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현준 Sep 01. 2021

보통 알고싶지 않은 보통의 이야기

좋좋소 그리고 신병

나는 티비를 자주 보는 편이 아니다. 하지만 가끔 나오는 드라마나 예능을 보면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읽을 수 있는 것 같아서, 전체적인 흐름에는 관심을 가지려 노력한다. 내가 신경 쓰는 것은 사람들은 TV를 통해 무엇을 충족하려 하는 것인가 이다. TV에서 강조하고 보여주는 것들, 그런 것들은 보통 사람들이 TV를 통해 충족하기를 원하는 것들이다.



일반인은 범접할 수 없는 연예인이 나와서 시시콜콜한 일상과 여행, 그 특별함은 이제 조금씩 일반인과 연예인 사이의 경계까지 내려왔다. 어떻게든 특별한 상류사회의 삶을 일반인인 것 처럼 보여주면서 공감을 유도하는 것에 지친 사람들이 많아서는 아닐까 싶다. 그래서인지 요즘 프로그램의 컨셉은 상류사회는 지양하고 있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유명한 연예인보다, 주위에 있을 법하게 느껴지는 아무도 모를 사람들을 보여준다.


하지만 상류사회를 지양한다 해도 다른 것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연예인 대신 출연하는 일반인들은 일반인의 범주가 아니다. 소박해 보이는 재벌가 후계자, 연예인 만큼이나 매력적인 외모의 사람들. 그 모습을 보고 있을 '일반인들' 에게는 연예인이나 크게 다를 바 없는 상류사회의 사람들이 그곳에 있다.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너저분하고 미래 없는 자신의 내일을 굳이 쉬는 순간에서까지 보고 싶은 사람은 없으니까. 자신이 가지고 있지 않은 밝은 면과 빛나는 미래를, 사람들은 대중매체를 통해 체험하고 대리만족을 하려 한다. 가지지 못한 외모, 가지지 못한 돈, 가지지 못한 지위, 가지지 못한 인간관계, 그런 것들이 모두 그곳에 있다.



물론 대리 만족을 느낀다고 해서 가지고자 하는 욕망이 해결되는 일은 없다. 가지지 못했다는 절망감만이 잘못 만든 음식의 쓰디쓴 뒷맛마냥 따라올 뿐이다. 사람들이 원하는 이야기를 보여주는 것이 대중문화의 숙명이지만, 그 원하는 이야기란 사람들의 진짜 이야기와는 너무 많이 멀어져 버렸다. 



어리숙해 보이는 연예인의 행동, 소박해 보이는 재벌가 막내딸, 누구와 같이 출근하는 대기업 직원까지. 이정도면 공감할 만하지 않냐고 던져주는 것들조차 사실 연예인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 







이러던 와중에 요새 강렬한 인상을 남긴 유튜브 컨텐츠가 있다. 좋좋소와 신병이 그것이다. 



모든 직장인들이 남부럽지 않은 직장에서 일할 수 없다면, 나머지는 도대체 어디서 일하는 걸까? 10명 중 2명 만이 그런 곳에서 일한다면 나머지 8명은 어디서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 미래 없이 숨만 쉬기 딱 좋은 근무 환경과 마땅히 다른 선택지가 없어 그곳에서 일해야만 하는 조충범의 이야기. 그걸 보는 사람들은 단순한 분노 그 이상의 무언가를 느낀다. 숨을 쉴 수 없을 듯한 답답함이 그것이다. 



신병 또한 기존 군대 컨텐츠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기존에 지나치게 홍보 방향으로 가거나, 소수의 특수한 모습 위주로 보여주던 군대 컨텐츠와는 다르게 대한민국 병역 의무 이행자라면 한번쯤 겪었을 일반적인 군생활이 주 내용이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 피할 수 없이 같은 환경에서 생활하면서, 다양한 인간군상을 겪는 그 경험. 더도 덜도 아닌 모두가 겪었을 울화통 치미는 그 이야기. 



허우대 멀쩡한 사람들의 멀쩡한 직업과 홍보에 써먹을 만한 무언가가 아닌, 대부분의 사람들이 받아들이고 있고 거쳐가고 있을 직장 생활과 군생활. 모두가 뒤로 던져두고 관심 가지지 않은 상태로 잊고자 했던, 피할 수 없기에 받아들여야만 했던 그것. 좋좋소와 신병이 대놓고 보여준 것은 그런 것이었다. 




포스터를 통해서도 많은 것을 알 수 있는 좋좋소 - 출처 왓차


군필자라면 한번쯤은 겪었을 그 순간 - 출처 신병 유튜브 캡쳐







물론 사람들은 대중문화에서 그런 것을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 숨막히는 현실을 굳이 현실의 고통이 끝나고 나서까지 보고 싶은 사람은 없다. 비 오는 날 진흙탕이 된 바닥을 보고 싶은 사람은 없다. 모두가 하늘에 떠 오르는 무지개를 보고 싶어한다. 



하지만 무지개가 사람을 위로한다 해도 그것이 사라진 뒤 남는 것은 발 아래의 진흙바닥이다. 돈 내고 보아야 하는 무지개가 언젠간 너도 이런 것을 가질 수 있을거야 하면서 짧고 의미 없는 위안을 끝내고 나면, 나머지는 축축하고 꺼끌한 진흙바닥에 쳐박힌 자신의 발가락이다. 아무도 관심이 없어서 심지어는 자신조차도 관심이 없는 그 모습.


좋좋소와 신병이 보여준 것은 정 반대의 모습이다. 누군가는 겪었고 이행하고 있을, 하지만 아무도 관심이 없었던 이야기를 꺼내어 모두에게 보여주었다. 갈수록 자극적이고 현실의 사람들과 동떨어진 것으로 변해가는 대중문화의 흐름을 생각할 때 이런 흐름은 큰 의미가 있지 않을까.



게다가 비록 그 모습이 유쾌하지도 않고 기쁘지 않으며 즐겁지도 않지만, 오히려 역설적으로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기도 하는 모양이다. 그게 비록 반짝반짝 빛나는 무지개는 아니지만, 내가 서 있고 앞으로도 서 있을 지저분한 흙탕물에 오롯이 나만 서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말이다. 







좋좋소 - 총감독 빠니보틀, 단편 드라마, 기본 한글 자막, 회차 최대 15분 가량, 왓챠 특별판 시청가능


https://www.youtube.com/channel/UCtfriFvIe5gIe8wRWb8UTMg/videos



신병 - 장삐쭈 작, 만화에 음성 더빙, 한글 자막 지원, 회차 최대 5분


https://www.youtube.com/c/%EC%9E%A5%EC%82%90%EC%AD%88/videos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