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았습니다. 새로운 결심을 실천해야 할 시기인거죠. 잃었던 주말 아침 루틴을 다시 회복하기 위해 대충 세수와 양치질을 하고 거실 사이클에 앉아 열심히 페달을 밟았습니다. 아침부터 온 몸에 열이 오르며 땀이 흐르는 순간, 새삼 나이가 들어감을 실감했습니다. 그리고 새해 결심을 실천하는 일이 여전히 어렵다는 사실도 다시 한 번 느끼는 아침입니다.
보통 주말 아침엔 아이들 아침을 제가 직접 준비해서 먹입니다. 주중 내내 아이들과 씨름한 아내는 주말 아침 늦잠이 필수이므로 토요일 아침 만큼은 제가 책임져야 하는 것이죠. 오늘은 특별히 새해 첫 토요일 아침인 만큼 빵이나 와플이 아닌 밥으로 먹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간단히 ‘간장계란밥’을 만들었습니다. 방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계란후라이를 반숙으로 만들고 밥 위에 얹어 간장과 참기름을 넣어 비벼먹으면 끝이죠. 아주 간단하지만 맛은 아주 맛있습니다. 특히 저는 참기름을 좀 많이 넣는 편입니다. 살림을 직접 하지 않아서인지 참기름 양에 좀 후한 편이죠. 그래서 오늘 아침 간장계란밥을 먹는 막내 아이가 이렇게 얘기합니다. “아빠가 만든 계란밥은 너무 고소해. 엄마가 만든 건 이렇게 고소하지 않아.” ㅎㅎ 맞습니다. 제가 참기름을 후하게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별 것 아닌 것 같으면서도 괜히 막내 딸 앞에서 어깨가 으쓱해집니다.
무슨 일이든 직접 하지 않으면 현실 감각이 좀 무뎌지는 것 같습니다. 가계부를 직접 작성하며 가정의 생활비 운영을 책임지는 것도, 주방 살림을 직접 해내는 것도 모두 아내의 몫이기에 전 양념을 사용하는 것도, 뭔가 집에 필요한 것을 사는 것도 아내보다는 좀 더 후하게 사용하는 편입니다. 아이들은 좋아하지만, 아내는 불만이 생길 수 있겠죠. 사실 따지고 보면 가정의 경제운영과 살림을 책임지는 건 아내인데 아이들한테 생색내고 좋은 말 듣는 건 제가 되는 경우가 종종 생깁니다. 그래서 오늘 아침엔 막내 딸 앞에서 어깨가 으쓱해지면서도 마음 한 켠 아내한테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참기름 한방울도 아끼려는 아내의 수고에 감사함과 미안함으로 시작한 새해 첫 토요일 아침입니다. 책임감이란, 그렇게 눈에 잘 띄지 않는 수고를 오래 안고 가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