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래 정월대보름에는 논산에서 먹거리도 만나고 소원도 빌어봅니다.
대도시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는 요즘에는 이웃과 인사를 나누는 것도 쉽지가 않다. 1인가구가 점점 확산되면서 가족과 함께 모이고 나아가서 마을 사람들과 행사에 참여하는 것이 어려운 요즘이다. 3월 1일, 논산 연산에서는 정월대보름을 맞아 달집 태우기 소원행사가 열렸다. 아직 겨울 기운이 남아 있는 저녁 공기 속에서 마을 사람들은 하나둘씩 모여들었고, 넓은 공터에는 높이 쌓인 달집이 밤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월대보름은 한 해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는 우리 고유의 세시풍속이다. 특히 달집 태우기는 마을 공동체가 함께 모여 액운을 태워 보내고 새해의 복을 맞이하는 상징적인 의식이다. 해가 저물고 둥근달이 떠오를 무렵, 불씨가 달집에 옮겨 붙자 순식간에 불길이 하늘을 향해 타올랐다. 타닥타닥 나무가 타는 소리와 함께 사람들의 소원도 불길 속으로 실려 올라가는 듯했다.
누군가는 가족의 건강을, 누군가는 마을의 평안을, 또 누군가는 각자의 작은 바람을 마음속에 품고 두 손을 모아 소원지를 적었다. 활활 타오르는 불빛은 단순한 불이 아니라, 서로의 안녕을 비는 마음이 모인 장면처럼 느껴졌다.
함께 나누는 음식과 마을의 온기가 있는 이날은 달집 태우기가 이어지는 동안 한쪽에서는 마을 사람들이 준비한 음식이 나누어지고 있었다. 큰 솥에서 끓인 따뜻한 떡국은 아직 차가운 밤공기를 녹여주기에 충분했다. 하얀 떡국 한 그릇에는 새해를 맞는 의미가 담겨 있었고, 그릇을 건네는 손길에는 이웃을 향한 정이 묻어 있었다.
논산의 대표 특산물인 딸기도 함께 나누어졌다. 잘 익은 붉은 딸기는 봄이 가까워졌음을 알리는 신호처럼 느껴졌다. 달빛 아래에서 맛본 딸기의 달콤함은 겨울의 끝과 봄의 시작을 동시에 전해주는 듯했다.
시루떡은 정월대보름에 빠질 수 없는 음식이다. 켜켜이 쌓인 떡을 나누어 먹으며 서로의 복을 빌어주는 모습은 오래된 풍경이지만 여전히 따뜻했다. 아이들은 오뎅을 들고 웃으며 뛰어다녔고, 어른들은 서로의 안부를 묻고 덕담을 건넸다.
연산에는 전통이 이어지는 자리에 등장하는 연산백중놀이가 있다. 행사장에서는 연산백중놀이도 미리 접해볼 수가 있다. 농경사회에서 시작된 이 놀이는 공동체의 협동과 흥을 담은 전통 민속놀이로, 풍물 가락에 맞춰 흥겨운 장면이 이어졌다. 북과 장구, 꽹과리 소리가 울려 퍼지자 사람들의 발걸음도 자연스럽게 박자에 맞추어 움직이는 모습이 즐거워 보인다.
연산백중놀이는 단순한 공연이 아니라, 세대를 이어 전해지는 공동체의 기억과도 같다. 어린아이부터 어르신까지 함께 어울려 박수를 치고 웃음을 나누는 모습 속에서 마을이라는 이름의 의미를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달집이 점점 잦아들 무렵, 하늘에는 둥근달이 또렷하게 떠 있었다. 불길은 사그라졌지만 사람들의 마음속에 남은 온기는 쉽게 식지 않았다. 정월대보름은 단순한 세시행사가 아니라, 서로의 안녕을 확인하고 공동체의 결속을 다지는 시간임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 준 자리였다.
연산에서 보낸 이 밤은 화려함보다는 사람의 온기가 더 크게 남는 시간이었다. 떡국 한 그릇, 시루떡 한 조각, 그리고 달빛 아래에서 나눈 인사 한마디가 모여 마을의 기억이 되고 있었다. 달집은 타올라 사라졌지만, 그 불빛 속에 담겼던 소원과 마음은 올 한 해를 지탱하는 작은 힘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3월의 첫날, 연산에서 만난 정월대보름은 그렇게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을 남겼다.
연산에서 만난 정월대보름 역시 그랬다. 달빛 아래에서 두 손을 모으는 사람들의 표정에는 조용한 진심이 담겨 있었다. 화려한 말보다 더 진지한 순간이었다. 어쩌면 소원을 빈다는 것은 미래를 바꾸기 위한 주문이라기보다, 지금의 삶을 더 단단하게 붙잡는 다짐에 가까운 일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