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 이전의 시대, 선사

풍경 좋은 곳에 자리했던 사람들의 흔적이 있는 옥천 선사공원

책을 안 읽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지만 문자가 없다면 우리는 더 발전하는 미래를 만들 수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즉 책을 많이 읽는 사람에게는 더 많은 기회가 생긴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현재에 문자가 없던 시절을 상상해 본 적이 있을까. 누군가의 이름도, 사건의 기록도, 날짜도 남지 않던 시대. 기억은 입에서 입으로 옮겨졌고, 시간이 흐르면 바람처럼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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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오늘날 알고 있는 대부분의 이야기는 문자 이후의 이야기다. 적 역사를 기록한 이후의 세계라고 할 수가 있다. 그 이전의 삶은 돌과 흙, 그리고 물가에 남겨진 흔적으로만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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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옥천의 선사공원의 강변에 서 있으면, 그 시간의 결이 조금은 느껴진다. 대청호를 내려다보는 옥천선사공원 일대는 지금은 산책로와 전망대가 이어진 평화로운 공간이지만, 오래전에는 누군가의 생존이 걸려 있던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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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 늘 생명의 조건이었다. 물을 마실 수 있고, 고기를 잡을 수 있으며, 짐승이 드나드는 길목이 되는 곳. 옥천의 강변은 선사인들에게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선택지’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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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이라는 지역에서 강을 바라보던 사람들이 있었다. 짐승의 발자국을 따라가고, 돌을 깎아 만든 도구를 손에 쥔 채 먹거리를 찾아 나섰을 것이다. 시야는 좁고 집중되어 있었을지 모른다. 오늘 하루를 버틸 수 있는 사냥이 가장 중요한 목표였기 때문이다. 그 흔적들이 바로 이곳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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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을 살피고, 아이들을 돌보고, 채집할 수 있는 식물을 찾고, 불씨를 지켰다. 바람의 방향과 구름의 움직임, 물의 높낮이를 관찰하며 내일을 준비했을 것이다. 그들의 시야는 넓고, 부족 전체를 아우르는 감각이었을지도 모른다. 특히나 선사공원에는 돌에 남긴 영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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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 선사공원에 남아 있는 고인돌과 선돌을 바라보면 묘한 질문이 떠오른다. 왜 그들은 돌에 집착했을까. 문자가 없던 시대, 돌은 가장 오래 남는 물질이었다. 나무는 썩고, 흙은 흩어지지만 돌은 남는다. 그래서 그들은 무덤을 돌로 만들고, 상징을 돌에 세웠다. 인간의 생명은 짧았지만, 돌은 영원에 가까워 보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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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을 따라 이어진 삶은 언젠가 끝났겠지만, 그들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은 거대한 돌덩이였다. 그것은 단순한 무덤이 아니라 “우리가 여기 살았다”는 기록을 남겼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흔히 선사시대를 원시적이라 부른다. 그러나 감정은 결코 원시적이지 않았을 것이다. 사랑, 두려움, 질투, 희망, 상실. 그 모든 감정은 이미 존재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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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가 생기면서 국가는 시스템이 되었고, 계약과 법과 화폐가 생겨났다. 하지만 문자 이전의 삶은 더 직접적이었다. 자연과 맞닿아 있었고, 계절의 변화가 곧 운명이었다. 옥천 강변을 걸으며 그 시대를 상상해 보면, 지금 우리가 가진 풍요가 얼마나 복잡한 구조 위에 서 있는지 깨닫게 된다.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 도시 국가. 이 모든 것은 문자 위에 세워진 구조다.


대청호가 생기면서 수몰된 마을들이 있다. 지금은 산책로로 복원된 길을 따라 걷다 보면, 과거의 시간 위를 걷는 듯한 기분이 든다. 날망마당에서 물비늘전망대를 지나 황새터와 용댕이를 거쳐 장계리 주막마을까지 이어지는 5.6km 길은 단순한 산책로가 아니다. 선사시대의 삶, 조선시대의 마을, 현대의 수몰과 복원. 인간은 늘 변화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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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선사를 궁금해하면서 왜 우리는 오래전 사람들의 삶을 알고 싶어 할까. 우리는 너무 많은 기록 속에서 살아간다. SNS에 하루를 남기고, 데이터로 기억을 저장한다. 그러나 정작 자신이 왜 살아가는지, 무엇을 위해 분투하는지는 쉽게 설명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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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 선사공원의 얼굴 모양 배치는 상징적이다. 눈에는 움집이 있고, 코에는 선돌이, 귀에는 고인돌이, 입에는 먹고 즐기는 공간이 놓여 있다. 그것은 인간의 삶을 구성하는 기본 요소를 은유하는 구조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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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조깅을 하고 사진을 찍는 공간이지만, 오래전에는 삶과 죽음의 경계였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문자 덕분에 과거를 기록할 수 있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문자가 생기기 전, 강가에서 돌을 쌓으며 살았던 사람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은 인간이었다. 그들은 기록을 남기지 못했지만, 대신 흔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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