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불패, 무협 세계의 변방 묘족

동방불패는 소수민족과 한족을 넘어선 시대의 변화를 담은 영화

지금 중국의 중심을 이루는 민족은 가장 다수를 차지하는 한족이다. 그렇지만 중국 전통 세계관에는 늘 중원(漢족 중심의 문명 세계)과 변방(소수민족 세계)이라는 개념이 존재한다. 어떤 나라든 기득권과 그렇지 않은 세력과의 균형의 모순은 생긴다. 중국에서 중원은 질서, 정통, 유교적 세계관을 가졌으며 변방은 자유롭지만 이질적인 느낌을 가지고 있다. 영화 속 동방불패가 절대 무공을 얻기 위해 선택한 조건은 매우 극단적이다. 남성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오랜 시간이 지난다면 지금의 종교는 어떤 관점으로 보일까. 점점 불확실성이 제거될수록 종교가 설자리는 없어져간다. 종교라는 것이 인간의 삶과 죽음의 불확실성에 기반해서 자리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래전에도 종교는 다양한 모습으로 이 세계에 영원함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확장을 해왔다. 동방불패 역시 종교가 등장한다. 권력과 종교는 언제나 함께 등장해 왔다 동방불패는 단순한 무협 캐릭터가 아니라 인간의 삶을 버리고 권력을 선택했을 때 등장하는 존재다. 그래서 그는 한 사람의 무림 고수가 아니라 역사 속에서 반복되어 온 권력의 그림자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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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기득권을 흔들고 그 중심에 들어가고 싶어 했던 사람의 욕망은 꾸준히 있었다. 특히 중국의 역사에서는 그런 사례가 많았다. 동방불패가 등장하는 세력은 정통 무림 질서에서 벗어난 이단적 권력이다. 독기술과, 기묘한 무공, 신비한 종교를 기반으로 활동했으며 베트남이나 태국 등에 사는 몽족과 같은 뿌리를 가지고 있다. 현재 약 천만 명이 넘는 묘족이 중국 남서부에 살고 있다.. 치우는 황제 헌원과 싸운 전설적인 부족의 지도자로 등장하는데, 일부 묘족들은 자신들이 그 후손이라고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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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중원의 세력이었던 사람과 묘족의 묘한 사랑이야기도 이 영화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다. 묘족 의상은 중국 전통 의상 가운데에서도 가장 화려한 편으로 특히 묘족 여성들은 엄청난 양의 은 장식을 착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들에게 은은 부와 번영, 악귀를 막는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다. 영화에서 동방불패가 상징하는 것은 “질서를 지키는 권력이 아니라 질서를 넘어선 권력.”이다. 권력을 얻기 위해 인간의 자연스러운 삶을 버렸고 그 힘으로 기존 세계를 뒤흔드는 존재로 그려진다. 그래서 동방불패는 무협 영화 속 캐릭터이지만 동시에 중국 역사 속 권력의 어두운 그림자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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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돌아보면 권력은 언제나 중심에서만 만들어지지 않았다. 때로는 중심에서 밀려난 곳에서 더 강한 힘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중원의 질서가 굳어질수록 변방의 세계는 다른 방식으로 움직였다. 그곳에서는 기존의 질서가 아닌 또 다른 규칙이 만들어졌다. 무협 세계에서 변방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변방은 늘 낯설고 이질적인 공간이지만 동시에 새로운 힘이 탄생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그래서 중원의 질서를 흔드는 인물들은 언제나 변방에서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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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불패 역시 그런 인물이다. 그는 중원의 질서 안에서 만들어진 권력이 아니라 그 질서의 바깥에서 등장한 권력이다. 그래서 더 강하고, 더 위험하며, 동시에 더 매혹적인 존재로 그려진다. 인간의 역사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언제나 중심에는 질서를 지키려는 사람들이 있고, 그 주변에는 그 질서를 넘어가려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권력은 그렇게 중심과 주변 사이에서 끊임없이 이동하며 새로운 균형을 만들어 왔다.


어쩌면 동방불패라는 인물은 특정한 시대의 이야기가 아닐지도 모른다. 인간이 권력을 욕망하는 한, 그리고 기존의 질서를 넘어 새로운 세계를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이 존재하는 한 이런 인물은 언제든 다시 등장할 수 있다. 그래서 동방불패는 한 편의 무협 영화 속 캐릭터이면서도 동시에 인간의 역사 속에서 반복되어 온 이야기이기도 하다. 질서를 지키는 세계와 그것을 넘어가려는 욕망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오래된 이야기 말이다.


동방불패 속에서 묘족의 이야기를 보면서 궁금해진다. 권력은 과연 질서를 위해 존재하는 것일까. 아니면 질서를 넘어서는 순간에 비로소 완성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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