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몸과 마음이 깨어나는 순간들
기구필라테스를 시작한 지 어느덧 세 달이 지났다.
그동안 헬스, PT, 스피닝, 요가, 밸런스핏, SNPE, 발레핏, 매트필라테스, 홈트까지 이것저것 해본 나름 ‘운동 부심’이 있었던 나는, 새로운 운동을 접한다는 기대감에 꽤 들떠 있었다.
의욕이 넘쳤다고나 할까.
게다가 최근까지 매트필라테스를 꾸준히 해왔고, “어디서 운동 좀 하셨죠?”라는 말을 종종 들었던 터라 괜히 자신감이 붙어 주저 없이 그룹 기구필라테스 수업으로 총총 향했다.
그리고…
나는 지금 아주 처참하게, 여실히 무너지는 중이다.
거울 속 군데군데 자리 잡은 군살들과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자니 눈 둘 곳이 없을 만큼 민망하고, 네 가지 기구에서 선생님의 티칭을 따라가려면 눈은 커지고 귀는 쫑긋하고 정신은 이미 과부하 상태가 된다.
기구 위에서 버텨야지, 흉곽 호흡해야지, 팔과 다리는 제때 움직여야지, 어디엔 힘을 주고 어디엔 힘을 빼야 하고, 동작은 흐르고, 선생님의 카운트는 왜 그렇게 얄밉게만 들리는지. ^^
온몸의 세포에 집중하다 보면 신경이 바짝 곤두선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 따로 없다. 나 혼자 땀을 뻘뻘 흘리고 있으니 누가 보면 사우나에 다녀온 줄 알겠다.
지난 세 달은 숙련자들을 따라잡기 위해 부단히 발버둥 친 시간이었다. 내 몸 하나만 챙기면 될 것을 남들과 비교하며 왜 그리 욕심을 냈던 건지… 돌아보면 웃음만 난다.
그래도 시간이 흐르니 아주 조금씩 감이 잡히기 시작했다.
하지만 선생님이 바뀌거나 기구가 바뀌는 날이면 혹은 새로운 동작을 만나게 되면 어김없이 또 다른 민낯을 마주하게 된다. 어쩜 매일이 이렇게 새로울까? 늘 새롭다, 정말.
나만 이런 것일까? (진심 아무나 붙잡고 묻고 싶다.)
언젠가 나도 힘들이지 않고 가뿐하게 고난도 동작을 해낼 수 있을까. 그날을 기다리며, 앞으로 매일의 변화와 몸의 감각을 기록해보려 한다. 이 작은 하루들이 쌓여 언젠가 나만의 필라테스 여정이 완성되겠지.
“시작은 늘 작고 어설프지만, 멈추지 않는 게 중요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