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소설쓰기

나를 기억해

24시간 내 몸을 강탈한 너는 괴물일지도 몰라.

한 몸 두 이름이라는 말을 누가 믿을 수 있을까.

기억은 공유가 되지만 전혀 다른 감정을 느끼면서 살아가고 있는 여자와 남자는 매번 낯선 아침을 맞게 된다. 사실 언제 바뀌는지는 정확하게 알지는 못한다. 스트레스를 비롯하여 나에게 처한 상황에 따라 기억을 잃고 일어나면 다른 몸이 되어 있었다. 여자로 깨어난 첫날 아침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도 아니었는데 그렇게 몸이 바뀌었다. 물론 둘 다 인격체로 서로를 인지하고 있다. 나의 이름은 지현석이었고 여자의 이름은 지현주였다. 그렇게 몸이 매일 바뀌면서 할 수 있는 일들은 프리랜서 일뿐이 없었다. 어떤 날은 남자로서 어떤 날은 여자로서 일을 했다. 결과물 역시 달랐다. 사실 나는 T경형이 강했지만 현주는 F의 성향이 강해서 그런지 결과물 자체도 달랐다. 차키를 챙기고 이날 미팅을 위해 이동을 하기 위해 아파트에서 걸어서 나왔다. 아파트의 안쪽에서 항상 머물고 계시는 할머니분들이 조금은 의아하게 보았지만 어차피 둘 이서 같이 나온 적이 없어서 잘 눈치채지는 못한 듯하다. 평소에도 먹을 것을 잘 챙겨주시는 할머니와 눈이 마주치자 가볍게 목례를 했다.

"어디로 일을 나가는가 봐요."

"예 미팅이 있어서 나가는 중입니다."

24시간마다 성별이 바뀌는 몸은 처음엔 질병이라 생각했고, 나중엔 저주라고 여겼지만 이제는 그저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었다.


형사 나도식은 요 근래 발생하고 있는 여성 살인사건을 추적하고 있는 중이었다. 주로 혼자서 살고 있는 여성을 노렸으며 오피스텔이나 CCTV 사각지대가 있는 빌라 등이 주요 목표였다. 깨끗하게 살폈지만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은 용의주도한 사람이었다. 여성의 몸에서 정자라던가 지문 혹은 머리카락, 족적등도 깨끗하게 지워져 있었다. 범죄에 상당히 익숙한 사람이었을 것이라고 생각이 된다. 한 달에 두 어번 집에 들어갈 정도로 이 사건은 사회의 관심을 받고 있었다. 집에서 와이프가 챙겨준 옷가지와 딸의 배웅을 받으면서 나와서 차에 올라단 나도식은 경찰서에 도착했다.

"CCTV에서 뭔가 나온 거 있어?" 나도식은 자신의 후배형사에게 물었다.

"눈이 빠지게 바라보았는데도 연관성이 안 보이는데요"

"현장을 좀 더 확장하고 버스라던가 차량의 블랙박스도 파악해 보고 탐문도 나가서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봐."

"예 알겠습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여성을 잔혹하게 죽였을까요. 어떤 가족이 찾아왔는데 1년째 행방불명이라고 하는데 그 정도 시간이 지나면 알기가 힘들어요."

"그래도 위에서 얼마나 쪼아대는지 빨리 해결하자고."

나도식은 팀장에게 보고하기 위해서 서류를 챙겼다. 가봐야 깨지기만 하겠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사건이 막 다른 길에 이르면 가장 처음으로 돌아가라고 했는데 그것도 쉽지가 않은 일이었다.


