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diary]1편_섬세함으로 반겨준 따스한 인사

Xhalf "아날로그 필름 카메라는 아닙니다만..."

by 드림캐쳐


Door-fish-purple

이 카페는 내가 바빠지기 전에 거의 매주 간 내 단골 카페다.


여기서 책도 읽고, 편집도 하고, 글도 쓰고, 공부도 하며 많은 것을 했다.

여긴 해가 지면 가게 조명도 전체적으로 어둡게 조도를 낮춘다.


처음 이 카페에 간 날, 해지기 직전에 책 한 권 들고 찾아가서

책을 읽자마자 가게 안이 어두워져서 놀랐는데

사장님이 조명 한 5개를

나 책 읽으라고

내 테이블에 몰빵 해주셨던 기억이 난다. ㅎㅎㅎ

귀여워...

그 이후로 이 카페는 매주 가기로 마음먹고

책을 읽어야 할 때면 해가 떠 있는 낮 시간대에 찾아가곤 했다.


내가 이 카페에 자주 갔을 무렵은

주말에 만날 사람이 없었던 건지

만나고 싶은 사람이 없었던 건지

혹은 둘 다였을 수도 있는

불안함과 불편함이 가득했던 일상을 보냈을 시기다.


그래서 늘 이 카페에 혼자 가서 메뉴 2,3개씩은 꼭 시켜서 기본 3시간씩은 꼭 머물렀다.

사장님과 많은 대화를 나누진 않았지만

다정한 사장님 덕분에 늘 마음이 편안해서 자주 갔었다.

하지만 현생이 정신없이 바빠진 이후론 주말에 카페를 거의 방문하지 못하다 오랜만에 들렀다.


얼마 전부터 바다가 너무 보고 싶어서

원래는 바다를 가려고 집을 나섰는데

너무 더워서 바다 가는 것은 포기하고 카페거리에서 남은 필름 수를 채웠더니 마지막 컷이 찍힌 곳이

마침 내 단골카페 앞이었다.

마치 졸업하고 연락 뚝 끊었다가 갑자기 담임 선생님을 찾아가는 마냥

오랜만이라 처음 가는 것처럼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들어가 커피 주문을 하는데

사장님의 인사가 그동안의 공백을 메웠다.


"카메라가 바뀌셨네요?"
"엇! 어떻게 아셨어요??"


"전에 들고 다니시던 카메라는 은색에 좀 더 컸던 것 같은데...
지금 들고 계신 카메라도 작고 예쁘네요"

역시 섬세하셔....


그렇다.

기존에 들고 있던 애들은

전부 실버색 카메라였는데 그걸 알아보시다니...


사실 Fujifilm Xhalf는 출시 후 성능에 비해 가격이 너무 비싸서 정말 욕을 많이 먹고 있는 카메라다.

하지만 오히려 나는 그동안 카메라가 다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에 사고 싶은 욕구가 뜸했는데

Xhalf는 너무 흥미로워 보여서 오픈런까지 하면서 샀다...


줄 서서 기다리는 것 너무 싫어해서 맛집은 포기하고 대충 옆집 가서 먹는데

그런 나를 줄 서서 오픈런 뛰게 만든 브랜드

Fujifilm

왜 이렇게 인기 많아졌냐 ㅠㅠ

근데 그럴 만 해..

너무 예쁘다

작고 소즁해 ㅠㅠ



막상 사고선 원래 쓰던 카메라에도 있는 필름시뮬레이션에선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Xhalf의 특별한 기능 "필름카메라 모드"를 선택하면

아날로그 필름카메라처럼 필름 롤이 다 돌 때까지 결과물을 확인할 수가 없다.

재밌어....�


뭐.. 이거 핸드폰 어플 중에도 있어서 이걸로도 많이들 후지를 비난해서 나도 너무 큰돈을 썼나 하던 찰나에

사장님의 인사로

'역시 사길 잘 했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 카페를 왜 자주 갔는지 그때는 몰랐는데

오늘에서야 알겠다.


나는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줄 공간을 찾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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