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 어린이의 문장 - 그루잠

by Heestory


다양한 핑계 속에서도 글쓰기와 멀어지고 싶지 않은 이유는 명확하다.

글을 쓰는 행위를 통해 난잡하게 흩어져 있던 감정과 생각들이 각 주제에 맞게 자리를 찾아간다. 그리고 그렇게 ‘나’란 사람에 대해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런 이유에도 불구하고, 난 아직까지 보여주기식 글쓰기에 머물러 있는 듯 하다. 이 글이 얼마나 예뻐보일까 보다는 솔직한 마음을 풀어내는 과정이 중요한데 말이다.


‘어린이의 문장’에 담긴 아이들의 일기들을 보고 있자니, 이런 생각이 더욱 강렬해지며 부끄러운 감정까지 들었다. 초등학교 선생님인 작가는 본인이 지도하는 2학년 학생들의 일기를 통해 아이들의 행동과 감정을 분석한다. 아이들이 적어내린 길지 않은 문장들 속에서도 핵심을 알아채는 걸 보면, 그녀는 꽤나 좋은 교육자일 것이다. 각자의 성격과 가정환경에 대한 이해뿐 아니라, 지속적인 관심이 없이는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을 포장하지 않은 아이들의 솔직한 문장들이 있었기에, 일기 안에서 더 깊고 넓은 이야기를 꺼내 올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오늘은 엄마가 회사 간 날이었다. 엄마 첫 회사 가는 날인데 걱정이 된다


나는 놀던 중에 선생님께 물었다. “일광욕은 햇빛으로 하는 거고 만약 월광욕이 있으면 달빛으로 하는 거예요?” 선생님께서 “그런가?”하셨다. 나는 밤에 방에서 커튼을 열고 월광욕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하루하루 겪어내는 경험과 감정은 뚝딱거리는 글솜씨로 일기장에 옮겨진다. 다듬어지지 않은 글이지만, 그 순수함과 담백함에 미소가 지어진다. 특히 각 화마다 아이들 특유의 날것에 가까운 문장들과, 어른의 기교 섞인 문장들이 교차되어 나오다 보니, ‘어린이의 문장’들이 더욱 돋보였다.


작가는 ‘일기쓰기’를 통해 학생들의 글쓰기 실력을 키워주고자 했다. 하지만 더 큰 소득은 아이들이 일기를 쓰는 과정 속에서, 본인 또한 올바른 교육자로 성장해 나갔다는 게 아닐까? 일기장을 검토하는 일은 학생 개개인을 이해하고, 걱정하고, 응원하는 마음으로 이어졌고, 이들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 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게 했다. 이를 바탕으로 일기장 내 코멘트를 통해 아이들과 소통했고, 학부모 상담의 주제를 마련해갔다. 그리고 그 속에서 본인 삶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고 자기반성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초등학교 시절, 일기에 적힌 선생님의 코멘트를 보면 괜히 뿌듯하고 든든한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 사실 무슨 내용이 적혀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내 일상과 기분을 이해하고 공감해주는 사람이 늘어났다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어린이의 문장’을 보고 나니, 그 시절 일기를 다시 펼쳐보고 싶다. 지금은 참 쉽지 않은 그 시절 나의 솔직한 글쓰기를 보며 반성도 하고 싶고, 선생님들이 건넨 위로와 조언들을 어른이 된 입장에서 다시 한 번 들여다보며 느껴보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