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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에다가 기름칠을 한다는 뜻

삿포로에서 동생과 먹은 스테이크

by 문현준

동생이나 나나 고기를 좋아하지만, 식성은 조금 다르다. 나는 조금이라도 새로운 것을 먹어 보는 것을 좋아하고, 동생은 비싸도 상관없으니 자기 취향에 맞는 것을 먹어보고 싶어한다. 새로운 경험을 좋아하지만 그와 동시에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두드리는 나와는 다른 면이 있다.




보통은 동생과 나는 취향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찍먹파와 부먹파마냥 서로 신경쓰지 않지만, 동생이 여행 중에 스테이크를 먹고 싶다고 해서 이곳저곳 가게를 찾아봤었다. 동생이 아주 비싼 고기를 먹으면 뭐가 다를까 궁금하다고 해서, 스테이크 가게를 찾아보니 한 사람 당 10만원 정도 하는 가게가 있었다.




사진을 보니 철판에 올려온 고기의 마블링이 꽃처럼 피어오른 것이 인상적이었다. 동생에게 물어보니 흥미가 있어 보여서, 한번 가 보기로 했다.




밤거리의 삿포로는 네온사인으로 화려했다




가는 길에 북적이는 택시들과 사람들로 가득찬 거리와, 반짝이는 화려한 네온사인을 구경했다. 가게는 어느 호텔과 함께 있는 쇼핑몰 지하에 있었다. 지하로 가니, 아주 작은 가게가 있었다. 안 쪽은 작은 공간이었고 그 앞쪽에는 철판이 있었다. 세 팀 정도가 안에서 식사 중이었다.




들어가니 직원이 반갑게 맞아 주는데, 물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낮은 자세로 주문을 받는 직원을 보며 몸둘 바를 모르는 우리는 메뉴판을 보았다. 가장 비싼 세트 메뉴가 있고, 그것보다 한 단계 아래의 세트 메뉴가 있다. 가격은 인당 9만원 정도였다.




지금으로 비교한다면 서울 안에서 무난하게 먹어볼 수 있는 장르 불문 오마카세 디너 코스와 비슷한 가격이지만, 물가 상승을 생각한다면 아마 조금 더 비싼 가격이었을 것 같다.




고기 요리를 준비해 주기 전에 보여주는 원육의 모습




마블링이 매우 화려했던 소고기




다양한 요리를 순서에 맞게 내어 준다




동생이 생각한 그런 스테이크 집과는 조금 거리가 있어서, 철판요리 집에 가깝다고 봐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다양한 요리들을 순서에 맞춰서 먹을 수 있게 내어주고, 동생이 먹어보고 싶다고 했던 고급 소고기를 먹을 수 있었던 것은 좋은 경험이었다.




한국에서와 비슷하게, 일본에서도 높은 등급의 소고기를 판정하는 기준이 마블링이라 그런지 높은 등급의 소고기에서는 엄청난 수준의 마블링을 볼 수 있었다. 고기에 지방이 많아서 그런지, 뜨겁게 구워진 고기의 녹는 지방맛이 일품이었다.




그러고 보니 옛날부터, 맛있는 것을 먹을 때 배에다가 기름칠 한다는 표현을 썼었다. 아마 돼지고기나 소고기처럼 고기가 있는 요리를 먹어서 뱃속에다가 기름을 칠한다는 표현으로 말 했을 것 같은데, 이날 동생과 먹었던 소고기 요리가 그것과 딱 맞는 예시 아니었을까 싶다.




요리의 마지막으로 준비해 주었던 철판볶음밥




생각해 보면 그 뒤로도 시간이 오래 지났는데, 나는 원래 마블링이 화려한 고기를 먹을 기회가 별로 없었다. 한우는 사먹을 일이 별로 없고, 스테이크는 보통 더 합리적인 고기로 해 먹는 경우가 더 많았다.




그래서인지, 그때 짙은 소고기 기름으로 동생과 함께 말 그대로 배때지에 기름칠 하던 그 경험이 종종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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