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릴, 충격 혹은 반전
47미터라는 영화는 저예산 영화이지만 긴장감만큼은 저예산과 상관없이 쫄깃한 스릴감과 즐거움을 주고 있다. 갇힌 공간에서 시간까지 제약이 되어 있을 경우 사람들은 극한의 공포감에 휩싸이게 된다. 사람 역시 동물이라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면 신체가 정신으로 받는 충격을 견디지 못해 사망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기존의 상어가 등장하는 영화는 상어와의 대결구도를 만들어 상어를 죽이느냐 자신이 죽느냐로 귀결되는데 이 영화는 그런 스타일에서는 조금 벗어났다. 47미터에 갇힌 상황에서 자신과 싸워야 하고 산소가 부족한 상황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여러 악조건이 같이 동반된다.
멕시코의 태평양 연안에서 특별한 휴가를 맞은 ‘리사’와 ‘케이트’는 굳이 특별한 추억을 만들기 위해 샤크 케이지에 타고 바다로 뛰어드는 모험을 감행한다. 덩치가 작지도 않은 식인 상어들에게 둘러싸인 그들은 처음에는 즐거워하다가 케이블이 끊어지면서 저 깊은 바다로 가라앉게 된다. 그 깊이가 47미터인 것이다. 이들에게 주어진 것은 산소탱크 하나뿐인데 그 산소마저도 20여분 밖에 사용할 수 없다.
누군가 구해줄지 알았지만 망망대해에는 그들을 구해줄 사람이라고는 오래된 배와 튼튼하지 않은 케이블뿐이다. 그리고 신호탄을 보내지만 그것마저 몇 개 되지 않는다. 이들이 바로 물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것은 바로 잠수병 때문인데 잠수병은 잠수부의 공기탱크에는 공기와 성분이 거의 같아서 호흡 시 공급하는 공기 중 80% 정도가 질소로 깊은 곳까지 잠수하면 수압이 높아져 질소도 산소와 같이 혈액에 흡수된다. 빠르게 수면 위로 나오면 주변 압력이 급격히 낮아지면서 혈액에 녹았던 질소가 기체가 되어 혈액 중 질소 기포가 발생해 혈액 속을 돌아다니게 되는데 이 질소가 뇌에서 혈액 흐름을 막으면 죽음에 이르게 된다.
이제 한 여름이 지났다. 그렇지만 바닷속에서 극한의 공포와 싸우며 자신을 구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인생 위기에 처한 두 여자의 사투가 그럴듯하게 볼만하다. 산소가 부족한 상황에서 다른 탱크를 받아 갑자기 호흡을 하면 환상에 빠져 현실을 지각하지 못하게 되는데 그것이 영화의 관람 포인트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