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
Ⅰ. 물이 미래다
우리는 '물'을 둘러싼 새로운 시대의 전환점에 있습니다. 21세기는 에너지와 식량, AI·빅데이터·로봇 등 첨단기술이 미래 경쟁력을 좌우한다고 하지만, 이 모든 기반 위에 놓여 있는 가장 근본적인 자원이 바로 '물'입니다. 물은 단순한 생존의 요소를 넘어, 산업 경쟁력과 도시 지속가능성, 그리고 사회안전망을 결정짓는 핵심 인프라입니다.
2010년대 이후 산업구조가 첨단산업으로 전환되고, 기후위기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물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수량관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세계물경제위원회(GCEW)는 세계 인구의 절반이 이미 물 부족에 직면해 있으며, 각국 정부와 전문가들이 인류가 적절한 수준의 삶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물의 양을 과소평가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물의 경제학: 글로벌 공공재로서 물순환 평가’보고서, GCEW, 2024.10.17.)
극단적인 홍수·가뭄의 물위기의 확대, 미래 첨단산업으로의 구조 전환은 물관리의 중요성이 증가하고, 기후테크의 부상 등 물산업 기술발전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중앙정부는 2022년부터 물관리를 환경부로 일원화한 통합 물관리 체계로 전환했고, 2026년까지 지방정부 역시 물관리 조직과 기능을 통합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경기도는 수자원본부와 건설국 하천과로 나뉘어져 있으며, 향후 통합 물관리 통합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물관리 패러다임을 수립하고 이에 맞는 지위와 기능을 갖추어야 합니다.
기존의 수질 개선 중심의 물관리를 넘어, 미래를 대비하는 통합 물관리 체계를 고민해야 합니다. 경기도가 직면한 물위기(Water Risk)의 현실과 그 해법을 함께 모색하고, 광주시의 기회와 발전방향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Ⅱ. 물위기(Water Risk)의 실체: 산업, 기후, 기술의 삼중 압박
물위기(Water Risk)란 물이 사회와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아우르는 개념으로 급격한 산업구조의 변화와 기후변화로 인한 기록적인 폭우, 태풍, 가뭄, 지하수 고갈 등 물 관련 위험을 말합니다.
국가수도기본계획은 2030년이 되면 경기도 내 다수의 시·군에서 생활용수 및 공업용수가 부족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고양·화성·남양주·평택·파주·김포·안성·포천은 1일 20억 톤의 생활용수 부족하고, 용인·고양·평택·동두천는 1일 62만 2천 톤의 공업용수 부족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생활 및 공업용수의 부족으로 도민의 일상생활은 물론이고 생산시설의 정상적 운영에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기업은 용수 확보가 가능한 지역으로 이전할 수 있으며, 경기도 내 산업공동화가 발생할 수 있으며, 외부로부터 용수공급을 받기 위해 막대한 재정이 투입될 수 있어 주민복지 축소는 물론이고 도로·철도 등 각종 기반시설에 대한 투자 축소로 이어져 전반적인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 질 수 있습습니다.
용인 반도체 메가클러스터가 본격 가동되는 2030년대 중반이 되면 경기도민 522만여명이 하루 동안 사용하는 물과 맞먹는 167만톤의 공업용수가 필요할 것으로 예측되나 현재 공급할 수 있는 용수를 기준으로 볼 때 하루 90만톤의 용수가 부족하게 되며, 적시에 용수 공급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반도체 생산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1. 기후위기 심화: 물부족과 물폭탄의 공포
기후변화는 물순환 시스템을 전례 없는 방식으로 교란시키고 있습니다. 극심한 가뭄으로 인한 물 부족 단시간 강우로 인한 홍수 및 재해, 지하수 고갈 및 수질 악화 등 모든 것은 경기도민의 일상과 경제활동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호주는 2000년대 극한가뭄을 경험하며 1인당 물 사용량을 170L/일 수준으로 낮추기 위한 정책을 추진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여전히 평균 286L/일로 높은 수준입니다. 싱가포르는 하수처리수를 '뉴워터(New Water)'로 재처리하여, 전체 용수의 30%를 대체하고 있으며, 2060년까지 50% 목표를 세우고 있습니다.
