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과 삿포로 여행
나는 동생과 함께 여행을 가기 위해 집을 나서 공항버스에 오른 뒤에야, 중요한 것을 안 가져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은 카메라였다. 편하게 찍을 수 있는 핸드폰 말고, 사진을 잘 찍고 싶을 때 사용하는 카메라. 결국 나는 여행 종일 사진을 핸드폰으로만 찍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었다.
삿포로에 도착하고 둘째날. 밖으로 나오고 나서 나는 그것을 뼈에 사무치게 느끼기 시작했다. 여행에서 찍은 사진의 품질이란 카메라의 스펙에 결정되는 것인데, 내 손에는 할부 끝난 구세대 핸드폰 하나뿐이었다. 손에 카메라가 없으니 사진을 그다지 찍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아마 날씨가 흐려서 그랬던건지, 걸어다니다 보니 눈발까지 날리기 시작했다.
시내에서 어딜 가야 할까 하다가 가까운 곳에 있는 시장을 가 보기로 한 나와 동생은, 기대했던 왁자지껄한 시장과는 다른 모습에 이게 맞나? 제대로 왔나? 하고 둘러보았다. 하지만 사람이 많지 않을 뿐, 진열된 물건들은 신선한 농수산물과 구경거리가 많은 것 같아 동생과 천천히 돌아보았다.
몇 가지 사진을 찍었지만 카메라를 들고 다닐 때와 사진을 찍는 느낌이 달랐다. 카메라를 들고 있을 때는 찍고 싶은 사진이 있으면 그 자리에 서서 마음에 드는 사진이 나올 때까지 조금 시간을 투자해서 찍어 보곤 했었다.
그런데 카메라가 없으니,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야 했다. 아무래도 찍고 싶은 사진을 찍는다기보다는, 기록으로 남기는 사진을 찍는다는 느낌이었다. 찍고 싶은 사진을 찍는 것이 아니라 찍을 수 있는 사진을 찍는 느낌에, 사진을 찍어도 영 마음에 꽉 차지 않는 느낌이었다. 찍고 보면 아쉽다는 생각이 드는 것 같아, 사진을 별로 찍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동생과 함께 했던 삿포로 여행의 사진을 보면 찍은 사진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
여행에서 사진을 별로 찍지 않으니, 나중에 여행을 기억하기 위해 돌아볼 사진이 별로 없었다. 부모님이 하던, 시간이 지나면 남는 것은 사진밖에 없다고 하던 말이 다시금 느껴지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