한 줄기 빛이 들어오는 어두운 방에서 운동하던 남자의 몸은 마치 조각처럼 보였다. 상당히 운동을 많이 했던지 몸에 군살이 없었다. 상당히 어려운 자세로 운동을 하던 남자는 내려와서 흐르던 땀을 수건으로 닦아냈다,. 집에 물건들은 한 치의 흐트러짐이 없이 정리가 되어 있었다. 남자의 직업은 펀드 매니저로 꽤나 고소득을 올리고 있으며 자신만의 삶을 누리면서 살아가고 있다. 차는 포르셰를 타고 다니며 그가 사는 주택은 보안이 잘 되어 있는 집이었다. 매일 일어나서 하는 일은 환율을 확인하고 금이나 은시세 그리고 영국의 금시장과 미국의 금시장, 주식시장의 분위기를 체크하는 것이 하루의 루틴이었다. 그렇지만 여성편력이 있어서 한 곳에 머무는 것을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운동을 끝내고 샤워를 한 남자는 차키를 가지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그곳에는 한 여자가 있었는데 여자가 입은 옷이나 가지고 있는 가방을 보아서 이곳에서 거주하지는 않는 모양이었다. 저런 정도로 외모를 가진 여자가 이 아파트에서 살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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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현석은 왜 몸을 매일 나누어 써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지만 이제는 나름 익숙해지고 있다. 그렇게 사회생활을 하는 현주는 친한 친구로 지연이 있었다. 지연은 친구가 많지가 않았던 현주에게는 나름의 베스트 프렌드이며 같이 일을 하는 사이였기 때문에 자주 만나기는 했었다. 지연은 현석과 현주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알지는 못했다. 과연 누가 믿겠는가. 그런데 현주는 요즘에 이상한 일들을 하고 있는데 왜 그런 걸 찾아다니고 있는지 현석은 알지는 못했다. 누군가의 흔적을 찾아다니고 있는 것은 알겠는데 그 모든 것이 어떻게 연결이 되어 있는지는 알지 못했다.

"현석아 오늘 점심은 뭐 먹을래?"

"응? 잠시 딴생각을 하고 있던 현석은 지연의 말에 그녀를 바라보았다. 뭐 아무거나 아니 파스타나 먹으러 갈까?"

"파스타 괜찮지 어디 잘하는데 알아?"

"아 예전에 현주가 갔던 곳이 괜찮을 것 같은데 어때?"

"거기 한 번 가본 적이 있어. 거기로 가자."

현석과 지연은 파스타집으로 가면서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가 있었다. 현주는 확실히 감성이 더 풍부한 것은 사실이다. 기억은 이어지는데 불구하고 감정의 결이 이렇게 달라질 수가 있을까. 요즘에 현주가 모으고 있는 정보는 특정한 누군가를 향한 것이었다. 실루엣이 살짝 보이는 것 같은 사진과 예전에 발생했던 사건에 대한 정보를 검색해서 모으고 있었다. 대체 이 정보는 다 무엇이란 말인가.


현주는 눈을 떴을 때 방 방안은 낯선 느낌만 가득했다. 천천히 상체를 일으키면서 침대의 뒤에 몸을 기대고 앉았다. 그녀의 머리칼은 어깨를 스치며 흘러내리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분명히 본인의 머리카락과 손끝이지만 상당히 낯설었다. 남자의 몸으로 살아간다고 해서 낯설지만은 않았지만 오히려 기이한 느낌이었다. 누군가가 나를 기억할 때 이런 느낌일까. 현주는 일어나서 씻고 나갈 준비를 했다. 시계는 새벽 6시를 가리키고 있었는데 가을비를 연상케 하는 비가 내리면서 차가운 공기가 들어와서 채우고 있었다. 그녀는 신발을 신고 발을 내디뎠다. 현관에 있는 거울 옆을 지나가면서 자신의 몸을 다시 쳐다보았다. 거울 속의 낯선 여자의 눈 안에 홍채는 그 남자와 많이 닮아 있었다. 취미로 그림을 그리면서 눈을 잘 그리는 남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탐문수사를 하던 나도식은 CCTV를 확인하던 도중에 묘한 장면을 포착하게 된다. 무언가 의심스러운 경로에서 한 여자가 중첩이 되는 것이었다. 여성은 사건과 그렇게 연관이 있어 보이지 않는데 자신이 쫒는 범인과 여정이 묘하게 겹쳐지고 있었다. 관련 사건과 연관이 되어 있는지 만나볼 생각이 들었다. 분명히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감이 들었다. 그녀가 사는 집은 찾지 못했지만 행동반경이 어느 정도 좁혀 들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그 여자가 있을만한 곳으로 찾아갔지만 몇 시간을 돌아보아도 만날 수가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보니 그냥 말이 나왔다.

