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과 스페인

조선땅에 최초로 발을 내디딘 세스페데스를 기린 공원

필리핀에 가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필리핀의 대표맥주가 바로 산 미구엘이다. 산 미구엘은 스페인이 저렴한 식민지에서 생산해서 자국으로 가져가기 위해서 만든 맥주이기도 하다. 이 시대에 스페인은 최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이때의 왕은 펠리페 2세로 아버지인 카를로스 1세로부터 왕위를 물려받게 된다. 카를로스 1세는 합스부르크가 출신으로 신성로마제국의 황제로 있었던 사람이다.

앞서 스페인을 언급한 것은 바로 창원의 세르페데스 공원을 소개하기 위해서였다. 웅천왜성의 근거리에 자리한 이 공원은 진해 남문동 유적과 같은 공간에 자리하고 있다.

조선시대 유구가 대부분의 발굴조사 시점에서 확인이 되었는데 이 일대는 조선시대의 웅천읍성 등을 비롯해서 제포진성, 제덕토성, 웅천왜성, 자마왜성, 제포왜관지 등 왜와의 정치적, 군사적, 경제적으로 접촉이 빈번했던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

제포진성과 웅천읍성등이 근거리에 위치해 있는 것으로 보아 이들은 지방 관에서 운영하던 대규모의 기와가마터임을 알 수가 있다.

이곳의 유적은 단일 유적으로는 영남 지역 최대규모이며 잔존상태가 양호해서 축조방식과 구조는 물론 주변지역과의 기와 수급관계를 밝혀 내는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창원시 진해구 남문동 일원에 경제자유구역을 조성하기 위해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총 12개 지점에서 발굴조사가 진행되었던 곳이다.

한반도가 임진왜란으로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었을 때 스페인은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었다. 이때 일본군 제1 선봉장이었던 고니시 유키나가가 웅천왜성에 주둔하고 있었는데 그의 초정으로 일본 나가사키에서 진해 웅천까지 온 것이 그레고리오 데 세스페데스 신부였다.

스페인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공원이라고 할 수가 있다. 동시대를 살았던 사람으로 잘 알려진 돈키호테라는 소설을 쓴 세르반테스가 있다. 그는 레판토 해전에서 왼팔을 다쳤는데 평생 왼팔을 쓰지는 못했지만 58세의 나이에 돈키호테를 출간하고 이 책이 히트가 되면서 큰 부를 누리게 된다. 그렇게 스페인에서 있었을 세스페데스는 한반도에서 일어나는 참상을 비판하였다고 한다.

일본은 세스페데스 신부가 온 1593년을 한국 최초 천주교의 발상으로 보고 있다. 아이러니하게 임진왜란 당시에 온 세스페데스는 서양인으로는 최초의 사람이라고 할 수 있으며 그 후에 방문한 하멜보다 더 빠른 시기에 왔던 사람이다.

세스페데스 신부는 조선인들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았을까. 세스페데스 신부는 영국 이전에 해가 지지 않은 나라 스페인에서 살았던 사람이다. 스페인함대는 무적함대로 일컬으며 망망대해를 누렸다. 지금 필리핀의 문화를 안착시킨 국가이기도 했다.

그렇게 조선을 방문했던 세스페데스를 기리며 진해에 공원이 만들어졌다. 가톨릭의 수호자를 자처했던 펠리페 2세 때 최고 전성기를 누렸던 스페인은 영국과의 칼레 해전 이후로 영국에게 제국의 힘을 넘겨주게 되었다.

스페인에서 한반도까지 얼마나 먼 거리의 항해였을까. 오른쪽 벽은 스페인에서 직접 제작한 공원명칭이 새겨진 타일과 스페인을 상징하는 건축물, 문화 등이 그림 타일로 표현된 창원 세스페데스공원이 2015년에 개장할 때 스페인 등 7개국 대사가 참석을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