물위기의 또 다른 원인인 기후변화는 극한강우와 극한가뭄이 병존하면서 일상생활과 산업에 피해를 끼치고 있습니다.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2024년에 82만 4,500명가량이 ‘극한 기상 현상’으로 이재민이 됐습니다.(‘전 지구 기후 현황 보고서’, WMO, 2024.03.19.)
한국 역시 극단적인 강우와 가뭄으로 기후가 양극화되면서 피해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2022년, 태풍 힌남노로 포항제철 예상 피해액 694억원을 1,930%나 초과한 피해를 받았고, 2023년 남부지방은 상반기 동안 역대 최장인 227일 간 가뭄에 시달렸고, 6월 말 시작된 장마기간 동안 역대 1위인 712.3mm의 비가 내렸습니다.
2023년 감사원의 ‘기후위기 적응 및 대응 실태(물·식량 분야)’ 감사보고서는 기후변화로 물부족이 심해져, 2100년까지 연간 최대 6억 2,630만톤이 부족해 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쌀 생산성은 2060년까지 20% 감소, 어획량은 2100년이면 반토막날 것으로 예측되고, 충남 중·서부와 경기 남부를 중심으로 99개 시·군에서 농업용수가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가 '상어'라면, 물위기는 '상어의 이빨'입니다. 가장 치명적인 피해를 일으킬 요소가 바로 물이라는 뜻입니다.
2. 산업구조 변화: 첨단산업과 물의 긴밀한 관계
경기도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메가클러스터' 구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반도체는 '첨단산업의 쌀'로 불릴 만큼 중요한 산업이며, 그 생산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물이 필요합니다. 6인치 웨이퍼 한 장을 제조하는 데 약 1.5톤의 물이 소요되며, 2030년 중반이면 하루 약 167만 톤의 공업용수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하지만 현재 확보 가능한 용수는 약 77만 톤에 불과해, 무려 90만 톤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공업용수 부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경기도의 산업 경쟁력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됩니다. 따라서, 하·폐수 처리수의 재이용 확대와 같은 효율적인 물순환 체계 구축이 필수적입니다.
반도체 및 인공지능 산업은 막대한 양의 물을 사용하고 있으며, 산업구조가 첨단화될수록 더 많은 물을 사용할 수 밖에 없어 물부족 문제를 가져오게 됩니다. 대표적 첨단산업인 반도체의 경우 통상적으로 6인치(150mm) 지름의 웨이퍼 한 장을 생산하는데 1.5톤의 물이 사용될 정도로 막대한 양의 물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데이터센터는 내부 컴퓨팅 장비의 냉각, 실내 습도 조절 등에 물을 이용하는데 2027년에는 전 세계에 위치한 데이터센터들의 연간 물 사용량이 영국 전체 물사용량의 절반에 달하는 42억~66억톤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데이터센터가 있는 미국 버지니아에서는 2019년에서 2023년 사이에 물 사용량이 11억 3,000만 갤런에서 18억 5,000만 갤런으로 거의 3분의 2가 급증한 사례도 있습니다.
3. 기술 패러다임 변화: 기후테크(Climate Tech)의 부상
전 세계는 이제 기후테크(기후(Climate)와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기후테크 시장은 2016년 169억 달러에서 2032년 1,480억 달러로 성장 예상 연평균 성장률은 14.5%에 달합니다. 그러나 국내 기후테크 스타트업 투자는 선진국 대비 크게 부족한 실정입니다.
