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실종 - 화이트칼라

슈트가 사라져 가는 미래는 화이트칼라의 의미도 사라진다.

최근에 백화점을 가본 사람이라면 남성복매장이 얼마나 여유로운지 알 수가 있을 것이다. 2000년대에 시작된 닷컴 열풍은 정보통신 관련 기업의 폭발적인 증가를 불렀고 이는 자연스럽게 전통적인 산업에서 일자리의 이동이 이루어졌다. 정보통신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비교적 자유로운 복장을 입고 일하면서 기존 일제강점기, 미군정기에 한국으로 들어온 하얀색 와이셔츠를 입고 일하는 직업군이라는 의미의 화이트컬러가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2010년대에 가까워질수록 전통적인 제조업이나 공장등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입는 파란 계열의 작업복의 직업군인 블루컬러도 줄어들면서 동시에 화이트컬러 역시 바뀌고 있었다. 슈트는 이제 금융업이나 정치인, 보험영업, 차영업, 호텔등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제외하고 이제 일상에서 입는 옷의 흐름에서 바뀌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슈트를 제조하는 회사들은 이제 캐주얼한 옷을 생산하겠다고 그 방향을 바꾸고 있다. 옷이 팔리지 않으니 자연스러운 전략수정이다.


물론 예복이나 특별한 날에는 여전히 남성들이 슈트를 입을 것이다. 영화 킹스맨에서처럼 아주 멋들어진 슈트를 사서 입지는 않을지 몰라도 여전히 슈트는 남자를 상징하는 마치 사회적 갑옷과 같은 느낌을 부여한다. 단정하고 그 사람의 내부를 살포시 겉으로 드러내는 효과가 있다. 일명 슈트빨이라고 하는 것이 괜히 나온 이야기는 아니다.


화이트컬러 시대가 사라져 가는 이 시기는 2020년대부터 앞당겨지기 시작했다. 사무실에 앉아서 OA 등을 활용해서 일하는 사람들의 일자리는 이제 AI가 더 잘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더욱더 편안한 복장에 익숙해졌다. 주변의 지인들 중 이제 매일 사무실로 출근하라고 하면 회사 이직을 고민한다고 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슈트는 단순한 의복이 아니라 산업화 시대의 질서를 상징하는 유니폼이었다.


일반적으로 정해진 출근 시간, 위계가 분명한 조직 구조, 상사와 부하의 구분, 사무실이라는 물리적 공간 이 모든 것이 슈트와 함께 존재했었다. 즉, 슈트가 줄어든다는 것은 복장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조직 중심 사회’가 약해진다는 신호다. 이와 함께 음주와 유흥문화도 바뀌고 있다. 정해진 복장을 입고 출근해서 조직사회에서 일하다가 주말이나 퇴근시간에 같이 회식을 하고 유흥을 하면서 술을 마시던 문화도 같이 사라지고 있다. 실제로 2차, 3차에서 일하던 유흥업도 사라지지만 관련 업계 종사자도 많이 사라졌다.


일반적으로 신입사업들은 보고서 초안 작성, 번역, 엑셀 정리, 데이터 요약, 계약서 초안, 마케팅 문구 생성, SNS채널 관리등을 해왔다. 실제 작업해 보면 알겠지만 AI가 훨씬 잘한다. 즉, AI는 단순 업무가 아니라 ‘경력의 시작점’을 없애고 있다. 백화점 남성복 매장이 한산한 이유는 패션 트렌드 때문이 아니라 그 옷을 매일 입어야 할 이유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면 AI는 화이트컬러의 일자리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화이트컬러라는 개념 자체를 흔들고 있다.


블루컬러가 기계에 의해 줄어들었듯 화이트컬러는 알고리즘에 의해 재편되고 있다. 슈트가 사라지는 시대는 단순한 패션의 변화가 아니라 산업사회가 입고 있던 갑옷이 벗겨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슈트는 사라지고 있지만 우리가 의지해 왔던 ‘안정된 직업’이라는 개념도 함께 옅어지고 있다. 당신은 변화에 적응하고 있는가 아니면 그냥 멈추어 서서 바라보고만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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