"또 바뀌었군.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나."

어제 기억이 나긴 하지만 현주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기억은 연결되어 있지만 그 기억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는 명확하게 알지는 못했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못 보던 사람들이 아파트 주변에 보이기 시작했다. 형사처럼 보이는 사람도 있고 이곳에서는 살지 않을 것 같은 남자도 보였다. 대체 일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알 수가 없었다. 분명히 현주는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이제는 태어나면서 같은 몸을 가진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기까지 했다. 원래 내 몸에 있었는데 특정한 발현을 시점으로 나타난 것이 아니었을까. 때론 세상은 이해하기 힘든 일들 투성이기도 했다.


남자는 수술장갑을 끼고 날카롭게 잘 갈려진 메스를 들고 여성의 신체를 마치 수술하듯이 도려내고 있었다. 신체에 주사등을 통해 여성은 기절할 수 없는 상태를 만들어놓은 상태였다. 몸은 움직이지 않고 들어가는 주사로 인해서 동공은 더욱더 커지고 있었다. 너무나 고통스러웠지만 신음을 내뱉지도 못한 상황이었다. 언제부터였던가 남자는 자신에게 이런 취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이는 의대를 다녔을 때 신체를 해부하면서 쾌감을 느꼈던 것으로 생각되었다. 사람이라는 존재는 어차피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게다가 두려움에 가득 찬 눈을 보는 것은 그 무엇보다도 바꿀 수가 없는 쾌락이기도 했다. 남자가 있는 집은 외곽에 마련된 주택이었다. 지하실과 더불어 마치 미로와 같은 공간을 갖추어놓은 집이었다. 게다가 아래에는 화장도 할만한 시설도 갖추고 있어서 매우 쓸만했다. 경찰들이 자신을 잡을 수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무언가 꺼림칙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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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얼마나 술을 마셨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오래간만에 지연과 와인을 마신 현주는 천천히 상체를 일으켜서 주변을 돌아보았다. 불이 꺼져 있어서 그런지 조용하기만 했다. 그렇게 일어난 그날은 모든 것이 뒤바뀐 날이었다. 바닥에 누워 있는 여자의 옷에는 피에 젖은 흰 블라우스가 있고 차마 눈을 감지 못한 눈이 있었다. 자신과 가장 가까운 사이면서 같이 일을 하는 지연이었다.

"지연아..." 지연은 대답이 없었다.

기어가듯이 다가가서 지연을 일으키려고 했지만 그녀의 옆에는 상당히 많은 피를 흘렸는지 피 웅덩이가 만들어져 있었다. 분명히 실혈사한 것이 분명했다. 119를 불러야 하나? 112? 생각이 복잡해졌다. 왜 이렇게 된 건지 기억이 전혀 나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쯤 있었을까. 방 밖에서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경찰입니다! 문 열어보세요. 아래층에서 시끄러운 소리와 비명소리가 있다고 해서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지연과 어제 분명히 술을 마시기로 했던 기억은 가물가물하게 났다. 그런데 왜 이렇게 되었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이곳을 어떻게든 벗어나야 했다. 이곳에서 잡히면 자신이 남자로 변한다는 것이나 이곳에 남겨진 수많은 지문들이 자신을 범인으로 지목할 것이 뻔했다.

"빨리 열어주세요. 119 불러서 강재개문합니다."

우선 하루만 버티면 됐다. 다행히도 강력사건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는지 경찰차 한 대만 출동을 한 상태였다. 위험했지만 지연은 그동안 운동한 몸을 활용해서 창문으로 나가서 옆층의 아파트로 넘어갔다. 다행히 방충만만 닫아놓은 상태여서 들어갈 수가 있었다. 그리고 도망을 시작했다.


