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
공룡들의 터전이었던 이슬라 누블라 섬이 파괴되고, 공룡들은 섬을 벗어나 세상 밖으로 출몰한다. 영화 부제인 ‘도미니언’에서 엿볼 수 있듯, ‘누가 지구를 지배하는가’가 이번 영화의 관전 포인트. ‘지상 최대의 블록 버스터’라는 카피 답게, 지구의 최상위 포식자 자리를 걸고 인간과 공룡의 최후의 사투가 펼쳐진다. 마음이 웅장해지는 사운드 트랙이 나오고, 노란 원형 라이트를 배경으로 어마어마한 크기의 육식 공룡, 기가노토사우르스가 등장한다. 고고학 박물관에 뼈만 남은 형태가 아니라, 우리 바로 옆에 이빨을 드러내며 온전히 살아있는 모습으로.
<쥬라기 공원>이 1993년 처음 나왔으니, 벌써 30년 전이다. 티라노 사우르스부터 트리케라톱스까지, 그림자만 봐도 줄줄이 이름을 읊던 시절이 나에게도 있었다. 공부는 그닥이나, 공룡 암기력은 끝내주게 좋았었지. 그때 그 암기력이 가능하게끔 영화 속에서 모험을 펼치고, ‘공룡은 만나면 피하는 게 상책’이라는 걸 알려주며 열심히 도망다녔던 어릴 적 추억의 스타들이 이번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에 모두 출연했다. 여기에, 그때 그 배우들의 옛 모습을 이어받은 지금의 젊은 배우들이 합을 맞췄다. ‘앨런(샘 닐)’과 ‘오웬(크리스 프랫)’, ‘엘리(로라 던)’와 ‘클레어(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 이미지가 묘하게 겹친다.
마블 유니버스의 <토르: 라그나로크>에서 화려한 룩, 진성 쾌락주의자 캐릭터로 관객들을 각인시킨 우리의 그랜드 마스터, 제프 드불룸은 ‘이안 말콤’ 역을 맡아 이번에도 대체 불가능한 연기를 보였다. 71세가 맞나요. 공룡 말고 제프 드불름이야말로 냉동인간이 아닌지. 이렇듯 신구의 하모니가 톡톡히 작용한 적에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은 개봉 일주일이 채 안돼 2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올해 개봉작 중 ‘범죄도시2’,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에 이어 3번째다.
인류와 공룡의 공존, 구세대와 신세대의 조화. 종과 세대의 다양성을 표방하는 와중에, 두 신스틸러 ‘카일라(드완다 와이즈)’, ‘베리(오마 사이)’가 극을 처음부터 끝까지 하드캐리하면서 표방하는 인종의 다양성도 눈여겨볼만 하다. 아시안 캐릭터의 쓸모가 조금 아쉬웠지만 시대 흐름에 따라 적절하게 PC를 신경쓰면서, 스티븐 스필버그가 처음 쓴 공룡 서사의 마침표를 찍었달까. 어렸을 적 <쥬라기 공원>을 보고 자란 쥬라기 키즈를 위한 ‘추억 월드’,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 향수와 여운을 남기며 잘 닫았다.
P.S.
공룡이 출몰하는 영화 속 멀티버스에서도 홍보팀은 매 순간 고민하고, 고뇌하고, 열일한다.
이 시대의 홍보팀 화이팅. (나도)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Jurassic World: Dominion)>
개봉 | 2022년 6월 1일 (전 세계 최초로 국내 개봉)
감독 | 콜린 트레보로우
출연 | 크리스 프랫,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 외
등급 | 12세 관람가
배급 | 유니버설 픽처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