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세계 칼럼
크리스천이 찾아야 할 케렌시아는 무엇인가
10년 전 쯤 중국에서 공장관리를 했다. 문제가 있어 곧 폐쇄해야 할 공장이었다. 그런 상황을 직공들이 눈치 채고 있었기에 제대로 통제가 되지 않았다. 현장은 관리자의 눈을 피해 각종 근무 태만이 횡행했다. 일부 중국 직원은 일 대신 회사 기물을 빼돌리는데 골몰했다. 매일 매일 현장은 전쟁터와 같았다. 그때 내게 나무 그늘 밑 평상과 같은 안식의 시간은 주말에 집에 돌아가는 승용차 안의 3시간이었다. 좋아 하는 목사님의 말씀을 반복해서 듣고, 찬양하고, 큰 소리로 기도했다. 그렇게 왕복하고 나면 일주일을 버틸 힘을 얻을 수 있었다. 돌아보니 그 장소와 시간은 나에게 케렌시아였다.
트렌드 코리아2018에서는 올해의 소비트렌드를 전망하며 10대 키워드 중의 하나로 케렌시아(querencia)를 제시했다. 케렌시아는 스페인어 querer(케레르, 바라다)에서 나왔다. 피난처, 안식처, 귀소본능이란 의미다. 케렌시아의 의미를 가장 극적으로 볼 수 있는 장면이 투우 현장이라고 한다. 투우장에 투입된 소는 투우사로부터의 두어 차례 공격을 받고 흥분과 분노의 감점, 죽음의 두려움에 휘감긴 채 투우장의 한곳에 잠시 멈춘다. 소는 그곳을 케렌시아로 삼는다. 그곳에서 힘을 고르며 온 힘을 다해 반격을 준비한다. 소에게 그 장소는 피난처요, 회복과 새 출발의 장소다.
투우장의 소에게 그렇듯, 복잡다단한 현실에서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도 케렌시아와 같은 공간이 갈수록 절실해지고 있다. 번아웃이 빈번한 일상에서 자신을 돌아보며 추스르고, 회복하며 힘을 재충전하는 시간이 없다면 곧 방전돼 버릴 것이다. 특별히 크리스천에게 케렌시아는 무엇이며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까.
내 경우 정글 같은 현실 중 자동차 안이 그랬듯 자신만의 케렌시아가 필요하다. 보통 케렌시아는 집과 회사가 아닌 제 3의 장소를 의미한다. 동네 카페가 될 수도 있고, 한숨 잘 수 있는 수면카페가 될 수도 있다. 취미활동을 즐길 수 있는 만화방, 각종 체험카페일 수도 있다. 그런데 좀 색다른 제안을 하고 싶다. 자신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무실과 집의 책상을 케렌시아로 삼으면 어떨까? 그곳이야말로 케렌시아가 되어야 할 장소가 아닌가. 책상은 내 경쟁력을 만들고, 미래를 준비해 가는 가장 중요한 장소이니 말이다.
책상이 케렌시아처럼 휴식과 다음 단계로의 성장의 공간이 되려면 정리정돈이 우선이다. 말끔한 책상은 산뜻한 마음을 낳는다. 심플한 마음은 집중을 유도하고, 이는 생산성과 직결된다. 책상은 최대한 비우는 것이 최상의 인테리어다. 잡동사니 등 에너지를 뺏는 것들을 최대한 치워야 한다. 가족 사진 한 장 정도는 에너지 보충을 위해 놓아도 좋겠다. 포스트잇에 좋아하는 말씀 구절도 한 장 써 붙여 놓으면 효과가 좋다. 그런 후 책상 위에는 지금 진행하고 있는 업무에 필요한 물건만 올려놓는다. 집과 회사의 책상이 다름 아닌 케렌시아가 되면 일의 능률이 오르고 일에 쫓기지 않게 되어 안정감과 여유가 생긴다. 그러면 사방이 케렌시아가 된다.
케렌시아는 공간적 개념이지만 시간적 개념의 케렌시아도 필요하다. 매일 주님이 주신 새로운 하루의 시작을 준비하는 시간 말이다. 매일 아침 일정한 시간을 구별해 말씀과 기도로 하루를 시작하는 묵상 시간을 가지면 이는 더할 나위 없는 케렌시아의 시간이 된다. 말씀을 깊이 들여다 보고 주님이 주시는 생각을 기록해 보자. 생각은 기록해야 형체와 의도를 드러낸다. 실제로 해 보면, 생각에 은혜를 받긴 힘들어도 기록된 글에 은혜를 받는 일이 허다하다. 묵상이 깊어질수록 더 큰 힘을 얻는다.
크리스천은 말씀이 해답임을 아는 사람이다. 매일 해답을 갖고 하루를 시작하고 해답을 확인하고 잠자리에 들 수 있다. 그러면 매일 언제나 케렌시아가 된다.
곳곳이 케렌시아이고,시시때때가 케렌시아면 그곳은 천국이 아닌가. 기독인은 그렇게 육체의 현실 속에서도 부지런히 천국을 경험해야 하는 자이다. 그렇게 경험한 천국이 얼굴에 오롯이 드러나 주위 사람들로부터 ‘무엇 때문에 저 사람은 각박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저렇게 행복한 표정인가?’라는 의문을 갖게 한다. 그래서 그들에게 ‘나도 저가 믿는 하나님을 믿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그렇게 케렌시아로 삼은 크리스천의 삶의 현장을 통해 하나님의 나라가 물밀 듯 밀려 들어가고 다시 주변으로 확장돼야 한다. 크리스천에게 케렌시아는 쉼 이상의 시간과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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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영 : 『기록형 인간』, 『플래너라면 스케투처럼』 저자
한국기록경영연구소 소장이자 신개념 주간 플래너 스케투(scheto)와 학생용 학습플래너 꿈스(ggooms) 개발자, 그리고 메모관리 종합플랫폼인 에버노트(Evernote) 공인컨설턴트(ECC)로 디지털과 아날로그 방법을 융합한 기록관리, 시간관리, 학습관리 방법에 대해 콘텐츠 저작과 교회와 단체, 기업을 대상으로 강의를 겸하고 있다.
[월간 신앙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