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대신, 글을 선택했다.
나는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것이 편한 사람이었다.
어딜 가든 자연스럽게 ‘굿 리스너’가 되었고, 그 역할이 내 자리라고 믿었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일은 익숙했고, 어느 순간부터는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서인지 내 주변에는 항상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하지만 듣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나는 조금씩 지쳐갔다.
타인의 감정이 고스란히 내 안으로 들어왔고, 그 감정의 무게로 인해 내 마음은 한없이 가라앉았다. 때로는 감정의 쓰레기통이 된 것처럼 느껴질 만큼.
그렇다고 늘 침묵만 했던 것은 아니다. 가끔은 나도 내 이야기를 하고 싶어졌고, 어렵게 입을 열어본 적도 있었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정제되지 않은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때가 있었고, 말하고자 한 의도와 다르게 전달되기도 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꺼낼수록 마음은 오히려 더 불편해졌다. 어느 순간부터는 듣는 것도, 말하는 것도 모두 부담이 되었다. 그럴수록 나는 귀와 입을 닫게 되었고, 대신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글쓰기는 오래전부터 나에게 가장 편한 감정의 출구였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마음을 문장으로 옮길 때 비로소 숨이 트였다. 두서없이 내뱉는 말보다 천천히 정리된 글이 나를 덜 소모시켰다. 말보다 글이 더 정확했고, 더 안전했다.
그래서 나는 선택했다. 말을 더 잘하는 것보다 더 솔직하게 쓰는 쪽을. 브런치를 시작한 이유도 결국 여기에 있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오래 들어온 사람으로서 이제는 내 이야기를 글로 남겨야겠다고,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마음이 나를 이 자리로 데려왔다.
이제 나는 리스너도, 스피커도 아닌
라이터의 자리에서 나를 정리하며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