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함도

역사가 빠진 의미 없는 작품

엄청난 광고물량을 쏟아내며 선수로도 뛰고 심판도 하는 것으로 유명한 CJ엔터테인먼트가 배급과 제공을 모두 맡아서 CGV는 80%의 극장 공간을 점유하고 롯데시네마도 적지 않은 공간을 군함도에 할애했다. 군함도의 개봉 예매율 70%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실제 극장에 가보면 그렇게 되지 않는 것이 무척 이상할 정도다. 자 극장에 왔으니 당신의 선택은 군함도 아니면 심야시간에 보고 싶은 영화를 보라는 셈이다. 관객들에게 선택권을 준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선택권은 없다. 영화를 볼지/안 볼지만을 생각할 수 있을 뿐이다.


문제는 군함도가 애국의 탈을 쓴 상업영화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제작사들은 창의성이 없어서 그런지 몰라도 어떤 시대나 시리즈가 뜨면 닭이 머리 박고 숨듯이 그런 영화들만 찍어낸다. 내부자들이 뜨니 정치인과 법조인의 문제, 기업의 탈세, 대기업 자제들의 탈사회적인 행동을 다룬 영화들만 줄줄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다가 일제 강점기의 아픔을 다룬 영화가 주목받자 그 시대를 다룬 영화들이 개봉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군함도 같은 영화는 일본을 싫어하게 만들 수만 있지 시대적 상황을 이해하고 한 발 앞으로 나아가지는 못한다는 사실이다.


군함도에 역사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역사는 없다. 그냥 분노만 있을 뿐이다. 채널을 돌리다가 보면 군함도의 메이크업 영상이 아주 질리게 나올 정도로 많이 나온다. 대부분 두 가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배우들이 얼마나 고생했는지와 일본의 만행을 알리고 싶었다는 것으로 말이다. 마케팅비 포함 270억의 돈을 들여 막강한 후원 속에 역사에 길이 남을 스크린 독과점을 만들고 세뇌시키듯이 한 방향으로만 이끌어가는 군함도는 괜찮은 영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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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사람들은 일제 강점기의 역사를 많이 알지 못한다. 군함도도 유네스코 등록 후와 전으로 나뉠 정도로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었다. 일본 나가사키(長崎) 현 노모 반도 서쪽, 나가사키항에서 18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남북 320m, 동서 120m의 아주 작은 크기의 섬 하시마는 1897년부터 여섯 차례에 걸쳐 매립·확장 공사를 진행해 현재 하시마의 크기는 남북 약 480m, 동서 약 160m이고 섬의 둘레는 약 1200m, 총면적은 6.3ha에 이른다. 처음부터 석탄을 채취하기 위해 개발됐고, 하시마에는 오로지 석탄 산업을 위한 시설과 노동자의 주거·편의시설만 섬 전역에 있었다. 혹독한 자연환경과 노동조건 탓에 '감옥섬'으로 불렸던 그곳에서 수많은 조선인들이 질병과 고된 노동,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사망했다.


먼 과거까지 올라가지 않아도 강점을 한 국가에서 노동력 착취 비인간적인 대우 등으로 수많은 식민지에서 사람들이 죽어나간 사례는 많다. 영국의 식민지 인도가 그랬고 미국으로 물건처럼 건너온 흑인들은 닭장 같은 곳에서 질병과 기아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갔다. 비단 일본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탐욕에 제어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역사는 잘 알지 못한 채 감정적으로만 대응하려는데 있다. 그리고 한국의 자본은 그 감정을 적극적으로 이용하여 돈을 번다. 역사 바로 알기 같은 것은 관심도 없고 자본을 지원할 생각도 없다. 팩트는 과거 진실을 알리는 것처럼 기만한 후 한국인들의 감정 건드려 돈 벌기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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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도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수많은 탄광들이 개발되었다. 탄광에서 돈을 버는 것은 그나마 괜찮은 직업이었지만 하시마 같은 곳에서 인권은 차치하더라도 식민지의 물건 취급받던 조선인이 얼마나 강제 노역과 수탈을 당했는지 상상하기는 쉽지 않다. 일본이라는 국가는 전시상태나 위급한 시기에 국가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있는 영화들이 적지 않다. 그리고 힘없는 사람이면 같은 일본인이라도 가차 없다. 영화 카이지에서 사회 외곽으로 밀려나간 잉여 인생들이 지하도시의 탄광에서 희망도 미래도 없는 삶을 사는 것을 그려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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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는 인간 군상의 지옥도였다. 그 공간에서는 조선인은 가장 밑바닥에 있었던 물건이었을 뿐이었다. 아무리 시대가 발전하고 기술이 대부분을 편하게 하는 세상이 온다 하더라도 인간의 탐욕은 변하지 않는다. 동일한 상황이 발생하면 힘 있는 국가에서 힘없는 국가의 국민들을 소모 자원으로 사용하는 똑같은 일이 발생될 것이다. 일본은 역사를 잊지 않고 그 흔적을 잘 보존한다. 일본이 강해지게 된 이면에는 서양에서 강한 개국의 압박이 있었을 때 그 수모를 참아내고 그 나라의 앞선 기술과 시스템을 배웠기 때문이다. 일본은 역사를 외면하지 않고 정면으로 받아들였다. 영화 군함도는 일본은 증오하고 외면하게 만든다. 아울러 나아가서는 한반도에 있는 일본의 역사 잔재를 보존보다 지우는데 더 치중하게 만든다.


군함도는 한국의 땅이 아니다. 한국의 땅이 아닌 곳이기에 일본의 법칙대로 돌아간다. 항의한다고 하지만 별로 영향력이 없다. 그 국가의 땅이 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한국 땅에 남아 있는 적산가옥(보통은 패망한 일본인 소유의 재산 중 주택이나 재산을 의미함)이나 일재 역사 잔재를 잘 보존하여 관광 자원화하고 나아가서는 한국인들이 이런 역사를 견뎌냈다는 의미의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하고 실상을 알리는 것이 더 가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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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는 자본으로 통제하고 자본으로 극장을 잠식했다. 그것을 숨기기 위해 민족의식이라는 탈을 씌웠지만 그 속의 돈 냄새는 밖으로 풍겨 나올 수밖에 없다. 한민족에게 새겨진 상처는 어쩔 수 없는 과거의 흔적이다. 그 흔적을 지우려 하면 할수록 상처의 크기는 더 커지고 뚜렷해진다. 과거의 흔적은 잊어버리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 상처의 아픔을 다시 자극하여 분노하게만 만드는 군함도는 스크린 2,221개를 차지하며 국민을 역사에서 조금 더 멀어지고 관심 없게끔 만들고 있다.


군함도가 지나가면 사람들 머리 속에 역사 또한 사라져 간다. 역사의 숯을 만든 것이 아니라 감정의 종이만 태웠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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