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테스가 가르쳐준 나

: 흔들리는 나를 다시 세우는 연습

by E Luna

필라테스 기구 위에서 균형을 잡지 못해 덜그럭거리던 순간,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 나 또 이렇게 흔들리는구나.’

몸이 흔들리는 건 기구 때문인데 마음이 먼저 무너지는 건 늘 나였다. ‘왜 이것도 제대로 못 해?’ 나만 뒤처지는 것 같았다.

그렇게 스스로에게 쓸데없는 엄격함을 들이대는 건 비단 필라테스만의 이야기는 아니었다.


기구 위에서의 나를 보고 있으면 내 성격과 감정의 패턴이 너무 적나라하게 튀어나온다. 무엇이든 빨리 익혀야 마음이 편했고, 칭찬받고 싶은 욕구가 강했고, 작은 변수가 생기면 금세 불안해졌고,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했고, 마음이 급해지면 호흡부터 흐트러졌던 지난날의 내가 고스란히 겹쳐 보였다.


필라테스를 하면서 나는 운동이 아니라 나라는 사람을 다시 보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조금 웃겼다.

몸 하나 제대로 세우는 게 이렇게 어렵다니. 마음 하나 바로 세우는 게 평생 어려웠던 이유가 여기 다 있는 것 같아서.

그런데 신기한 건 수업 중 아주 짧은 1초도 안 되는 순간에 ‘아, 잡혔다!’ 싶은 감각들이 찾아온다는 거다. 척추가 스르륵 길어지는 느낌, 골반이 제자리를 찾는 느낌, 기구가 무섭지 않고 몸이 먼저 반응하는 느낌.

그 순간만큼은 몸도 마음도 단단해지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작은 1초가 자꾸 나를 다시 움직이게 한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왜 늘 한 번에 잘하려 했을까? 왜 흔들리는 걸 그렇게 두려워했을까? 필라테스는 매 수업마다 말해준다. “흔들리는 건 잘못이 아니라 과정이에요.”라고.

삶도 그렇다는 걸 나는 이제야 조금 알겠다. 견고해지고 싶은 마음 때문에 흔들리는 걸 부끄러워했지만, 사실 그 흔들림 속에서만 균형을 배우는 것 같다.


여전히 나는 필린이다. 아직도 기구는 어렵고, 호흡은 엉망일 때도 있고, 동작 하나에 정신이 없을 때도 있다. 하지만 예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흔들려도 괜찮다고, 조금만 더 가보자고 나에게 말을 걸어주게 된 것.

운동이 삶을 바꾼다기보다 운동하는 동안의 내가 조금씩 변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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