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를리즈 테론 멋짐의 생생함
샤를리즈 테론이 액션 영화에 출연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첩보 액션물은 처음일 듯하다. 이 영화를 만나는 순간 주마등처럼 스쳐간 영화는 지나 데이비스 주연의 롱키스 굿나잇과 안젤리나 졸리 주연의 솔트였다. 전체적인 구조는 조금씩 다르지만 비슷한 부분은 내부의 적과 싸운 다는 점이다. 1989년 전 세계는 큰 사건에 직면하게 된다. 수십 년 동안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격전지의 중심에 있었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것이다. 단순히 이념 문제가 아니라 어떤 시스템이 더 우수하냐를 놓고 경쟁하던 냉전시대에 CIA, MI6, KGB는 배후 공작을 조종하며 아군과 적군을 골라내었다.
애국심이라는 미명 아래 서로의 정보를 조금이라도 캐내기 위해 살해도 마다하지 않았던 그들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이어 소비예트 연방이 해체되면서 주적을 잃어버렸다. 그러나 지금도 각국의 대외 정보요원들은 비밀에 쌓여 있다. 냉전시대에는 이념을 위해 싸웠다면 지금은 국익을 위해 스파이 짓을 하고 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직전 대외 요원들의 리스트가 핫한 감자로 부상하면서 MI6 정예요원 로레인이 서독으로 급파된다.
샤를리즈 테론이 맡은 로레인이라는 캐릭터는 이전의 여성 스파이들과 격을 달리 한다. 그렇기 많지 않더라도 위험한 액션을 대역을 쓰고 폼 잡는 것 위주로 연기한 지나 데이비스와 안젤리나 졸리와 확연한 선을 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시원스럽고 리얼 격투액션을 보여주며 샤를리즈 테론만의 영화로 만들어냈다. 이 영화의 흥행은 오로지 샤를리즈 테론에 의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연기력과 액션이 남달랐다. 특히 1980년대를 강타했던 로큰롤이 그녀의 액션 시퀀스와 시원시원하게 매칭 되면서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퀸을 비롯해 데이빗 보위, 디페쉬 모드, 마릴린 맨슨, 뉴 오더의 음악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로레인은 스파이가 가져야 할 덕목인 냉정함을 시종일관 유지한다. 그 누구도 믿지 않고 그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았다. 모든 것을 자신에게만 의지하는 그녀를 보며 스파이가 가져야 할 고독함을 잘 보여주었다. 스파이들의 리스트를 가져오는 과정이나 전체적인 내용의 서사는 엉성함이 없지는 않았지만 180cm에 가까운 키의 몸에서 나오는 시원시원한 롱테이크 액션만으로도 충분히 볼 만한 가치가 있었다.
MI6의 상부 계층은 현장에 대한 감이 없고 베를린에서 오래도록 지부장을 해온 남자는 생존에만 급급한 나머지 변해버렸다. 제임스 맥어보이가 연기한 베를린 지부장은 선과 악, 옳고 그름이라는 개념이 사라져 버린 지 오래이다. 그들에게 로레인은 껄끄러운 대상일 뿐이었다.
그녀를 상대하는 KGB요원들도 베테랑이기 때문에 멋지게 그들을 제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괴리가 있다. 그래서인지 그들과 상대하는 로레인도 힘들게 그들을 제압해 나간다.
엄청난 반전이라던가 이념에 대한 철학 같은 것은 보이지 않지만 그냥 샤를리즈 테론의 멋짐이 넘쳐나는 영화 아토믹 블론드는 여성 액션 장르의 신기원을 열었다. 라스트에 흐르는 Queen의 Under Pressure에 맞춰 KGB와 맞서는 그녀를 보면서 긴장감보다는 어떻게 제압할 것인가라는 생각만 들 정도였다. 얼마 전 개봉한 김옥빈의 악녀는 그냥 액션 장난과 카메라 워크 장난뿐이었지만 그녀의 액션 연기는 남달랐다.
샤를리즈 테론의 연기는 다른 여배우와 대체 불가라고 생각할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