나도식은 상황실에서 들어온 정보를 접하고 바로 현장으로 나가보았다. 그 여성이 자주 등장하는 집 주변에서 일어난 사건이었기에 분명히 관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보존된 현장은 처참했지만 왠지 모르게 범죄의 동일성이 보였다. 이곳에서 사라진 것으로 알려진 한 여성은 정체불명의 여성이었지만 여자의 짓이라고 보기에는 왠지 부자연스러웠다. 이전에 발생했던 사건과 패턴이 유사해 보였다고 할까. 물론 살해한 방식은 달랐지만 그 여성의 흔적 외에는 다른 사람의 흔적이 전혀 남지 않았다는 것과 고통을 주기는 했지만 그 남자라고 추정되는 범인과 유사성이 있었다.


최대한 CCTV 등에 노출되지 않고 도망을 치다가 현금을 주고 숙소에 들어가서 잔 방에서 눈이 떠졌다. 집에서 느꼈던 공기와는 달랐다. 오래된 듯한 이불 냄새와 어딘가에서 맡았을 소독약 냄새가 풍기고 있었다. 남자는 숨을 길게 내쉬면서 이 사건을 어떻게 해야 할까를 고민하고 있었다. 파편 된 기억이 있기는 하지만 지연을 현주가 죽일 이유 같은 것은 전혀 없었다. 어떻게 된 것이었을까.

"와 미치겠네"

성별이 바뀔 때마다 기억은 이어지지만, 감정은 뒤섞여서 뭐가 맞는지를 알 수가 없었다.

어제의 공포가 아직 남아 있었고, 그 감정은 여자의 몸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사실이 이상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냉장고에 있는 행수 한 병을 까서 마시고 가만히 앉았다. 그리고 TV를 틀었다. 텔레비전에서는 아침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별일 없이 흘러가는가 싶더니 드디어 어제 일어났던 사건에 대한 뉴스가 흘러나왔다.

“어젯밤 서울 용산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30대 여성이 살해된 채 발견되었습니다.

경찰은 현장에 남겨진 지문과 혈흔을 토대로, 신원불상의 여성을 수배 중입니다.”

그걸 보는 순간 그는 생수를 떨어트렸다. 화면 속에서는 흐릿하게 모자이크가 되어 있었지만 그녀는 분명히 현주였다.

자신의 또 다른 얼굴이며 자신의 몸을 공유하는 여자 현주였다.

경찰은 현주를 용의자로 주목을 하고 있었다.

내일이 오면 그녀가 다시 나타나고 만약 잡히면 자신 역시 감옥에서 평생을 보내야 할지 몰랐다.

다행히 그녀는 자신의 태블릿 PC를 가지고 나왔다. 태블릿 PC를 켜고 그녀가 지난 시간 동안 무엇을 했는지 살펴보기 시작했다.

현장의 나의 집이기도 하면서 현주의 집이기도 하다. 와인병에는 지문, 혈흔이 있었으며 경찰은 지문도 등록되지 않은 신원불상의 여자로 알고 있다. 왜 그런 상황에 처했는지 알 필요가 있었다.

피해자였던 지연은 마케팅회사의 MD였으며 사망 추정 시간은 4시쯤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액상흔이 있다고는 안 나왔지만 그 순간에 그녀는 목이 졸려 살해당한 것은 아닌 것처럼 보였다. 물론 와인병이 깨져 있었지만 지연의 몸에 난 상처는 깨진 병 같은 것으로 나 있던 것이 아니었다.

현장에는 저항의 흔적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면 약물등에 의해 제압을 당하고 살해당한 것으로 추정을 할 수가 있었다. 그럼 왜? 누가? 그런 짓을 해서 현주에게 살인죄를 뒤집어 씌워야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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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형사는 피해자의 시체를 부검하고 있는 국과수로 향했다. 국과수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교수는 셜록홈스를 쓴 작가 코난 도일을 좋아할 정도로 추리마니아이기도 했다. 때론 이교수 덕분에 사건의 실마리를 풀 수 있어서 자주 조언을 물어보곤 했었다. 마침 부검이 모두 끝났는지 이교수는 나형사를 맞이해 주었다.

