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도 얼굴이 있다.

봉화 백두대간 수목원에서 만난 자연의 표정이야기

사람의 얼굴을 오래 바라보고 있으면, 그 사람이 살아온 시간이 보인다. 사람의 얼굴에는 지나온 시간만큼의 이야기가 보인다. 표정은 순간이지만, 표정을 만드는 것은 시간이다. 개인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때문에 디테일한 부분을 관찰하게 된다. 한 연필로 산과 강, 자연을 그릴 때에도 그 색감을 표현할 수가 있다. 자연도 그렇게 들인 노력만큼 얼굴이 만들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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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겨울 봉화군에 자리한 백두대간 수목원으로 향했다. 백두대간은 한국의 등뼈라고 불리는 큰 산줄기가 아니라 시간의 흐름에 가까운 역사를 가지고 있다. 산림청 산하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에 따르면,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올봄 튤립을 중심으로 한 화사한 봄꽃 전시를 시작으로, 여름에는 토란과 수련 등 수생식물 전시와 함께 제비고깔 속 식물의 생태적 가치를 조명하는 계절별 테마 전시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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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수목원의 입구에는 을사년 한해 고맙게 보내고 병호년 새해를 만나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백두로 후딱 뛰어오라는 말에 발길이 자연스럽게 안쪽으로 이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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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에는 올해 겨울에 EST ART 특별전시로 별일 없이 꽃 피우는 중이라는 전시전이 열리고 있었다. 나무와 식물이 해마다 성장하듯, 수목원도 개원 9년 차를 맞아 한층 성숙한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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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시원한 숲길로 연결된 39개 전시원을 약 3시간에 걸쳐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 수천 년 동안 끊어지지 않고 이어져 온 숲의 기억이 이곳에 모여 있다. 수목원의 길을 걷다 보면, 나무들이 서로 경쟁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자연은 그저 각자의 속도로, 각자의 방향으로 자라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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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수목원은 관광지가 아니라 자연의 이야기가 채워진 곳이다. 왜 우리는 이렇게 빨리 달려가고 있는가. 왜 우리는 서로의 속도를 견디지 못하는가. AI가 인간의 일을 대신하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사람들은 더 조급해진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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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한 해에 몇 밀리미터씩 자란다. 눈에 띄지 않는 속도, 그러나 멈추지 않는 성장, 숲은 우리에게 말하는 것 같았다. 성장은 속도가 아니라 지속이라고 수목원의 한적한 길에서 다시 숲의 얼굴을 떠올렸다. 백두대간의 숲도 그림처럼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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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백두대간 수목원으로 가면 구상나무숲과 관련된 전시전을 볼 수가 있다. 구상나무는 소나무와 전나무 속으로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자생하는 특산식물이다. 소백산 이남 해발 1,000미터 이상 고산에 분포하며 한라산, 지리산, 덕유산에 대규모로 자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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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TV에서 덕유산의 설경을 조명했던 기억이 난다. 그곳의 산림의 상당 부분을 채우고 있는 것이 구상나무다. 수목원은 사업 기간 동안 백두대간 지역에서 채집한 116과 518 속의 식물 가운데 총 1313 분류군의 종자를 시드뱅크에 보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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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의 다양성은 같은 종, 집단 내 개체들이 공유하는 유전정보의 일부 차이를 의미한다. 다양한 형질의 유전정보를 가진 구상나무가 많을수록 기후변화로 인한 환경변화에 잘 적응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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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흙 한 줌에는 수백 년의 시간이 들어 있다. 우리는 숲을 본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시간을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람도 그렇게 자란다. 백두대간의 숲을 닮은 얼굴 속에서 사람에게도, 숲에게도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깊이라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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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수목원의 트램 이용요금은 성인 기준 편도 2000원에서 4000원으로 인상되며, 청소년(만 7세~18세)은 3,000원이 적용된다. 장애인과 만 6세 이하 어린이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아울러 수목원은 트램 이용 영수증을 지참한 관람객을 대상으로 2월 한 달간 가든샵 10% 할인 혜택을 제공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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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듯이 숲에서도 그런 모습을 볼 수가 있다. 미소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는 그걸 바라볼 수 있는 사람만이 알 수가 있다. 숲을 걷다 보면 문득 깨닫게 된다. 우리는 자연을 바라본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자연 속에서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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