기후테크 시장 선점을 위한 투자는 미국, EU, 중국이 주도하고 있으며, 2022년 미국(286억달러, 약 39조 790억원), EU(179억달러, 약 24조4,585억원), 중국(107억달러, 약 14조6,204억원)순으로, 전 세계 기후테크 투자액 가운데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경기도의 기후테크 지원은 ① 기후테크 스타트업 발굴·육성(총사업비 29억 5천만원을 투자해 2026년까지 기후테크 스타트업 100개사를 육성할 계획), ② 유망 기후테크 지정 및 지원(유망 기후테크기업을 발굴하여 시제품 제작, 전시회 참가 등을 지원하고 있으며, 2024년에는 총 30개사를 지원했고, 2025년에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 ③ 경기도 중소기업 기후위기 대응 특별보증(기후테크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창업자금 보증지원을 통해 에너지 효율화, 태양광 설비 보급을 통해 경기RE100을 실현, 2024년 보증실적 : 1,000억원 전액 지원), ④ 기후테크 콘퍼런스 개최(기후테크 기업의 투자유치 지원 및 국내·외 민·관 교류기회 제공) 등으로 확대하고 있지만,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기후테크와 물산업을 선도하지 못하면, 미래 수자원 위기 대응도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Ⅲ. 새로운 수자원 전략
지난 30여 년간 경기도는 수자원 관리에 있어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루어왔습니다. 1989년, 팔당상수원의 수질 개선을 위해 ‘팔당상수원관리사무소’가 개소되었고, 이후 2006년 ‘팔당수질개선본부’, 2014년 ‘수자원본부’로 조직이 확장되며,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수질관리가 가능해졌습니다.광역상수도 체계 구축, 대규모 하수처리시설 확충 등으로 경기도는 세계적인 수준의 수자원 관리 역량을 확보하였습니다.
그러나 이제, 경기도를 둘러싼 외부 환경은 급변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수질 개선이라는 단일 과제만으로는 미래를 대비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새로운 차원의 물위기에 직면해 있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한 물관리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극한가뭄을 대비하여 새로운 수자원의 확보 즉, 물순환(하·폐수 재처리) 시설의 확대를 통해 재처리수의 공급 및 이용 확대로 안정적인 수자원을 확보하고, 극한강우를 대비하여 강우관리는 기후변화로 예측을 넘어서는 폭우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만큼 과거 기준에 따른 각종 시설을 보강하는 한편 극한의 폭우에도 대응할 수 있는 시설 확충이 필요합니다.
1. 물재이용 확대 : (제안) 경기 NEWater50
도시에서 활용할 수 있는 물은 크게 ① 하·폐수, ② 오수(빗물) 2가지입니다. 하·폐수는 집·사무실·공장 등에서 사용하고 버리는 물이며, 오수는 비가 오면 도시의 지하로 흡수되거나 오수관·계곡을 따라 흐르는 물입니다. 점차 버린 물이나 빗물을 재사용하는 물순환 체계와 기술을 중요해 지고 있습니다.
물순환 체계는 공공하수처리장에서 처리(정수)하여 배출되는 처리수를 하천·농업·공업용수 등으로 재이용하는 방식입니다. 우리가 사용한 물을 하수처리를 통해 공업용수 및 화장실에 사용하는 물로 재이용을 확대하고 있으며, 하수처리 기술이 발전하면서 정부가 규정한 1등 급수(마시는 물) 기준을 뛰어넘을 정도의 수준까지 처리할 수 있습니다.
기후나 계절적 영향을 받는 하천이나 댐과 달리 일정한 수질의 물을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고, 도시 내에 물생산 시설을 둘 수 있어 수질에 대한 통제와 조절이 쉬우며, 사용 목적에 따라 다양한 이용이 가능합니다. (단기) 하수처리수를 이용한 비점오염을 줄이고 깨끗한 도로를 만들기 위해 도로청소차, 도로의 온도를 낮추고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는 클린앤쿨링로드 등의 물로 사용하거나, (장기) 도시계획에서 산업단지(공용용수)나 사무실(업무시설 화장실 등)에 연결하는 중수도관을 설치하여 도시관리체계에 물재이용을 높일 수 있습니다.
