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의 오판, 올림픽

누구도 원하지 않는 올림픽과 월드컵방송의 독배를 마신 방송사

올해 동계올림픽은 이탈이라에서 열렸지만 필자는 방송을 제대로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언제 시작했는지도 모르고 언제 끝나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시청률로만 본다면 1%대에서 머물고 있다. 채널이 몇 곳이 없었던 시절에 사람들은 공중파 3개에서 나오는 방송을 소비할 수밖에 없었다. 시청자들에게는 선택권도 없이 그냥 보여주는 대로만 봐야 했고 방송사는 기업뿐만이 아니라 국민을 상대로 절대권력 아닌 절대권력을 누려왔다. 이들의 수익 중에 올림픽이나 월드컵등의 방송을 통한 매출도 있었다.


이제 국민들은 올림픽이나 월드컵에 나가는 선수들을 국가를 대표해서 알리는 사람이라기보다는 그냥 자신의 명성을 위해 그 분야에서만 모든 에너지를 쏟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하고 있다. 굳이 그들이 경기하는 모습을 봐야 되겠다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가 않다. 그 결과가 시청률로 나오고 있다. 공중파도 기업이 광고로 후원하지 않는 올림픽이나 월드컵등에 시간과 비용을 들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더 이상 국제대회는 그냥 하나의 콘텐츠분야로 인식이 될 뿐이다.


JTBC는 그렇게 저물어가는 국제대회의 방송권을 6,000억이라는 돈을 들여서 사 왔다. 이전까지는 공중파 3사가 공동으로 사 오던 방송권을 더 높은 비용으로 독점 계약을 한 것이었다. 뉴스룸이나 여러 콘텐츠의 성공에 힘입어 자신들의 미래를 알지도 못한 채 그렇게 계약을 했다. 그리고 매년 적자가 지속되는 JTBC는 지금 탈출구가 없는 막다른 길에 이르렀다. 늦게나마 공중파 3사에 저가로 판매를 하려고 했지만 이마저도 계약이 이루 어지가 않았다.


Naver의 플랫폼을 통해 방송을 하면서 약간의 주목을 받기는 했지만 그마저도 그다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방송사가 그동안 가져왔던 권력구조는 이제 모두 깨졌다. 예능을 비롯하여 드라마는 그냥 그들만의 리그가 되어버렸다. 뉴스 역시 그들이 말하는 것이 모두 정답이라던가 신뢰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 과거 올림픽은 국가적 이벤트였다. 지금은 수많은 콘텐츠 중 하나일 뿐이다. 넷플릭스의 신작, 유튜브의 추천 영상, 짧은 쇼츠 영상들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몇 시간씩 중계되는 스포츠가 예전과 같은 관심을 받기는 어렵다. 사람들의 시간을 두고 경쟁하는 상대가 이제는 다른 방송사가 아니라 알고리즘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시청자는 하나의 거대한 집단이 아니라, 각자 다른 세계에 접속해 있는 수많은 개인들이다. 그들에게 올림픽은 더 이상 반드시 봐야 하는 국가적 의무도, 공동체적 경험도 아니다.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는 여전히 중요한 이벤트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스쳐 지나가는 뉴스 중 하나일 뿐이다. 방송사가 독점하던 시대에는 ‘보여주는 것’만으로 힘을 가질 수 있었지만, 지금은 선택받지 못하면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 콘텐츠의 권력은 더 이상 송출권이 아니라, 얼마나 사람들의 시간을 설득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네이버와 같은 포탈의 힘도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네이버로 들어와서 검색을 하는 것보다 AI의 결과가 훨씬 빠르고 정확하고 유효하다. 하나의 권력으로 모든 것을 누리려 했던 기존질서가 무너지고 있다. 아마 AI로 검색을 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네이버 검색으로 돌아가지 않게 된다. 이 변화는 단순히 ‘플랫폼이 바뀌었다’는 수준의 이야기가 아니다. 정보를 찾는 방식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점에서 더 근본적인 전환에 가깝다.


과거에는 포털이 정보를 정리하고 배열했다. 사용자는 그 안에서 선택하는 방식이었다. 지금은 AI가 질문의 맥락을 이해하고, 필요한 내용을 바로 꺼내어 보여준다. 검색 결과를 하나씩 비교하며 판단하던 과정이 사라지고, 답을 중심으로 사고하는 방식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정보를 ‘찾는 시대’에서 ‘바로 사용하는 시대’로 넘어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렇게 되면 광고, 노출, 트래픽을 중심으로 구축되었던 기존 인터넷의 경제 구조도 함께 흔들릴 수밖에 없다.

누군가의 사이트에 들어가 페이지를 넘기며 머무르는 시간이 줄어들고, 정보는 점점 더 인터페이스 안에서 바로 소비된다. 방송사가 시간을 붙잡아 두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었다면, 이제는 정보와 콘텐츠가 얼마나 빠르게 의미를 전달하느냐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 결국 지금 무너지고 있는 것은 특정 기업이나 산업이 아니라,

‘중간에서 연결을 독점하던 구조’ 그 자체라고 볼 수 있다.


방송은 송출을 독점했고, 포털은 검색을 독점했으며, 언론은 해석을 독점했다. 그러나 AI는 그 중간 단계를 줄여버린다. 사용자는 더 이상 누군가가 정리해 준 질서를 거쳐 가지 않고, 곧바로 결과에 도달한다. 권력의 형태가 위에서 아래로 전달되는 구조에서, 개인의 손 안으로 분산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앞으로 중요한 것은 더 많은 정보를 가진 사람이 아니라, 무엇을 물어야 하는지를 아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같은 도구를 쓰더라도 어떤 질문을 던지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얻게 되는 시대다. 이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사고방식의 문제에 가깝다. 정답을 외우는 능력보다 맥락을 이해하고,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스스로 의미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더 큰 차이를 만든다. 어쩌면 우리는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질서의 초입에 서 있는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여전히 과거의 방식이 돌아오기를 기대하지만, 이미 사람들의 시간과 시선은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 있다. 그리고 한 번 이동한 습관은 쉽게 되돌아가지 않는다. 올림픽을 보지 않게 된 이유도, 포털을 덜 찾게 된 이유도, 방송의 영향력이 약해진 이유도 결국은 하나로 이어진다.


사람들이 더 이상 정해진 창구를 통해 세상을 보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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