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성탈출 : 종의 전쟁

품위 있는 블록 버스터

블록 버스터라는 타이틀이 붙으면 내용보다는 볼거리에 치중하지만 혹성탈출 종의 전쟁은 볼거리보다는 메시지와 내용에 무게를 두었다. 이 영화를 인간과 유인원의 대결구도로만 볼 수 없는 것이 두 종 모두 생존을 위해 살아야 했기 때문이다.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 개발한 신약이 오히려 인간이라는 종을 말살시킬 것이라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신약에서 비롯된 시미안 블루는 유인원을 진화시켰지만 수많은 인간을 질병으로 죽이고 나서도 남아 있는 인간을 퇴화시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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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편에서 코바가 이끄는 유인원 무리들과의 전쟁을 치르고 나서 시저가 이끄는 무리는 인간을 피해 숲으로 들어가지만 그들에 대한 공격은 그치지 않는다. 특히 군대를 이끄는 대령은 유인원을 말살하는데 가장 큰 목적을 두고 있는 듯이 이들을 공격한다. 대령의 기습공격으로 인해 부인과 아들을 잃은 시저는 분노로 그들을 역습하기로 결심하고 그들을 찾아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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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원과 인간의 대결은 극과 극에 달하지만 유인원에게도 그리고 인간에게도 서로에게 총구를 겨누고 활을 쏘는 이유는 분명했다. 유인원이 생존해 있는 이상 현생인류는 존재할 수가 없었고 그런 적대적인 인간이 있는 이상 유인원도 존재할 수가 없었다. 시저는 그 사실을 모른 채 분노와 증오로 대령을 대하지만 그 숨은 이면에 인간의 생존이 달려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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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인간다워야 인간이 될 수 있지만 퇴화해가는 인간에게는 인간성은 점점 없어져 갔고 오히려 유인원이 인간답게 변하기 시작한다. 자비라는 것은 인간에게만 있는 유일한 감정이지만 시저와 그 일행에게만 있었다. 우디 해럴슨이 연기한 대령에게는 자비라는 감정을 가질 수 있을 정도의 여유나 지능은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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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격의 서막까지만 하더라도 인간이 지능 있는 존재라고 보였지만 종의 전쟁에서는 인간의 지능이 상당히 퇴화해간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군대를 이루어 한 방향으로 가는 그들에게서 어떠한 창조력도 보이지 않았다. 총을 든 동물에 가까운 인간들은 이제 그들의 종이 끝이 나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진화한 유인원이 능력이 있어서 인간을 지배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퇴화되었기에 그들에게 지배를 당하게 되는 과정의 전환점에 종의 전쟁이 있었다.


맬서스의 인구론에서 힌트를 얻어 생물의 변이성·적응·생존경쟁·자연선택·적자생존을 기술했던 다윈의 종의 기원에서 언급했듯이 생물의 진화에서 퇴화하는 생물은 반드시 도태되고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된다. 그것이 인간일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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