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린이의 하루

: 오늘도 흔들리지만, 그래도 나아간다.

by E Luna

아직도 기구필라테스 수업이 있는 날이면 수업 시작 두 시간 전부터 괜히 긴장된다.


밥도 반쯤 먹다 말고, 물도 더 마시고, 운동복을 갈아입고, 스스로 웜업까지 한다. 마치 작은 전투라도 치르듯 몸을 조심스럽게 예열하는 나만의 루틴이 생겼다.

센터는 집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 가깝다는 건 분명 장점이지만 늘 고민한다.

‘오늘 갈까? 말까?’, ‘그래도 지난번보다 조금만 더 잘해보자.’, ‘제발 새로운 동작만 나오지 않기를…’

이 세 가지 마음이 번갈아 들락날락하는 묘한 상태로 발걸음을 내딛는다. 4층까지 계단을 오르며 괜히 배에 힘을 주고 호흡을 맞춰본다. 오늘도 나의 민낯을 마주할 준비를 하면서.


예전에는 잔뜩 긴장한 채로 수업이 시작되면 몸과 마음이 몹시 분주했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안정된 느낌이다.

선생님의 티칭도 귀에 잘 들어오고 천천히 따라가며 동작을 완성한다. “흉곽호흡하세요!”, “어깨와 귀는 멀어지세요!”,

“엉덩이는 오리 궁둥이 만들어주세요!”

온갖 주문이 난무하지만 예전만큼 당황하지는 않는다.

거울 속의 몸이 미세하게 달라 보이는 그 찰나의 순간들.

그걸 느끼면 괜히 기특하고 조금 흥분된다.

‘그래, 나 오늘도 조금은 성장했구나.’

이 작은 성취감이 나를 계속 움직이게 한다.


수업이 끝나면 온몸에 땀은 흐르고, 얼굴은 벌겋고, 허벅지는 불타오르고, 팔은 저릿저릿하다.

그래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엔 몸이 이상하게 가볍다.

잘했는지 못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오늘의 나는 분명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갔다.


필라테스는 참 이상한 운동이다.

매번 새롭고, 매번 낯설고, 조금 익숙해지면 또 나를 흔드는 동작이 나타난다. 그래서 어렵고, 그래서 짜증 나고, 그래서 자꾸 욕심이 난다. 그리고 나는 또 다음 수업을 예약한다.


“오늘의 몸이 내일의 몸을 만든다는 걸, 이제는 조금 믿게 되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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