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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한데, 잠깐 밖에서 기다려 주세요

나는 도저히 못 할 것 같은 응대

by 문현준

동생과 함께 삿포로 여행 중, 오코노미야끼를 먹고 싶다는 동생의 이야기를 들었다. 삿포로에서 오코노미야끼라니, 일본어 까막눈인 내가 찾을 수 있까 싶지만 구글 지도의 힘을 믿어 보기로 한다. 예나 지금이나 해외여행 할때는 구글 지도를 유용하게 쓴다. 한국 안이라면 오코노미야끼 맛집을 검색하겠지만, 한국에서 하듯이 해외에서 검색할 수는 없으니까.




지도에 검색해 보니 근처에 멀지 않은 곳 번화가에, 오코노미야끼 가게가 있었다. 구글 평점도 괜찮고, 지리적으로도 가장 괜찮은 곳이어서 그곳으로 가 보기로 했다.




가게 입구에 있던 장식물




꽤 오래 전 일이지만, 아직도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가 기억난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니 테이블에는 사람들이 앉아 있어 빈 자리가 없었고, 사장인 듯 보이는 사람은 정말 문자 그대로 땀을 뻘뻘 흘리면서 열심히 오코노미야끼를 만들고 있었다.




그 와중에 들어오는 나와 동생을 보고 처음엔 일본어로 말하다가, 우리가 못 알아듣는 눈치이자 영어로 말했다. 능숙한 영어가 아니라, 그 말을 하기 위해서 정말 열심히 연습한 티가 나는 영어였다. 죄송하지만, 사람이 많습니다. 밖에 앉아서 잠시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그 말을 하는 사장은 우리에게 웃어 보이고 있었다.




동생과 나는 밖에 앉아서 기다렸고 나는 그때 우리에게 그 바쁜 와중에도 웃으면서, 말도 통하지 않는 외국인에게 외국어를 써 가면서 응대하던 그 사장을 보니 많은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을 상대하는 일을 종종 했던 나는, 도저히 그렇게 할 수 있는 자신이 없었다. 어떻게 해서 그 사장은 그렇게까지 할 수 있는걸까?




약간 결이 다르긴 해도, 사람들을 상대하는 일을 잠깐 하며 표정과 분위기를 좀 바꿀 필요가 있다는 말을 종종 아니 자주 들었었다. 너 오늘 안좋아 보여 무슨 일 있니? 같은 이야기를 몇 번 들어본 입장에서, 어떻게 하면 극한의 상황에서도 손님에게 웃으면서 인사를 건내고 설명을 할 수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었다. 서비스직은 정말 쉽지 않고, 타고나는 무언가가 있는 것 아닐까 싶었다.




바쁜 와중에도, 외국인 손님에게 외국어로 안내를, 웃으면서 하던 가게 사람들




칠판에 적어둔 안내 문구가 있었다




바로 앞에서 만들어 주는 오코노미야끼




함께 먹은 맥주 한 잔




얼마 기다리지 않아 들어간 가게에 앉아 주문을 하니, 맥주와 오코노미야끼가 나왔다. 시간이 오래 지나고 나서 오코노미야끼와 맥주의 맛은 희미해졌지만, 그때 바쁜 상황에서도 웃으며 응대하던 놀라운 모습은 아직도 기억 속에 오래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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