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의 <오징어 게임> 옥외 마케팅 프로젝트, 오겜월드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개봉을 앞두고 체험형 옥외 마케팅 프로젝트 ‘오겜월드’의 문을 열었다. 이태원역 4번 출구를 지나 지하 1층, 2층, 3층 계단을 내려가서 지하 4층, 지하철을 타기 직전 승강장까지. 이태원 일대가 그야말로 압도적인 스케일의 촬영 로케이션으로 변신했고, 철없는 어른이는 마냥 신나서 카드도 안 찍고 역 안에서만 한 시간 동안 뛰어놀았다.
죽거나 마지막까지 살아남거나. <오징어 게임>은 의문의 서바이벌에 참가한 사람들이 456억원 상금을 두고 최후의 1인이 되기 위해 극한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오겜월드’는 <오징어 게임>과의 연관성을 극대화하면서도 신작에 대한 기대를 일으키는 티저 역할을 톡톡이 하고 있다. 어렸을 적 누구나 해봤던 골목 놀이가 승패를 넘어, 생과 사를 가르는 배틀 그라운드가 된다는 점에서 <오징어 게임>이 ‘동심이 파괴된다’는 슬로건을 내걸었다면, ‘오겜월드’는 시리즈의 알록달록한 조형물과 독특한 분위기를 현실에 그대로 재현하면서 오히려 ‘동심 저격 놀이터’가 됐달까.
예고편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라운드에 등장해 강렬한 인상을 남긴 초대형 스나이퍼 인형부터 정글짐, 뱅뱅이, 미끄럼틀 같은 온갖 놀이터 기구, 성인 키보다 훨씬 큰 오락실 게임기까지 모두 이태원역 안에서 전시된다. 넷플릭스의 시그니처 로고 ‘N’이 그려진 거대한 주사위도 드론 작동으로 공중에 떠서 돌아가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이뿐만 아니다. <오징어 게임>의 줄거리를 이끌어나가는 핵심 장치이자, 극 중 배역들 또는 우리가 가진 욕망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는 황금 돼지 저금통도 4번 출구 앞 건물 옥상에 세워졌다. 456억원에 이르는 돈다발이 저금통 안에서 쉴 새 없이 흩날리고, 밤에는 홀로그램으로 만든 요원이 빛을 내며 자리를 지킨다. 무릇 게임도, 인생도, 운이 7할이고 노력이 3할이라고, 운칠기삼의 교훈을 보여주는 캡슐 뽑기 이벤트도 또 다른 재미.
이처럼 ‘오겜월드’는 일관된 경험(UX)으로 몰입을 제공함으로써 프로젝트를 보는 관람객을 게임의 참여자로 바꾼다. 지하철역 스크린과 배너는 물론, 해밀턴 호텔과 그 건너편 건물에도, 그 건너 건너편 건물에도, 어딜 봐도 <오징어 게임> 예고편에 등장하는 촬영 로케이션 같다. 크리에이티브한 기획력에 막대한 자본력이 더해져, 할 수 있는 마케팅은 다 했고 태울 수 있는 예산은 다 태운 느낌이랄까. 이태원역을 옥외 마케팅 장소로 선택함으로써 유동인구인 MZ세대는 물론, 국내에 거주하는 글로벌 유저의 관심까지 끌었다. <오징어 게임>이 한국 드라마 최초로 미국 넷플릭스 1위를 기록하는 기념비적인 성적을 일궈내고, 한국, 홍콩, 쿠웨이트, 말레이시아, 모로코, 필리핀, 카타르, 사우디 아라비아, 싱가포르, 대만, 태국, 아랍 에미리트 등에서 1위를 휩쓴 데 ‘오겜월드’도 분명 한몫했을 거다.
무엇보다 이태원역 외벽, 바닥 곳곳에 꾹꾹 눌러 붙인 디테일, 또는 노가다로 불리는 그 정성.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업으로 가진 사람으로서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땅따먹기 게임처럼 바닥에서 하는 골목놀이 외에도 온갖 마케팅 문구들이 이곳저곳에 도배됐는데, 자음 따로, 모음 따로, 총 몇 개의 글자 스티커가 붙여졌을지.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이런 거 붙이기도 힘든데 떼는 건 더 힘들다. 재질 특성상 깔끔하게 원상 복구하기도 어려울 테고. 사람 사이 관계든 기업이 소비자를 대하는 태도든 항상 사소한 것에 감동하기 마련인데, 그래서인지 카메라 앨범을 보니 래핑 사진이 가장 많았다. 고생하셨습니다. <오징어 게임>, ‘오겜월드’ 만큼 재밌었어요.
이태원 오겜월드
장소 | 서울, 이태원역 지하 4층
기간 | 2021년 9월 5일(일) ~ 9월 24일(금)
* 9월 18일(토) 종료 예정이었으나, 6일간 연장 운영
* 자세한 내용은 넷플릭스 SNS 공지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