하·폐수 처리수의 재이용을 통해 수자원 확보에 성공한 대표적 국가는 싱가포르입니다. 과거 싱가포르는 접경국가인 말레이시아로부터 수자원 수요의 상당 부분을 의존해 말레이시아와의 관계가 악화될 때마다 수자원 공급으로 어려움을 겪어 왔습니다.수자원 독립을 이루기 위해 하수를 재처리한 물인 뉴워터(NEWater)의 생산과 이용 확대를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2060년까지 상수원에서 뉴워터의 비중을 50%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2. 우수관리 강화 : LID, 대심도 빗물터널 등 저류·방류시설, 강우경보 스마트시스템
기후위기로 인한 극한강우를 대비한 도시 물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① LID(Low Impact Development) 적용을 통해 빗물이 지하로 스며들 수 있는 투수시설을 확대해 지하수를 확보하고, 빗물이 하천으로 흘러들어 하천이 범람하는 것을 예방하거나 최소화하여야 합니다. ② 대심도 빗물터널이나 저류시설을 확대 설치하여 빗물을 저장하고, 방류·재이용이 가능하도록 해야 합니다. 현재 대심도 터널은 서울 양천구 신월동에 있는 ‘신월빗물저류배수시설’이 유일합니다. ③ 폭우·하천범람 등에 따른 피해 예방을 위해 강우경보 스마트시스템을 확대·구축하는 한편, 최근 경기도가 추진 중인 경기위성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3. 경기도 물관리 일원화와 경쟁력 강화 : (광주시) 수자원 행정타운 및 워터 테크노벨리 구축
정부는 2018년 물관리 일원화 정부조직법을 공포하고, 환경부를 중심으로 통합 물관리 체계를 구축했습니다. 서울, 인천, 부산을 비롯한 10개 광역자치단체도 이에 발맞추어 수자원 행정체계를 일원화했습니다. 그러나 경기도는 아직까지 수량 관리는 건설국 하천과 수질 관리는 수자원본부로 이원화된 체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원화된 체계는 물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습니다. 부처 간 역할 혼선, 예산 중복, 정책 비효율성이 발생하며, 결국 도민의 피해로 이어질 위험이 있습니다. 경기도 역시 이제는 ‘통합 물관리 체계’ 구축에 나서야 합니다.
경기도 수자원관리의 목적을 현재의 수질 보전과 관리와 함께 ① 물위기 대응(홍수 및 가뭄 대응), ② 수자원 확보·관리로의 전환(물순환 기반시설 확대, 물기술 및 물산업의 지원)으로 확대해야 합니다. ③ 3기 신도시 등 경기도의 신규 도시개발사업에 우선적으로 물순환정책을 적용해야 합니다.
광주시에는 수도권에 물을 공급하는 팔당호(팔당댐)이 있으며, 남종면에는 경기도 수자원본부가 있습니다. 경기도 수자원 ‘본부’를 ‘국’으로 강화하고, 한강유역환경청과 한국수자원공사 등 행정타운, 물산업을 선도할 수 있는 테크노벨리의 조성이 필요합니다. 상수원보호 규제로 ‘피해’를 받고 있는 광주에 합당한 ‘보상’으로 행정타운과 워터 테크노벨리의 조성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합니다.
Ⅳ. 결론: 경기도는 수자원 패러다임 전환의 선두주자가 되어야 한다
물위기는 결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미 우리 산업, 우리 일상, 우리 아이들의 미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경기도가 물관리의 대전환을 이루지 못하면, 산업경쟁력은 물론, 도민의 삶의 질도 지킬 수 없습니다.
지금 과감하게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통합 물관리 체계를 구축한다면, 경기도는 '지속가능한 물순환도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물안심도시', '글로벌 기후테크(워터테크) 산업중심지로 물산업도시'로 도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미래의 산업·도시경쟁력은 탄소중립과 신·재생 에너지, 수자원을 어떻게 얼마만큼 공급·관리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경기도가 기후위기의 시대에 세계를 선도하는 수자원 패러다임 전환의 선두주자가 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