견양 (順手牽羊) 기회를 틈타 양을 슬쩍 끌고 간다.

어떤 일을 하든지 간에 작더라도 발판이 마련이 되어야 한다. 처음부터 크게 얻으려고 하는 것은 과욕이며 그 과욕이 결국 스스로를 망치게 된다. 모든 사람은 위기의 순간에 이르러서야 그 진가가 드러나게 된다. 지름길처럼 보여도 어떤 길은 훨씬 더 먼 길로 돌아아게 만들며 멀게 보이는 길이라도 자신의 템포대로 걷다 보면 언젠가는 목표하는 지점에 이르게 된다. 그렇게 평탄하게 살아갈 수 있다고 하더라도 위기는 찾아오게 된다. 한 사람이 가진 시간을 크게 바라보면 현재의 크고 작은 변화는 순간에 불과하다. 그 순간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물줄기가 바뀌기도 한다.


전투기가 등장하는 영화의 레전드라고 할 수 있는 영화 탑건 매버릭이 개봉한 것이 2022년이다. 시간이 참 빨리 흘러간다는 것을 다시금 느낀다. 드론이 이제 미래 전투기의 대안으로 성장하고 있는 이 시기에 최고의 파일럿은 배출이 되고 있다. 원자력과 관련된 무기가 숨겨져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미국은 매버릭의 지휘아래 견고한 팀워크를 쌓아가던 팀원들에게 국경을 뛰어넘는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훈련을 하게 된다. 이들 모두는 탑건이지만 F18로 5세대 전투기를 상대할 수는 없기에 상당히 무모해 보이는 계획을 위해 신체능력을 극한으로 몰아붙여야 한다.


손자병법의 12번째 전략은 순수견양으로 순할 순(順), 손 수(手), 이끌 견(牽), 양 양(羊)이 합쳐진 것이다. 어떤 목적을 행할 때 그 목적에만 집중하지 말고 시야를 넓혀서 적의 빈틈이나 주변에 작지만 이들을 될 만한 것들을 살펴서 취해서 결국에는 목적한 바를 이루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눈에 보이는 대로 모든 것을 챙기라는 의미는 아니다. 사람은 어떤 목적을 이루려고 하던가 너무나 간절하게 되면 터널시야에 갇히게 된다. 상황에 맞는 적절한 선택이 아니라 최악의 선택을 하는 순간이 온다.


영화 속에서 매버릭은 작전을 성공시켰지만 불가피한 상황에서 적진에 추락을 하게 되고 루스터와 함께 항모로 돌아갈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활주로가 붕괴되어 버리고 적들로 가득 차 있는 그 공간에서도 매버릭은 방법을 찾아낸다. 순항미사일 공격으로 난장판이 되어버린 적진에 잠입해서 구형 전투기인 F14를 탈취해서 도망가기로 한 것이다. 누가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활주로가 대부분 파괴가 되어 있는 그곳에는 유도로라고 할 수 없을 만큼의 짧은 활주로만이 남아 있다.


적진에서 허점을 틈타서 양을 훔쳐가듯이 F14를 선택한 것은 무모한 일이었을 수도 있다. 아무리 최고의 비행실력을 가진 매버릭일지라도 과거에 몰아본 경험이 있는 그 전투기를 원활하게 조종할 수 있을지 혹은 적군이 F14를 제대로 정비하지 않았다면 그 모든 것이 다 갖추어졌다고 하더라도 전투기를 띄우는 것부터 다시 돌아오고 있는 5세대 전투기와의 전투에서 이길 가능성은 거의 없다. 영화의 극적인 설정을 위한 것이었지만 아주 작은 기회라도 놓치지 않았기에 다음에 찾아올 인생의 순간을 만나볼 수가 있었다.


4세기 전진이라는 국가의 황제 부견은 동진을 정복하기 위해 90만 대군을 징집하였는데 부견의 동생 부용은 동진의 병력이 적고 군량이 부족한 사실을 파악하고 부견에게 병력이 모두 집결하기 전에 선제타격할 것을 건의하였다. 이에 부견은 수천 명의 기병만 이끌고 수양에 도착했는데 동진의 장군인 사석은 부견의 대군이 집결되지 않은 틈을 타서 적의 선봉을 공격하여 격퇴하게 되었다. 전진과 동진은 비수를 사이에 두고 교착상태에 이르게 되었는데 사석은 의도적으로 교만한 부견을 자극하였다. 자신이 군대를 이끌고 강을 건널 테니 조금만 군사를 물려달라는 것이었다.


부견은 강을 건너올 때 기습할 생각으로 군대를 후퇴시켰지만 아직 집결하지 않은 군대가 뒤에서 오다가 동진에게 패하여 후퇴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서로 먼저 도망치다가 아수라장이 되었다. 동진은 이를 놓치지 않고 공격하여 엄청난 군대를 물리칠 수가 있었다. 동진이 이때 사용한 전략은 순수견양으로 열세의 병력임에도 불구하고 강한 적을 상대하여 승리한 전례로 꼽히고 있다. 작은 돌이지만 높은 곳에서 구르기 시작해서 아래로 내려올수록 큰 에너지를 얻게 된다. 초반에 약간의 차이가 시간이 가면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을 스노볼이라고도 부른다.


아무리 강한 힘을 가진 군대라고 하더라도 어떤 상황에서는 매우 작은 힘만을 동원해야 할 때가 있다. 사람은 전력을 다해야 할 때도 있고 적당한 힘을 사용해야 할 때가 있다. 기회를 틈타서 보는 것은 성공으로 가는 길은 아니더라도 위기에서 벗어날 수가 있다. 아주 작은 승리나 기회라고 하더라도 차곡차곡 쌓이게 되면 큰 흐름에 올라탈 수가 있다. 매버릭은 적진에서도 가장 최선의 선택을 해서 F14를 활주로에 띄운 순간 그의 인생도 추락이 아닌 날개를 달 수가 있었다. 가장 최악의 순간에도 기회는 항상 만들 수가 있다. 계속 최악의 선택을 반복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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