"사인이 뭐예요?

"범인으로 추정되는 여성의 신원이 특정되지 않았다고 했지?"

"예 이건 흔적이 전혀 남아 있지 않은 사람입니다. 사진으로도 알 수가 없고 말이에요. 게다가 그 집은 그 여자의 집도 아니었는데 주기적으로 왔다갔다한 흔적이 CCTV에 남아 있더라고요. 명의는 지현석이라는 30대 초반의 남자의 집이었습니다. 그 남자도 그 사건 이후에 행방이 모연 합니다."

"우선 피해자의 시신을 보면 마치 와인병이 깨진 것이 결정적인 상처를 입힌 것처럼 보이지만 교묘하게 수술용 메스로 살해한 거야. 이 정도면 의학을 아는 사람이라고 봐도 무방하겠는데..."

"아 그럼 여성이 살해를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런 겁니까?"

"아니 그건 단정하지 못하지 그 여자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니 말이니까. 지금까지 들어왔던 사건에서 일부 여성이 살해된 방식과 묘하게 비슷한데 이질감이 들어."

"부검보고서를 보내주세요. 자세히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이건 사건의 본질을 잘 봐야 할 것 같아."


인적이 드문 곳에서 현석은 천천히 의자에 앉아 생각해 보았다.

한 몸을 공유하고 있는 그녀와 나에 대해 알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어떻게 될까.

혹시 지연의 흔적을 살펴보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이미 지연의 집에도 경찰들이 있을 텐데 어떻게 흔적을 찾아볼 수가 있을까.

"오늘의 나는 범인이 아니지만 내일은 용의자가 될 수밖에 없다."

지연의 집은 사건의 현장이 아니었지만 폴리스라인은 쳐져 있었다. 오랜 시간 주변을 살펴보았는데 주변에 경찰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예전에 현주가 챙겨놓은 키를 들고 지연의 집 문을 열었다. 조용하기만 했다. 주변을 돌아봐도 특이할 것은 없었다. 거실 벽에는 조금은 독특한 거울 같은 것이 있었다. 거울이 표면이 균일하다가 한쪽에서 순간 반짝거림이 보였다. 아마도 현주일 때의 기억이 그 흔적을 찾아낸 듯하다.

틈새로 거울을 들어내니 안쪽에 4~5cm의 빈 공간이 나왔다. 그곳에는 쪽지 하나와 USB가 있었다. 쪽지에 쓰인 문구는 아래와 같았다.

"나를 기억해."

무얼 기억하라는 거지. 그러고 보니 현주가 최근에 누군가를 조사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자세한 것은 알지 못했다. USB에서 본 문서에서 지연은 이 모든 과정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현주는 기억이식에 의해 내 몸에 이식된 결과물이었다. 그러던 중에 문 밖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낮으면서도 일정한 구두소리가 문 앞에 와서 멈추어 섰다. 무언가를 찾으려는 듯 주변을 찾고 있었다.

“누군가 안에 있나요?”

나형사의 손이 문손잡이를 잡았다.

그 순간 현석은 창문으로 달려갔다. 커튼을 걷고 창문을 열었는데 다행히 2층 높이여서 뛰어내릴만했다.

도망칠 수 있을지는 확신은 하지 못했지만 뛰어내렸다. 나형사는 계단을 통해서 뒤를 쫓아왔다.

