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기록을 멈추지 못했을까

10년의 블로그, 그리고 남은 마음들

by E Luna

글쓰기는 늘 어렵게 느껴진다.

주절주절 토해내다 주섬주섬 주워 담기를 반복한다.

오늘도 고민하고 지금 이 순간에도 망설인다.

머릿속은 늘 엉망진창, 뒤죽박죽이지만 실타래를 풀어내듯 그렇게 쓰다 보면 이 공간이 새삼 고맙고 소중하다는 걸 깨닫게 된다.


어느 날, 블로그를 해보라는 누군가의 말 한마디로 무작정 시작한 것이 내 기록의 시작이었다. 그때는 그저 써보고 싶다는 마음 하나뿐이었다.


맛집 후기를 올리던 맛집 블로거였다가, KBS 저녁 정보 프로그램 ‘생생정보’처럼 정보를 나누는 사람이 되었다가, 여행 후기를 남기는 여행 에세이스트였다가, 영화·책·음악 감상을 기록하는 리뷰어였다가, 그리고 어느새 일상을 적는 일상 블로거가 되어 있었다.


정해진 방향도, 뚜렷한 정체성도 없이 그때그때 쓰고 싶은 이야기들을 닥치는 대로 담았다. 그저 글이 쓰고 싶었고, 내 글을 누군가가 읽어주길 바라는 마음이 전부였다. 그러다 문득, 스스로에게 묻게 되었다. 나는 왜 이 공간에서 글을 쓰고 있는 걸까.


글이 쓰고 싶어서 시작했을 뿐인데 불특정 다수가 읽는 공간이라는 이유로 내가 쓰고 싶은 글과 보이는 글 사이에 점점 괴리가 생겼다. 글을 쓰고 나면 감정을 덜어내기 위해 고치고 또 고쳤다. 담백한 글, 누구나 공감할 만한 글, 어느 누구에게도 지적받지 않을 ‘착한 글’을 지향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이 글이 과연 누구를 위한 글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부터는 나보다 타인의 시선을 먼저 의식했고,

쓰기 전부터 스스로를 검열하고 있었다. 그렇게 오랫동안 공을 들이던 블로그라는 공간에 나는 조금씩 글을 쓰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쓰지 않으면서도 글을 놓고 살 수는 없었다. 그래서 앞으로도 나는 기록하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 글쓰기를 통해 생각의 깊이가 조금 더 깊어지기를, 마음의 넓이가 조금 더 넓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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