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볼거리 뒤에 허전함
트랜스 포머 시리즈가 한국에서 흥행 가능성이 점점 안갯속으로 빠져들어가는 느낌이다. 비주얼을 보여주는 것도 한두 번이지 스토리가 부족한 상태에서 비주얼을 강화한다고 해서 그 효과가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트랜스포머의 플롯은 첫 번째 작품에 정해진 이후로 계속해서 시리즈가 반복되면서 변한 것이 없었다. 로봇이 새로 등장하기는 했지만 반복적인 구성에 관객들은 흥미를 잃어갔다.
감독도 그런 부분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킹 아서와 멀린을 끌어들였다. 그리고 인디아나 존스 같은 모험담도 집어넣었다. 먼 과거에 브리튼족과 색슨족이 결투를 하고 있었다. 어떤 종족이든 간에 지는 쪽은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졌어야 했다. 기존의 구도가 외계 종족 vs 인간의 대결구도였다면 이번에는 인간 vs 인간의 대결구도로 바뀌었다. 트랜스포머 종족이 선택한 인간 종족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불편한 진실을 마주해야 했다.
트랜스포머에 등장하는 로봇은 점점 더 당위성을 잃어갔다. 첫 번째 작품에서 오토봇의 수장 옵티머스 프라임이 공존하자고 외쳤던 당위성은 시즌이 거듭할수록 희미해져 갔고 대체 옵티머스 프라임이 오토봇을 이끌고 왜 그렇게 인간을 애정 애정 하는지 알기가 힘들어졌다. 맹목적인 사랑을 하기에 인간과 오토봇의 인과관계가 너무 희박하지만 그냥 그들 편에서 싸운다. 인간들이 그들에게 적대적인 국제조직인 TRF를 만들어서 공격해도 그들을 포용해준다.
신화를 끌어오고 비밀조직을 등장시킴으로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반전을 노렸지만 신화는 신화고 여전히 고철은 고철이었다. 아서왕의 신화를 언급하면서 영화는 알게 모르게 백인우월주의와 승자독식주의를 영화의 저변에 깔고 있다. 오토 봇들은 정의로운 편에서만 같이 일한다는 설정이지만 글쎄 그들이 진짜 정의로울까. 그냥 그들이 옳다고 믿었기에 그냥 그랬을 뿐이다.
거대 로봇들이 전투의 중심에 인간은 그냥 보조하는 역할로만 머물렀던 지난 시리즈에서 탈피하기 위해 아서왕의 전설을 끌어들이고 엑스칼리버를 든 아서왕 뒤에 서서 그들을 보조하는 것처럼 보여주었다. 그리고 현재의 케이드 예거가 그런 역할을 하며 옵티머스 프라임에 대한 심판을 멈추게 한다.
자신 혼자 이 모든 것을 끝내겠다며 무모하게 우주여행을 떠나던 옵티머스 프라임은 그들을 창조하였던 쿠인데사의 정신 지배를 받으며 네메시스 프라임으로 변모한다. 자신의 종족을 살리라는 여왕의 목소리에 옵티머스 프라임은 동조한다. 자신 종족의 생존을 위해 노력하는 그가 오히려 상식적인 생물체처럼 보였다.
오토봇과 디셉티콘의 대결구도에서 인간은 대체 무슨 존재인가. 대체 트랜스포머 종족은 인간에게 무언가 실마리를 주어 억지로 그들을 끌어들이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생명체이지만 포스트휴먼이라고 말하기는 애매하고 공존이라고 하지만 서로 완전히 믿을 수 없는 오토봇과 인간의 관계는 알맹이가 빠진 신뢰관계처럼 보인다.
많은 관객들이 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를 보면서 후속작이 안 나오길 바랬다. 거창하게 포장하면서 출발했지만 캐릭터들의 존재 이유와 로봇이 인간과 같이 지구를 구해야 하는 당위성도 없고 그냥 오버스러우면서 산만했다. 스토리 구성을 이렇게 앞뒤 짜임새 없이 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마이클 베이가 작품을 너무나 찍기 싫었는데 마무리는 해야 하겠고 그래서 종점을 찍은 듯하다.
부크크 http://www.bookk.co.kr/book/view/23837
Yes24 http://www.yes24.com/24/goods/45879998?scode=029
알라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