바닥에 구르는 소리와 더불어 짧은 신음이 있었지만 멈출 수가 없었다. 그렇게 최선을 다해서 도망을 할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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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완벽한 계획을 세웠다고 행각 했다. 자신의 존재를 아는 사람과 함께 모든 것이 묻힐 것이라고 생각했다. 오랜 시간 시간을 들여서 계획을 했고 거의 완벽했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현주가 잡혔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조금은 불편했지만 어차피 이대로 잊힐 것이었다. 1년 전에 죽인 여자가 자신을 알아볼지 몰랐다. 분명히 깨끗하게 죽였는데도 불구하고 그녀는 자신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 시체도 찾을 수 없는 곳에 유기했지만 그 흔적을 찾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지연이라는 여자가 그 모든 것과 연결된 실무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1년 전에 일어난 사건으로 인한 사건과 사람의 몸을 여성과 남성으로 바꿀 수 있는 프로젝트가 진행이 된 적이 있었다. 현주와 지연은 어릴 때부터 절친과 같은 사이였다. 그러던 중에 그 프로젝트를 지원했던 현주는 그 당시 잡히지 않았던 사이코패스에게 살해를 당하게 되는데 의식이 완전히 없어지기 전에 현석의 몸으로 이식할 수가 있었다. USB에는 그 살해범에 대한 정보와 더불어 당시 실험을 했었을 때의 자료등이 담겨 있었다.

화면 속에는 실험실이 보였다.

흰 조명 아래, 누군가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의 얼굴. 아니, 그녀의 얼굴.

"“두 성이 공존한다면, 완벽한 통제체가 가능해. 남성과 여성의 기억이 하나의 신경망에서 충돌하지 않도록 하는 건 신의 영역이지"

이런 걸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이상했다.

자신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이제 사라진 것일까. 이제 나는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된 것인가.

현석은 다시 거울을 바라보았다. 그 이면에 현주가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마치 한 몸에 다른 몸이 거울 속에 그림자처럼 보였다. 그녀가 살해당하던 날 나는 어디에 있었던 것일까.

여성일 때 살인사건에 연루되었고, 남성일 때 그 진실을 추적하던 중, USB 안에 실험의 비밀과 진범의 단서를 발견했다. 이제 어디까지 알릴 것인가를 결정해야 했다.


현석은 연쇄살인범에 대한 내용만을 정리해서 경찰서 입구에 근무하는 사람에게 전달을 해주었다. 후에 들리는 이야기로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하는데 더 이상 알고 싶지는 않았다.


창문으로 스며든 빛은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 어제의 태양은 오늘의 태양과 다르지 않지만, 그걸 바라보는 눈은 분명 달랐다. 현석은 침대에서 일어나 천천히 거울 앞으로 걸어갔다. 그의 얼굴이 보였다. 그러나 그 안에는 또 다른 눈이 있었다.

현주였다.
마치 오래된 기억 속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듯한, 잔잔한 미소와 함께.

“이제 괜찮아?”
그녀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오히려 조용히 손을 들어 거울에 손바닥을 맞댔다.
유리 너머의 그녀도 같은 동작을 했다. 둘의 손이 닿았지만, 결코 닿지 않았다.

그 순간 그의 뇌리 속에서 수많은 장면이 스쳐갔다.
의식이 이식되던 순간,
현주의 마지막 숨소리,
그리고 그녀의 절규.
“살고 싶었어… 누군가로서.”

그가 눈을 떴을 때, 세상은 이미 달라져 있었다.
그녀가 그의 일부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는, 그녀가 되어 있었다.

“나를 기억해.”
그녀의 마지막 말이 다시 귓가를 스쳤다.

현석은 미소를 지었다.
기억한다. 아니, 잊을 수 없다.
우리가 함께 겪은 시간, 그 모든 고통과 진실을.
이제 나는 한 몸, 두 기억이 아닌 ‘하나의 존재’로 살아가야 한다.

그는 창문을 열고, 찬 공기를 들이마셨다. 새벽의 공기가 피부를 스쳤고, 그 안에서
분명히 그녀의 숨결이 함께 섞여 있었다. 그녀는 이제 그 안에서 잠들어 있었다.

그리고 그는, 그녀를 품고 살아갈 것이다.

빛이 다시 거울을 비추고 있었다.
그 안에서 두 사람의 얼굴이 겹쳐졌다. 남자와 여자, 죄와 구원, 기억과 망각.

이제 그 어떤 이름으로 불려도 좋았다.
그녀를 다시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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