닿지 못한 말
말은 늘 조심스러웠다.
말이 마음보다 앞서지 않도록 가벼움을 경계하며, 꼭 필요한 말만 역설하려 했다. 할까 말까 할 때는 하라고들 하지만, 말할까 말까 할 때는 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믿어왔기에 선택의 기로에서 나는 늘 멈추는 쪽을 택해왔다.
대신 참고, 삭히고, 기다렸다. 이 마음의 동요도 언젠가는 가라앉을 거라 생각하면서.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조용히 잠들어 있던 휴화산을 건드리는 이가 있었고, 그 일렁임은 시간이 지날수록 금방이라도 터질 듯한 활화산이 되어버렸다.
결국 화산이 폭발했다. 용기를 냈다고 생각했지만 돌아온 것은 홀가분함이 아니라 어디에도 두지 못한 찝찝함이었다. 말은 분명 나갔는데 마음은 닿지 않았던 것이다. 그제야 알았다. 이건 전달의 문제가 아니라, 결의 문제였다는 것을.
나는 사람을 좋아하면서도 싫어한다. 사람 때문에 즐겁고, 사람 때문에 가장 힘들다. 다가오면 물러서고 멀어지면 붙잡고 싶어진다. 끝없이 반복되는 이 모순 속에서 나는 여전히 나를 잘 모르는 사람처럼 서 있다.
너를 이해하려 애쓰다 나는 나를 더 또렷하게 알게 되었다.
끝내 닿지 못한 말들 덕분에, 이제는 말보다 나를 먼저 지키는 법을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